고인이 된 천안함 장병들께"떠난 젊은 영령들이여, 우리를 지켜봐 주소서."
새 봄이 왔을 때, 난 너와 함께 진해의 벚꽃길을 걷고 싶었어. 조금있으면 휴가였잖아. 흩날리는 꽃잎새 하나에도 그렇게 깔깔 웃을 네 모습이 내가 지켜줘야 할 모습이었어. 너랑 문자 날리면서 우리, 앞으로 살아갈 꿈을 꿨어.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났었어. 그래, 이렇게 문자 날려주는 내 예쁜 너. 너때문에 나는 더 열심히, 악착같이 군생활을 할 수 있었어. 고무신 바꿔신으면 클나는거야, 몇번을 그렇게 찍었지. 그런데 갑자기 암흑이 몰려온거야. 나는 어디론가 튕겨져선 정신을 잃었어. 그리고 눈을 뜰 수가 없었어. 모든 것은 내 봄은 내 청춘은 그리고 내 사랑은 내 삶은... 어느새 저 심연으로 느닷없이 가라앉고 있었어. 난, 난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나를 애타게 찾을 어머니는. 2. 여보! 지난번 당신 휴가 나왔을 때 배에서 물 샌다고 했을 때 내가 그랬잖아요. 이제는 배 더 타지 말자고. 별 걱정을 다 한다는 표정으로 당신은 웃었고, 이번 작전 끝나면 아이들 데리고 휴가를 즐기기로 했었지요. 세월이 웬수라고, 이렇게 어려운 세상이 문제라고, 도대체 직장도 사업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지만 군대만은 월급도 잘 나오고 복지도 좋고 무엇보다 사나이로 나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냐 당신은 그리 말하며 잠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지요. 뉴스를 들었을 때, 당신은 꼭 살아나올거라고 믿었어요. 배가 끌어올려지고 물이 다 빠지던 그 순간, 나는 당신이 걸어나올 거라고 믿었어요. 당신은 내게 올 거라고. 3. 어머니, 면목이 없어요. 갑자기 배에 물이 찼는데 큰 소리가 나고 무슨 일이 났는지. 어머니 제 결혼 준비 때문에 바쁘신 거 다 알고 있어서 이번 작전만 끝나면 그녀와 함께 어머니 즐겁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전 정말 나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그 깜깜한 방엔 내가 이길 수 없을 만큼의 수마가 들어와선 저를 팽개쳐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난, 왜 지금 이렇게 끝없는 어둠 속에, 그 영겁의 나락에 갇혀 있는지를. 그녀는 웨딩드레스 맞춰 놓은 게 혹시 작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나는 늘 예쁘기만 한 사람이 뭘 그러냐 놀려댔는데 그리고 그 예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는데, 저는 지금 이곳에서 나갈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요. 4. 당신들을 기억할겁니다. 나 숨 붙어있는 날까지. 당신들의 젊음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나 숨 붙어 있는 날까지.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와, 그 어떤 누구도 당신들처럼 떠나는 사람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이들이 누구인지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을 이리 떠나보내는 죄책감에 한없이 한없이 가슴은 당신들이 잠겨 있던 그 바닷 속 깊은 심연처럼 침몰하고 가라앉지만 그래도 당신들을 이리 떠나보내진 않을 것입니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 올 때까지,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이별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열심히 싸울 것입니다. 떠난 젊은 영령들이여, 우리를 지켜봐 주소서. 시애틀에서....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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