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산 詩] 서대문 독립공원의 미루나무
리복재 시인 | 입력 : 2019/12/28 [17:11]
▲ 구 서대문 형무소에 펼쳐진 독립투사와 민주투사 걸개사진 © 소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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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독립공원의 미루나무
소산(笑山)/ 李福宰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던 친일매국노
과거에 연연한다고, 잊어버리라고,
그래
아쉬움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어질 때까지
마음을 다 비우고 또 비우고 싶다.
길 가다, 아무데서나
일제와 부왜역적들에게 잡혀
강간당하고 정신대, 위안부, 징용에 끌려가고....
주권도 없는 천하디 천하고
미개한 민족이었지
나라 되찾고자 적들을 향해 진격하다
프락치 변절자 경계치 않고 의기를 믿었던 의병,
한 번 대결도 못해 애절하다.
그리고 생겨난 서대문 형무소
두 그루의 미루나무 심었고
독립투사 처음으로 죽임을 당했던 왕산 허위 선생
죽음 앞에서
미루나무 부여잡고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의기의 투사는 통곡했다.
나라가 뭐니, 민족이 뭐니,
하는 일제와 그 견마(犬馬)들에게
나라 잃은 설움
아비를 잃은 가족들
무서워 뿔뿔이 흩어지고
연좌제가 뭐니, 치안유지법이 뭐니, 보안법이 뭐니,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니들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형무소 한쪽에 서있는 미루나무는 통곡한다.
오늘도
독 묻힌 날 선 칼로
가슴을 열어
심장의 핏줄을 움켜쥐고
오장을 꺼내 목에 걸고 싶다.
비우고 또 비워서
잊으려 하면 할수록
몸부림치면 칠수록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서대문 독립공원에는
통곡의 미루나무가
우릴 바라보며
오늘도
우두커니 서있다.
▲ 서대문 형무소에 아직도 남아 지켜보고 있는 미루나무 © 소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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