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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더도 덜도 말고 자네가 본 대로 쓰게”

윤태영 전 부속실장이 이야기하는 노 대통령에 관한 여섯 조각의 기억

윤태영 전 청와대대변인 | 기사입력 2013/10/15 [17:17]

노무현 “더도 덜도 말고 자네가 본 대로 쓰게”

윤태영 전 부속실장이 이야기하는 노 대통령에 관한 여섯 조각의 기억

윤태영 전 청와대대변인 | 입력 : 2013/10/15 [17:17]

솔직하고 투명했습니다. 감추거나 숨기려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기록물 이관에 대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 면면만 보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기록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헤아려볼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연설기획비서관 등을 역임한 윤태영 전 부속실장이 그에 관한 여섯 가지 기억을 전해왔습니다. 우리가 아는 노 대통령을 다시 확인하는 기록이 될 것입니다.



#하나. 2002년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사의 후보실에는 기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담당 기자들은 후보와의 대면에 목말라 있었다. 노무현 후보는 같은 층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몇몇 기자들이 그곳에서 우연히 그와 마주치면 궁금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후보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질문에 대답을 했다. 한두 번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아예 화장실 앞에 진을 치며 후보를 기다리는 기자들도 생겨났다. 후보는 언제나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성격이었다.

#둘. 2003년

2003년 초, 첫 조각으로 탄생한 국무회의가 몇 차례 진행되었을 무렵,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전 과정을 생중계하자고 제안했다. 어떤 의제가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는지 국민들에게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묻자 대부분이 반대했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소관부처의 입장을 소신껏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의 반대가 상당히 강해 결국 공개를 포기했다.

# 셋. 2004년

업무시간 중 대통령의 통화는 대부분 제1부속실이 연결했다. 대통령이 전화를 하는 동안에는 가급적 1부속실의 직원이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통화내용을 기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무 시간 이후에도 관저에서 대통령이 교환을 통해 직접 전화를 거는 일이 많았다. 그때에는 부속실이 통화 내용을 커버할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내실에서 나온 대통령은 1부속실과 하루의 일정을 점검하는 계기에 지난 밤 자신이 통화한 상대와 내용을 소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넷. 2005년

이지원 시스템이 완벽하게 체제를 갖추자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문건을 이를 통해 올릴 것을 지시했다. 익숙하지 않은 참모들에게는 자상한 설명과 함께 잔소리도 해가면서 주문을 했다. 대통령 대면보고 일정이 잡히면 각 수석․보좌관실은 보고자료를 사전에 이지원으로 올렸다. 대통령이 미리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예민한 사항들이 있는 경우 참모들은 사전 이지원 보고를 꺼려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대면보고 시에 종이 문건을 들고 왔다. 그러나 예외는 없었다. 대통령은 보고가 끝날 때마다 잊지 않고 지시했다. “오늘 보고한 문건은 곧바로 이지원에 등재하도록 하세요.”

#다섯. 2006년

등산이나 송년회 등 출입기자들과의 비공식 행사가 열리면 대통령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곤 했다. 대통령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홍보수석실은 출입기자들과 ‘오프 더 레코드’를 합의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행사를 계획할 때마다 대통령이 ‘오프 더 레코드’를 먼저 제안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는 홍보수석실이 ‘오프 더 레코드’를 합의해 놓았지만, 기자들과의 대화 도중 대통령 스스로 ‘오프’를 깨는 경우도 있었다. 대통령은 온․오프의 구분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여섯.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가급적이면 자신의 주변에 관찰자를 두려고 했다. 임기 초반에는 부속실 행정관이 그 일을 담당했다. 임기 중반의 몇 년 동안에는 내가 그 역할을 맡았다. 퇴임이 임박했을 무렵, 그동안 보고 들었던 내용들을 훗날 책으로 펴내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이 긴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보고했다. 대통령이 짧은 대답으로 나의 생각을 일축했다.

“더도 덜도 말고 자네가 본 대로 쓰게. 더 붙일 필요도, 일부러 뺄 필요도 없네.”


* 제휴매체인 사람사는세상 13일 자에 실린 칼럼입니다.(진실의 길: http://www.poweroftruth.net/)

 

윤태영 전 참여정부 청와대 부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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