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고현자
불붙은 뙤약볕 아래 꽉 막힌 종이봉지가 현기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생명줄 모질게 걸어놓고
녹색 분말 먹은 하얀 고깔 우주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현상을 머리에 이고 잘 숙성된 알몸을 만들고 있다
허리 굽혀 발밑을 구도하는 낭랑한 여름새의 목탁 소리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내린다
온몸을 태워 세상 다 품어줄 수 있는 향로 위의 연기처럼
열반한 검붉은 알알이 속세의 인연들은 사나운 입속으로 맛있게도 질주하겠지
발갛게 쏟아 내리는 계절 허기진 포도밭이 묵언 수행 중이다 늘 고행하는 수도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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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시인, 작사가 한국 저작권협회 회원 현) 한국문인협회 청소년문학진흥위원회 위원장 현)플러스코리아타임즈 기자 일간경기 문화체육부장 역임 현)인천일보 연재 현)대산문학 대표 현)대산문예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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