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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무서움

할머니

김기수 시인 | 기사입력 2014/10/06 [12:12]

유전의 무서움

할머니

김기수 시인 | 입력 : 2014/10/06 [12:12]

유전의 무서움 

 

간밤 꿈에 할머니가 오셨다

적삼치마 입고 정갈하게 비녀 찐 그녀가

이십여 년 만에 오시고는 내 옆에 생선처럼 누웠다

 

대뜸 내 등짝을 후려치고는 어디 갔다 왔냐고 나무라신다

학창시절 주말이면 시골집에 갔을 때마다

너무 반가워 기쁨을 표현하신 거다

그리고는 반닫이 장롱 속 깊이에서 주섬주섬

담배 한 갑 꺼내고는 이놈아 애비 몰래 주는 거야

사탕도 꺼내놓으시고

땅콩도 한 소쿠리 내오신다

(새팽이 참깨 밭 한쪽 구석은 그녀의전용 땅콩 밭이었다

손자를 위해 심심풀이 고랑 농사를 지으신 거다)

나는 할머니의 과잉친절에 버럭 화를 낸다

먹을 것도 싫었지만 왠지 할머니께 화를 내서

심술을 부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바로 돌아누워 베갯잇에 얼굴 묻고 훌쩍거린다

순간 또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그녀를 달랜다

등속에 손을 넣고 달래는데 허연 비닐이 떨어진다

까맣게 죽은 생선 같은 송장이었다

 

지금, 그녀의 증손녀가 나에게 버럭 화를낸다

내가 너무 예뻐했던 딸년이 내 과거를 답습한다

즉시 나도 생선처럼 누워 삐죽거린다

딸이 제 애비를 달랜다

유전이 섬뜩하다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카페 '시와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계간 가온문학회 회장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일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문예공모 시 부분 장원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 '서울 시인들'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는 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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