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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천안함 장병들께

"떠난 젊은 영령들이여, 우리를 지켜봐 주소서."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0/04/16 [11:35]

고인이 된 천안함 장병들께

"떠난 젊은 영령들이여, 우리를 지켜봐 주소서."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10/04/16 [11:35]
▲     © 출처 대한민국해군동지회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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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봄이 왔을 때, 난 너와 함께 진해의 벚꽃길을 걷고 싶었어.

조금있으면 휴가였잖아.

흩날리는 꽃잎새 하나에도 그렇게 깔깔 웃을 네 모습이

내가 지켜줘야 할 모습이었어.


너랑 문자 날리면서 우리, 앞으로 살아갈 꿈을 꿨어.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났었어. 그래, 이렇게 문자 날려주는 내 예쁜 너.

너때문에 나는 더 열심히, 악착같이 군생활을 할 수 있었어.

고무신 바꿔신으면 클나는거야, 몇번을 그렇게 찍었지.


그런데 갑자기 암흑이 몰려온거야. 나는 어디론가 튕겨져선 정신을 잃었어.

그리고 눈을 뜰 수가 없었어. 모든 것은 내 봄은 내 청춘은

그리고 내 사랑은 내 삶은... 어느새 저 심연으로 느닷없이 가라앉고 있었어.

난, 난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나를 애타게 찾을 어머니는.


2.

여보! 지난번 당신 휴가 나왔을 때 배에서 물 샌다고 했을 때

내가 그랬잖아요. 이제는 배 더 타지 말자고.

별 걱정을 다 한다는 표정으로 당신은 웃었고,

이번 작전 끝나면 아이들 데리고 휴가를 즐기기로 했었지요.


세월이 웬수라고, 이렇게 어려운 세상이 문제라고,

도대체 직장도 사업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지만

군대만은 월급도 잘 나오고 복지도 좋고

무엇보다 사나이로 나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냐


당신은 그리 말하며 잠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지요.

뉴스를 들었을 때, 당신은 꼭 살아나올거라고 믿었어요.

배가 끌어올려지고 물이 다 빠지던 그 순간,

나는 당신이 걸어나올 거라고 믿었어요. 당신은 내게 올 거라고.


3.

어머니, 면목이 없어요. 갑자기 배에 물이 찼는데

큰 소리가 나고 무슨 일이 났는지.

어머니 제 결혼 준비 때문에 바쁘신 거 다 알고 있어서

이번 작전만 끝나면 그녀와 함께 어머니 즐겁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전 정말 나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그 깜깜한 방엔

내가 이길 수 없을 만큼의 수마가 들어와선 저를 팽개쳐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난, 왜 지금 이렇게 끝없는 어둠 속에, 그 영겁의 나락에 갇혀 있는지를.


그녀는 웨딩드레스 맞춰 놓은 게 혹시 작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나는 늘 예쁘기만 한 사람이 뭘 그러냐 놀려댔는데

그리고 그 예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는데,

저는 지금 이곳에서 나갈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요.


4.

당신들을 기억할겁니다. 나 숨 붙어있는 날까지.

당신들의 젊음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나 숨 붙어 있는 날까지.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와, 그 어떤 누구도 당신들처럼 떠나는 사람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이들이 누구인지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을 이리 떠나보내는 죄책감에 한없이 한없이 가슴은

당신들이 잠겨 있던 그 바닷 속 깊은 심연처럼 침몰하고 가라앉지만


그래도 당신들을 이리 떠나보내진 않을 것입니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 올 때까지,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이별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열심히 싸울 것입니다.

떠난 젊은 영령들이여, 우리를 지켜봐 주소서.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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