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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 [사랑도둑] 남편의 선물 1

임서인 | 기사입력 2015/06/30 [17:26]

연재소설 - [사랑도둑] 남편의 선물 1

임서인 | 입력 : 2015/06/30 [17:26]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영준을 끌어안고 남편의 주먹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남편은 기어이 이혼을 할 것이다. 남편보다 천하에 강자가 와서 이혼을 말린다 해도 절대 말리지 못할 것이다. 참아내는 것이, 짖지 말고 있어야 준형과 영준의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기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울지도 않았다.

“여보, 이혼은 안 돼요.”

그녀는 뼈가 저리도록 아픈 것을 참으며 머리를 깐닥깐닥거렸다. 말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이혼을 하면 집을 허는 거여요. 집을 허는 어리석은 남자가 되고 싶은 거여요? 문을 잠가놓고 잠이 들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여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여보.”

“이렇게 쳐 맞고도 고상을 떨겠다는 거냐? 악을 써보란 말야. ××년아!”

다시 남편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선영은 절대로 악!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버팅기는 것이 남편을 이긴다. 남편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강하다.

“엄마, 이혼해 줘, 저 인간하고 나도 절대 살고 싶지 않아.”

“안 돼 준형아, 입 다물어 제발!”

“저 인간!”

남편이 선영에게 돌아서 의자에 앉아있는 준형에게 다가갔다. 의자를 쓰러뜨리자 준형이 나가떨어졌다.

“어미년이 자식 교육도 똑바로 가르치지 못하고 제 아버지에게 대들게 해? 기가 막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선 남편은 사정없이 그녀를 개 패듯했다. 절대 선영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준형과 영준을 껴안고 살려면 남편의 돈이 절대 필요했다.

짖지 못하는 어미 개와 진심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한데, 그 이상한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한 아이나, 좀 모자란 아이로 보는 것 때문에 사는 것이 당황스러운 덜 자란 어른, 덜 자란 어른과 냉정한 아버지 사이에서 눈만 왔다갔다 눈동자가 고정되지 않은 가여운 강아지, 그 강아지가 컹컹 두어 번 짖더니 어미 개품에서 바들바들 떨며 더 이상 짖지를 못한다.

양복 입은 독사가 그녀를 물고, 두 아들마저 물었다.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강력한 열정으로 승승장구하는 뱀, 자신의 독에 물린 가족들에게 죄책감이 전혀 없다.

세련되고 멋들어진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남편을 보고 아파트 여자들은 부러워했었다. 주차장에서 여자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태도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뛰어난 포장술에 남편은 아파트 안에서 평판이 좋았다.

그 양복 입은 세련된 독사의 양복 단추가 툭툭 서너 개 떨어져 나갔다. 걷어 올린 와이셔츠 소매로 땀을 연신 닦아낸다. 그녀가 백화점에서 비싸게 주고 산 장식용 단추는 걷어 올린 소매에 묻혀 떨어지지 않았다. 붉게 충혈 된 눈동자가 번뜩거리며 온 거실을 휘저었다. 선영은 남편의 눈동자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영준을 품에 꼭 껴안고 아무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준형에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라고 눈짓을 하여도 매서운 주먹으로 머리를 내리쳐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그녀는 남편을 멈추게 해야 했다. 다행히 심신이 피곤해졌는지 남편이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틈에 준형이 자신의 방으로 도둑고양이처럼 발소리를 죽이며 동생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녀는 쑤시는 삭신을 추스르며 일어났다. 입술이 터지고 피가 번졌지만 손등으로 문지르고 피 묻은 손등을 옷에 쓱 문질렀다.

현관 앞에 있는 장도리와 망치를 얼른 집어 들고 베란다에 있는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종종 걸음으로 부리나케 현관으로 달려가 현관문을 낑낑거리며 들어 맞추려했으나 무거워 여러 번 몸이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맞추었다.

남편은 예전에도 그런 것처럼, 그녀가 종종거리며 넘어진 의자를 부엌에 가져다놓고 남편이 집어던진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도 별 말이 없다. 깨진 것을 쓸어 쓰레기통에 버리며 힐끔힐끔 남편을 보니 넋이 나간 듯 조용했다. 폭풍이 지난 자리의 고요함이었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남편의 잠옷을 침대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아침에 입고 갈 와이셔츠와 감색 양복을 꺼내 장롱 손잡이에 걸었다. 손수건과 양말은 침대 옆 조명등 옆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방에서 나오자 남편이 일어났다. 남편의 콧등에는 땀방울이 맺혀있다. 현관 문 앞에 놓아둔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손에 누런 봉투를 들고 나왔다.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리느라 식탁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남편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녀 앞 의자에 앉더니 누런 봉투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손으로 누런 봉투를 누르며 그녀 앞으로 쑥 밀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녀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혼서류야. 당신도 이렇게 사는 것이 지긋지긋 할 거야. 아마 내가 지겹겠지. 나도 지겨울 때가 있으니. 준형이 엄마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안정시킬 수 없어. 당신만 보면 부아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우리 더 망가지기 전에 갈라서자.”

차분하게 남편이 말했다. 선영은 두말 하지 않고 누런 봉투를 손으로 들어올렸다.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이 이 선물을 가져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해야 했다.

남편이 식탁에 손을 짚으며 일어섰다.

“네 아버지가 물려준 이 집 팔아서 아이들 가르치고 살아. 너에게 양육비 한 푼 줄 수 없어. 설마 나에게 위자료 달라고 하지 않겠지?”

순간, 선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지역보다 분당의 집값이 비싸다 하지만 집을 팔아 아이들을 키우라는 말에는 화가 났다.

1년 전에 남편의 친구 정호에게서 들은 말이 있다. 남편은 2년 전부터 산행에서 알게 된 여인에게 방을 얻어주었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신경 쓰라며 제수씨를 위해서 말해주노라고 했다. 그녀에게 주는 생활비보다 그 여자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썼을 것이라 생각하니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선영은 일단은 잠잠히 있기로 했다. 남편에게 커피를 끓여주려고 주전자에 물을 담았다. 그 모습을 보고 그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그의 말과 행동은 보통의 남편과 다를 바 없었다.

남편에게 수모를 당하고 난후에도 그녀는 모든 감정을 억제하고 오로지 남편밖에 이 세상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노라고 연기를 해야 했다. 자신은 그의 분신을 낳아 준 여인이고, 그 아이들의 엄마이며 조강지처였다. 그 생활비마저 받지 못하면 그 여자에게 쓸 거라 생각하니 자존심을 감추어야 했었다.

그녀는 정호가 말해주지 않았어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주말 부부로 동거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었다. 주말에 외박이 잦은 그의 뒤를 밟았다. 준형이 소형 녹음기를 승용차 안에 몰래 설치했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그녀는 귀를 의심했다. 다른 남자가 남편의 차속에서 어떤 여인과 대화를 한 것이 아닌지.

여자를 향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남편의 열렬한 구애에 선영은 절망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남편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사랑이 가득 담긴 남편의 목소리는 음악처럼 감미로웠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는 그녀는 남편이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몰랐다. 자신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남편의 모습에 낙담을 하며 하염없이 울었었다. 사랑이란 저토록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로구나! 그 후 남편의 목소리를 촉촉이 젖게 하지 못한 자신의 샘물뚜껑을 닫고 말았다.

자신은 비굴할 정도로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갖은 애를 써도 얻지 못했는데,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남편에게 도도하게 굴고 있었다. 남편은 여자의 가족들과도 왕래를 하며 여행도 다니며 식도락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는 당장 이혼해 주고 싶었다. 그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자신은 준형에게 욕과 구타를 당하면서 지옥과 천국을 오고가는 동안 여자와 남편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남편의 무정함에 방귀도 트지 못했다. 참고 참았다가 남편이 보지 않은 곳에서 뀌곤 했다. 처녀 적에 다친 한쪽 눈이 거의 실명직전이라는 말도 20년을 살면서 말하지 못하고, 아직 신경이 살아있어 각막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가 없었다.

선영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남편은 방으로 들어갔다.

누런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뻔해 식탁 한쪽으로 집어던졌다. 그녀는 던져진 누런 봉투를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쉽게 이혼해 주지 않으리라. 선물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선물을 준 남편에게 보답의 선물을 주기 위해 박제처럼 움직이지 않고 턱을 괴고 궁리했다.

드륵드륵 무엇을 끄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남편이 커다란 가방을 끌고 현관문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선물을 준 주인이 떠나겠다는데, 이미 떠나버린 남편을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데, 붙잡아야 하는 이유를 빨리 생각해내야만 했다. 신발을 신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 아버지라는 명분 외에는 더 이상 남편을 붙잡아야 할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 명분만큼 큰 게 있을까? 20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아이들 키우며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느냐고 따져볼까? 하다가도 그 명분도 별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돈 벌고 자식 키우느냐고 말하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떤 것보다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사랑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도 없다. 처음부터 사랑은 두 사람에게 존재하지도 않았기에.

그런 바람은 사십 대의 나이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고서 눈 딱 감아 줄 테니 그냥 살자고 할까?

선영이 남편을 붙잡을 명분을 더 이상 찾지 못하는 사이 남편은 부서진 현관문을 한쪽으로 치우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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