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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 [사랑도둑] 슬픈 아침 3

임서인 | 기사입력 2015/06/17 [13:15]

연재소설 - [사랑도둑] 슬픈 아침 3

임서인 | 입력 : 2015/06/17 [13:15]

 

 
불안한 황홀이 거실 가득 찼다.

어지럽혀 있는 준형의 방을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 너머, 남편이 왜 집에 오지 않았을까 하고 비로소 생각을 했다.

남편은 왜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 많을까?

그가 간절히 원해도 절대로 이혼해주지 않을 거야.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심지어 기쁠 때도 짓지 못하는 개였다. 그녀는.

남편 앞에서 짓는다는 것은 가족이 뿔뿔이 헤어짐을 의미하기에 그녀는 참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요즘 어떤 여자가 그렇게 사느냐고 말을 하지만 그녀는 준형을 생각하면 짖을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하면 얼씨구나 하고 춤을 출 위인이었고, 아이들은 자신이 키우지 않겠다고 분명히 못을 박듯 그녀에게 말했었다. 그녀에게 키우기 싫으면 고아원에 갖다 버리라고까지 했었다. 그에게서 인정이 담긴 말 한마디 들어보는 소망조차 꿈꾸지 말아야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몰랐다. 오로지 선영이 내뱉은 서운한 말 한마디나, 무심코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찡그린 얼굴만을 보았다. 왜 아내가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만약 그녀가 남편을 만나기 위해서 커피숍으로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 전화를 하면, 교통사고가 난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녀의 안부 따위는 물을 줄 몰랐다. 태양에 플러그를 꽂는다면 그때나 사랑스런 말 한마디라도 들어볼 수 있을까 선영은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 한숨이 나왔다.

선영이 불안한 황홀에 싸여 준형의 방문 앞에서 얼마를 꼼짝하지 않고 서성였는지 모른다. 문득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어둠이 서서히 집안을 채우고 있었다. 거실 등을 켜고 준형의 방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준형이 병적으로 수집해 놓은 수많은 필기구가 방안 사방팔방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자신을 필기구라는 성 안에 가두어놓으려는지 자신의 몸뚱어리 하나 누울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었다. 그 남겨놓은 곳조차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간 잠옷이 방한가운데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다.

온갖 생각이 그녀의 뇌 속으로 주책맞게 들어와 혼잡스럽게 했다. 어지럽혀 있는 준형의 방처럼 정리정돈이 되지 않았다. 어떤 것을 머릿속에서 먼저 치워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만약 준형의 방을 정리를 한다면 어떤 물건부터 정리를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과 같았다.

방을 정리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 문을 박차고 남편이 들어오면 자신에게 선물 한 꾸러미를 줄 것만 같아 불안했다.

그 선물을 받고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다리고 있었던 선물이라고 덥석 받아버릴까? 아님, 정중하게 아직은 제가 받을 선물이 아니군요. 당신 나와 더불어 더 많은 고통을 당하면서 살아요 할까?

선영은 그 선물을 받지 않기 위하여 문을 꼭 닫아걸어야만 할 것 같았다. 얼른 일어나 현관문 잠긴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밖에서도 열수 없도록 비상키도 눌렀다.

벨소리도 듣지 말아야 했다. 그녀는 벨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마저 닫고 텔레비전을 켰다. 볼륨을 높였다. 고함을 지르고 문을 발로 쾅쾅 들이받지 않는 이상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차단해놓고도 그녀의 귀는 현관문 앞까지 귀를 늘이고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다 눈을 감고 있는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머리맡에 놓고 잔 휴대전화가 울려 잠을 깼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울리는 휴대전화만 바라보기만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행동은 굼떴다. 설거지를 하는 것도, 방바닥을 걸레로 훔치는 것도, 빨래를 찾아내어 세탁기에 넣는 것도, 보통 주부들이 오전 10시쯤이면 집안을 정리하는데 그녀는 정오가 되어서야 일을 마치기가 허다했다. 방을 훔칠 때는 걸레질 몇 번을 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이 퍼뜩 들을 때는 정신없이 닦는다. 그런 모습을 남편에게 들키는 날에는 그녀는 천하에 게으르고 일을 능률 없이 한다고 욕을 얻어먹는다.

남편이나 준형이 자기 속에 갇혀버렸다고 하지만, 그녀도 가끔 자기서계에 갇혀 있다가 빠져나오면 머리는 하얗고 무엇을 생각하느라 시간을 죽여 놓고 있었는지 모른다.

휴대전화 소리가 끊겼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텔레비전 소리가 윙윙 귓가를 때리기는 했지만, 그녀의 잠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달콤한 잠이었다.

무지개 끝에 그녀가 앉았다. 편안하고 아늑했다. 신혼 며칠 동안만 남편의 품에서 느꼈던 달콤함이었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러자 무지개가 노래를 불렀다.


샤론의 장미여,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여자들 중에 내 사랑은 백합화 같구나
어여쁜 내 사랑, 일어나 함께 가자
춤추고 노래하자 아름다운 동산에서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치면
그 아름다운 열매먹기를 원하노라
내 사랑하는 자여 그 동산에 들어가자


선영은 무지개가 부른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년아, 일어나지 못해!”

무지개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그녀에게 욕을 했다. 놀라 그만 무지개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육중하고 우악스런 손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침대에서 방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선영이 놀라 눈을 떠보니 남편과 두 아들이 그녀 앞에서 떡 버티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문을 잠그고 잠을 자려거든 비상키는 누르지 말아야지 거기까지 누르면 식구들이 어떻게 들어오란 말야. ×××년아!”

남편의 우악스런 손이 그녀의 뺨을 올려 부쳤다. 그녀의 몸이 휘청거리며 저만치 밀렸다. 준형은 팔짱을 끼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고, 영준은 울기 직전이었다.

남편의 손이 선영의 머리를 잡았다. 머리를 잡은 손에 힘을 준 남편은 그녀를 거실로 끌고 갔다. 머리가 몽땅 뽑힐 것 같은 아픔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짖지 못한 개는 거실까지 끌려갔다.

“이 오사랄 년아, 눈이 있으면 봐라!”

머리를 놓고 현관문을 가리켰다. 선영이 남편의 손끝을 바라보니 문이 뜯겨있었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신발 위로 장도리와 커다란 망치가 널브러져 있었다.

“너 같은 년과 사는 것이 힘들어. 지옥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당장 이혼을 하자.”

아, 선영은 남편이 가지고 올 선물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왜 이혼을. 난 이혼해줄 수 없어. 그동안 내가 당한 수모가 얼마인데 이혼을 해,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 혹시 나 몰래 다른 여자와 사귀는 거 아냐? 이 ×××놈아!’

짖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들쑥날쑥 들락거리더니 도로 가슴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뭣이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당장 이혼해! 대답을 안 한다 이거냐?”

육중한 남편의 주먹이 그녀의 가슴과, 배, 얼굴을 수없이 강타를 했다. 준형은 팔짱을 끼고 그녀가 맞고 있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엄마 그만 때려요. 아버지 나빠요! 왜 엄마를 때리는 거여요.”

보다 못한 영준이 제 아버지의 주먹을 몸으로 받으며 울부짖었다. 퍽하는 큰소리와 함께 영준이 그녀 앞에서 거꾸러졌다. 영준이 다시 날아오는 주먹을 몸으로 막아냈다.
 
“영준아, 아무 말 하지마. 영준아!”

그녀는 안타까움에 영준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이것들이 초상이 났나. 울긴 왜 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남편의 노기가 날카로웠다. 준형은 식탁에 가서 의자를 가져다 영준과 그녀가 우악스런 주먹에 몸이 낙엽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준형에게는 문을 잠가놓고 잠을 자버린 어머니의 잘못이 큰 것이었다. 당연히 맞을 짓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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