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단편소설 ] 사라리6회

박죵규 | 기사입력 2015/09/22 [13:33]

[단편소설 ] 사라리6회

박죵규 | 입력 : 2015/09/22 [13:33]

 [단편소설] 사라리 6회

                                      박종규

 

 

섬 날씨는 예측이 어렵다. 나는 참고인 란에 서명하고 선착장으로 돌아왔으나 바람이 뱃길을 막아버렸다. 선착장 근처 여관에서 바람이 자기를 기다린 지 이틀 만에 뱃길이 난다. 여객선 물길을 타고 항구를 벗어나자 멀리 도리산 전망대가 가물가물 잡힌다. 꿈으로, 현실로 만났던 일들이 새삼 도리산 주변을 맴도는 듯하다.

 

  2층 갑판에는 바다낚시를 즐기고 육지로 향하는 낚시꾼들이 북적이고 있다. 그들 속에 섞여 있던 한 젊은이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허름한 차림에 보릿대 모자를 쓴 모습이 여느 낚시꾼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는 내 앞에 서더니 히죽 웃는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다.

 

  “안녕하세요?”

 

  “예, 누구시지요?”

 

  그는 대답을 하려다가 멈칫거리더니 되묻는다.

 

  “선생님은 도리산을 오르셨나요?”

 

  “아, 예 올랐지요. 사라리 분이셨군요!”

 

  모자챙 아래서 번뜩이는 눈빛이 예사롭잖다. 눈빛이 바뀌니 얼굴이 바뀐다. 본 듯한 얼굴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그에게서 풀 향기가 난다. 이 사람은 산사람일까?

 

  “도리산 전망대에서 무얼 보셨나요?”

 

  그는 멀리 도리산을 바라보면서 나직이 묻는다. 나도 시선을 도리산 방향으로 보낸다.

 

  “참 좋은 곳이었어요. 특히 새벽의 붉은 여명이…….”

 

  어떤 대답을 기대한 걸까. 자기가 원하는 답은 아닌 듯, 그는 배시시 웃으며 짙푸른 바다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풀 향의 정체를 알고 싶어 묻는다.

 

  “도리산 다녀오세요?”

 

  이윽고 그가 돌아서는데 바닷물에 반사된 햇빛 때문일까, 눈에 안광이 강렬하다.

 

  “예, 여근 내 고향이고, 난 봄을 맞으러 갔어라. 그런데 내가 기다리던 봄은 아니었지라. 겨울이 아적 남아있어서…….”

 

  나지막한 젊은이의 음성은 파도에 실려 온 바람 소리 같다. 지금 겨울의 흔적은 없다. 그가 기다리던 봄은 무엇일까.

 

  툭, 툭, 투둑, 툭!

 

  그때. 젊은이가 손바닥으로 배의 난간을 잇달아 두드리는데 그 리듬이 귀에 익숙하다.

 

  “박 선생님, 일출만 찍는 이유가 있습니까?”

 

  “나를… 어떻게 아십니까?”

 

  그는 또 배시시 웃는다. 하지만, 웃는 표정에는 젊은이답지 않은 깊은 회한이 깃들어 있다. 젊은이는 눈짓으로 자기의 물음에 답해 달라 하고, 나는 도리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혼잣말처럼 대답한다. 

 

  “새벽 바다에 서면 늘 운명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뿐 아니라 우리 살아가는 세상까지도 요. 태양은 매일 새롭게 떠오르지 않습니까? 마치 잘못된 운명을 바꿔주기라도 할 것처럼.”

 

  헌데 그가 두드리던 리듬이 자꾸 귓전에서 맴돌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도리산을 좋아한다던 조병석이 떠올랐다.

 

  “아니 그럼, 당신은 조병석씨?”

 

  그는 어느새 등을 돌려 아래층 계단 입구로 사라졌다. 이 사람은 조병석일 것이다. 나는 급히 아래층으로 뚫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ㅡ끝 ㅡ

 

 

 

 

 

[박종규 소설가]

 

- 전 문학동인 글마루회 회장  /전 에세이스트문학회 회장 / 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현 한국문인협회 문협진흥재단설립위원 / 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수필집<바다칸타타),<꽃섬>  /소설집 <그날>  / 장편소설<주앙마잘>,<파란비 1.2>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알리고 계몽하겠습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메인사진
미식 여행지 고흥, ‘녹동항 포차’에서 추억을 쌓아요
1/23
연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