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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단편소설 ] 잭팟 터트리기 3회

박종규 | 기사입력 2015/09/30 [16:55]

[박종규 단편소설 ] 잭팟 터트리기 3회

박종규 | 입력 : 2015/09/30 [16:55]

 [박종규 단편소설] 잭팟 터트리기 3회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빛과 음악, 화려한 쇼 등 볼거리로 충만하여 21세기 황홀경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곳은 고조된 인류 문명의 끝장이나 다름없어서 밤늦도록 스케줄이 이어졌지만, 나의 마음은 오로지 카지노, 잭팟에 가 있었다.

 

내가 점령군 사령관에 등극할 것 같은 기분으로 카지노에 들어선 시각은 4월 둘째 주 첫날이 되는 새벽 1시 30분께였다. 잠이 부족한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다음 스케줄이 부담되었는지 그냥 올라가서 자자고 짜증을 냈다. 그러나 나에게는 러플린에서 딴 200달러가 있었다. 그 돈은 바로 잭팟을 터트릴 마중물이었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으니 그 돈만큼만 하고 들어가자. 이 시간 기다린 걸 잘 알지 않아? 물론 허황한 꿈일 수 있어, 다만 내가 한 건 해서 즐거워하는 당신 모습을 한 번 만이라도 보고 싶어.”

 

  간신히 타일렀다. 지나의 예언대로 잭팟이 터질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단단히 붙잡은 것이다. 이런 일 앞에는 늘 반신반의하곤 했다.

 

그 반신반의가 내게로 오는 행운을 막았던 것은 아닐까? 돈을 많이 벌고 싶었음에도 돈 많은 재벌들의 흠집만 찾으려 했다. 돈을 벌려면 돈을 사랑하고, 재벌이 되고 싶으면 재벌을 존경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지금 내게는 무언가 전과는 다른 기운이 있다. 더구나 점성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과학이 아닌가.  

   

  게임기 앞에 앉았다. 너무 늦은 시간 때문인지 주변에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내 옆에 서서 자야 할 아까운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주의 깊게 언리미티드 슬롯머신(배당에 제한이 없는 옵션)을 고른 다음 2불짜리 배팅을 시작한다. 언리미티드 슬롯은 한 개의 호텔이 아닌 블록호텔 즉, MCM, 미라지호텔, 트레이져아일랜드 등이 묶여 연합해서 돈을 누적시킨다.

 

언리미티드 슬롯을 한 게임 할 때마다 일정 금액이 쌓이는 방식이다. 계속 금액이 쌓이는 것은 기계 상단에 잭팟 액수로 표시된다. 잭팟을 터트리면 그동안 쌓인 불록 호텔의 모든 금액을 다 받는 거다. 내가 앉은 슬롯에는 1,500만 달러가 표시되어있다.

 

  가슴이 조리는 건지 떨리는 건지, 호흡을 가다듬고 옷소매를 걷는다. 3번째 배팅, 힘껏 잡아당기니 엑스 라인이 일치하며 우두 두둑! 열 배가 터진다.

 

옆자리에서 로봇 팔처럼 연신 코인을 넣고 당기고, 담배를 피워대던 현지인이 깜짝 놀라 돌아본다. 키 작은 동양 사람이 앉자마자 빵 터지는 소리를 냈으니 놀랄 만도 할 것이다. 이런 일이 또 터지다니! 하지만 내게는 대수롭지 않은 승리였다. 이 정도는 나의 기대치가 아니었다. 오백 원짜리 복권 한 장 당첨된 적이 없었던 내가 묘한 흥분 속에 배짱이 두꺼비처럼 커지고 있었다.

 

  카지노에는 네 가지가 없다고 한다. 창문이 없고, 시계가 없고, 휴대폰 등 전자장비가 없고, 거울이 없다고. 창문으로 드는 햇빛을 차단하여서 해가 저무는지를 모르게 하고, 시계를 없애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고, 전자 장비를 없애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배재하고, 거울을 없앰으로서 자기의 이성을 되찾지 못하게 한다. 대신에 특급 호텔도 숙박비가 싸다.

 

사람을 비정상적인 흐름으로 몰아가 가진 돈을 몽땅 털자는 시스템이다. 대신 산소를 30% 정도 공급함으로써 머리를 맑게 해준다. 지쳐서 고만두지는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오로지 점성 신앙에만 매달린 사람이었다.

 

  서비스 맥주를 한 잔 받아 마신다. 곧 잭팟이 터질 것이다.

 

아내의 시선을 의식한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손잡이를 잡는다. 옆자리의 아내는 그만 들어가자고 또 재촉한다. 허탕이다. 또 허탕이다. 집사람을 의식하면 여지없이 허탕이 나왔다. 아내가 없어야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재촉하고, 허탕이고, 재촉하고 또 허탕! 허탕! 시간은 너무 빨리 갔고, 우리 부부의 실랑이 속에 게임은 이기고 지고를 거듭한다. 주변의 게이머들은 손놀림이나 표정에서 프로들 같은데 혼자만 아마추어처럼 손길이 어설프긴 했다. 하지만 나는 기가 충천해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아마추어가 프로들의 콧대를 꺾어 놓을 테니! 코리언의 매운맛을 보여 줄 테니!

 

 

 

[박종규 소설가]

 

- 전 문학동인 글마루회 회장  /전 에세이스트문학회 회장 / 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현 한국문인협회 문협진흥재단설립위원 / 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수필집<바다칸타타),<꽃섬>  /소설집 <그날>  / 장편소설<주앙마잘>,<파란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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