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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용회복 정책의 공백… “채무조정은 선언에 그치고, 부담은 오롯이 채무자 몫”
정부가 추진하는 신용회복·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정책이 신용취약계층의 재기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 채 형식적 제도 운영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정작 핵심 채권자가 빠져 있는 구조 속에서 채무자는 회복이 아닌 지연된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채무조정 제도는 금융권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이는 곧 채권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한다. 특히 대부업체와 일부 고금리 자동차담보대출 채권은 조정 과정에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도의 보호가 가장 필요한 계층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채무조정이 ‘회복의 수단’이 아니라, 파산으로 가는 중간 정거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의 성공 여부가 채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면, 이는 공적 제도라기보다 민간의 선의에 기댄 권고 수준에 머무는 셈이다.
실제 최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한 채무자(가명 ‘ㄱ’씨)는 중고자동차 구입 과정에서 K*캐피탈의 할부금융을 이용했다. 이후 해당 차량이 사실상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담보권이 설정돼 있다는 이유로 근저당권 말소가 이뤄지지 않아, 할부금을 모두 상환한 이후에야 폐차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것이다.
ㄱ씨는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 “부채 부담만 시간이 늘어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 사례는 특정 금융사의 개별 판단을 넘어, 담보권과 채무조정의 관계를 명확히 규율하지 않은 제도 설계의 공백을 보여준다.
채무조정이 진행 중임에도 담보권 처리 기준이 부재하다면, 채무자는 실질적 재산 처분조차 제한받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전문가들은 “채무조정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채권자 참여를 사실상 선택이 아닌 제도적 의무의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금리 대부채권이나 담보대출이 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 정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구조적으로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에게 정책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는 데 그친다면, 이는 신뢰를 소진하는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채권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제도를 두고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신용회복 정책이 진정한 회생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자율에만 기대는 방식을 넘어 대부채권·고금리 담보대출을 포괄하는 강제력 있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채무자의 책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도 공적 정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 한, 신용회복이라는 목표는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시사월드뉴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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