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 詩] 삶의 시계
백학 시인 | 입력 : 2022/11/09 [10:47]
삶의 시계
백학
농부의 시계는 해시계다
꽃을 피우고 꽃을 떨구는
노동의 습성에 맞추어져 있다
어부의 시계는 달시계다
밀물과 썰물의 고단한 주기
도시인의 시계는 좀 독특하다
직장인의 시계가 이제나 저제나
찢어지는 휴일과 월급에
맞추어져 있다면
백수의 시계는 알콜에 맞추어져 있다
아무리 들이 부어도 매꿀 수 없는 공백
따지자면 시인은 백수같은 자이다
허청허청 생이라는 이 놈의 길을
걸어 가기는 가는 것 같은데
분명히 너랑 나랑 같이 걸어가고
있었는 것 같은데 두리번거리니
혼자다 뒤돌아 보지도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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