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건국절로', 친일-독재 덮기 위한 이승만
이승만 친일적 행각과 자금 횡령 정황 담긴 문서 공개
오주르디 칼럼 | 입력 : 2014/08/16 [11:09]
[플러스코리아타임즈 오주르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명박 정권 들어 노골화된다. 2008년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이승만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8.15 광복절을 건국절도 개칭하자는 국경일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교과서에 ‘8.15 건국’을 서술하려는 획책도 있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8.15를 대한민국 건국일이라는 내용을 넣었다가 교육부로부터 수정 지시를 받기도 했다.
건국절 주장 확산, 국가단체도 은밀히 지원
건국절 제정 주장은 이미 널리 확산돼 있다. 일부 언론들도 ‘건국절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념식도 열린다. 대한민국건국절 제정 1천만 서명운동 추진연합회 주최로 광복절 오후 2시 국회의시당 헌정기념관에서 ‘8.15 건국절 경축식’이 진행된다. 전현직 정치인과 정부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광복회는 “독립운동 역사를 왜곡하고 8.15를 광복절이라고 명명한 국회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기독교 단체들이 건국절 제정 운동에 적극적이다.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각각 건국절제청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승만이 기독교인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은밀하게 건국절 제정 운동을 지원하는 국가기관도 있다. 지난해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급 이상 공무원 919명을 대상으로 건국절 교육을 실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사편찬위는 2008년 이승만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건국기념역사관을 건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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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기념역사관 건립한 국사편찬위>
‘8.15건국절’ 주장은 헌법 부정하는 행위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됐음을 천명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
개천절,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은 건국과 관련된 기념일이다. 개천절은 우리 민족의 기초를 닦은 날이고, 삼일절은 대한민국 건국의 기반이 된 날이며, 광복절은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다.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체제가 들어선 날로 이승만 정권 수립일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8.15건국절’을 주장한다. 3.1절을 건국일이라고 밝힌 대한민국 헌법은 그 정신의 기저를 항일에 두고 있다. 이승만 정권 수립일을 건국일로 하자는 주장은 친일행각을 덮어주고 친일파를 두둔한 이승만의 행적과 무관하지 않다.
반공으로 친일 덮어준 이승만 찬양하는 ‘건국절 운동’
이승만은 독재를 위해 반공으로 친일을 덮은 사람이다. 1948년 9월 제헌국회가 일제에 부역한 악질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해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설치한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경찰과 정부관리가 반민특위에 잡혀가자 이승만은 “그들은 정수 부립 공로자이자 반공주의자”라고 주장하며 석방을 종용했다.
반민특위를 해체하기 위해 공작도 폈다. 국회부의장 김약수와 노일환·이문원 반민특위법 제정에 앞장선 13명을 남로당 공작원으로 간첩행위를 했다며 구속했다. 이른바 ‘국회 프락치 사건’이다. 1949년 6월 반민특위 특별경찰대가 강제 해산되며 특위는 기능을 잃고 만다. 이승만은 이렇게 일제부역자를 살려주고 제 편으로 만들어 독재정권을 견고하게 다지려 했다.
이승만은 상해임시정부 수반으로 있으면서도 친일 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민족문제연구소가 1910년대 후반과 1920년대 초에 걸쳐 하와이에 체류했던 이승만의 행적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공개했다.
“한인은 돼지” 발언한 친일 교사 두둔한 이승만
1919년 9월 하와이 한인기독학원 이사장이었던 이승만은 친일 성향이 강한 미국인 여교사 알렌 손버그를 교사로 채용한다. 그 교사가 한인 학생들에게 “한인들은 돼지와 다를 바 없다” “일본의 지배를 받아 마땅하다”는 발언을 일삼자 학생 7명이 항의 서한을 작성했고 이 편지가 워싱턴에 있던 이승만에게 전달된다. 이승만은 교감에서 편지를 써 7명의 학생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학생들을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젊었을 때도 친일적 행보를 보였다. 1908년 대한제국 외무고문이었던 일제 앞잡이 스티븐스가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역에서 한인 청년에게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휴가차 본국에 온 스티븐스는 “을사조약은 한국인을 위한 당연한 조치이고 한국인은 독립할 자격 없는 무지한 민족으로 일제 식민지배를 찬양하고 있다”는 망언을 늘어놓는다. 이것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에 보도되자 교민들이 크게 분노한다.
결국 장인환·전명운 등 한인 청년 두 명이 일본총영사 차에서 내리는 스티븐스를 오클랜드 역에서 사살한다. 교민들은 이 청년들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을 했고 많은 돈이 모아졌다. 이승만에게 통역을 부탁했지만 그는 종교적 양심 운운하며 “살인범을 변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성경 어디에도 ‘살인자를 도우면 안 된다’는 가르침은 없는데도 말이다.
스티븐스 살해 장인환·전명운 의사 통역 거절한 이승만
왜 그가 두 청년을 위한 통역을 거절했는지 진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이승만 자서전 초고문서에 나온다.
“두 명의 한국인이 루스벨트대통령의 친구인 스티븐스를 사살하였다. 이 사건은 일본의 선전기관들이 한국 사람들은 흉도이며, 최악의 악당이라고 묘사하는데 대대적으로 이용되었다.”
미국 정가에 연줄이 있는 미국인을 사살한 한인을 돕는 게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또 두 청년의 안위보다 일본의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인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때도 이승만은 미국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듯한 글을 자서전에 남긴 바 있다.
“안중근이 일본의 거물정치가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하였다. 이렇게되자, 미국 각종 언론 신문에는 '한국인들은 잔인한 살인마이며 무지몽매하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자주 실리곤 하였다...교수들은 나를 무서워해서 만나주지 않았다." (자서전 초고문서)
교민에게 모금한 돈과 독립자금 횡령한 정황 나와
교육사업 명목으로 모금한 돈과 독립자금을 횡령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이승만은 사지도 않은 땅을 샀다고 주장한 뒤 이곳에 학교와 기숙사를 지어야 한다며 교민사회에 모금운동을 전개(1918~1923)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하와이 정부 기록에는 해당 부지를 사고 판 기록이 없다.
독립자금을 개인 돈이라고 우겨 동포와 싸우고 재판까지 벌인 일도 있다. 1917년 미국에서 열린 ‘소약국동맹회’에 대표를 파견하기 위해 교민 독립단체인 ‘하와이국민회’가 성금을 모았다. 국민회는 이승만에게 쓰고 남은 돈 1100달러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승만은 ‘개인 자격으로 모은 돈이니 반환할 필요 없다’며 버텼다. 그러나 모금을 요청하는 서한에 국민회 인장이 찍혀 있는 증거가 법원에 제출됐다. 거짓말로 밝혀지며 소송에서 졌다.
수상한 자금으로 기획부동산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교민들이 마련해준 월 100불로 어렵게 생활한다’고 말했던 이승만은 1924년 12월 4000달러를 주고 땅 3500평을 샀다. 1년 뒤에는 동지식산주식회사를 설립하는데 3986달러를 투자했다. 어렵다던 사람이 현재 가치로 수억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을까?
친일과 독재를 덮기 위해 8.15를 건국절로, 이승만을 국부로 만들려고 안달이다.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8.15경축사에 ‘건국’이라는 말을 등장시킨다. 일제의 압제와 총칼에 맞서 싸운 나라가 대한민국이기에 우리의 건국절은 삼일절이다. 친일 이승만을 국부로 만들려는 저들, 유유상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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