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7회

임서인 | 기사입력 2016/08/15 [13:54]

[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7회

임서인 | 입력 : 2016/08/15 [13:54]

 

 

 

 

[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7회

 

 

음식점 안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대선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여당, 야당이 그들 대화 속에서 양념처럼 버무려지고, 간혹, 종북, 빨갱이, 이번엔 여자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삽겹살에 지글지글 볶기다가 발딱 일어섰다. 독재자 딸이라는 말이 소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들리고, 결국엔 절라도, 갱상도 새끼라는 격한 말이 나오고 있었다.

 

앵초가 앉아있는 건너편 남자들은 술이 거나해지자 전라도 사람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술안주로 안 나오는 곳이 없나봅니다. 하하하.”

 

사내는 못마땅해 건너편 남자들을 쏘아보고 있는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저 새끼, 분명히 갱상도 새끼일거여요.”

 

“아니, 곳고리님도 그런 험한 말을 하실 줄 알아요? 댓글다는 손만 거친 줄 알았습니다. 사진 속 앵두같은 요염한 입술로 감히 그런 말 못 하실 줄 알고 일부러 찾아온 것입니다. 내가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자가 전라도 여자였는데 나를 배신하고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알 수가 없어요. 혹시나 그 여자인가 하고 전라도 여자만 보면 시비를 걸었는데, 곳고리님도 전라도 욕하면 몹시 싫어하시더군요. 그 여자는 내가 전라도 욕했다고 나를 떠났어요. 지역감정 일으키는 내가 사내도 아니랍니다. 전라도 여자를 절대 며느리로 삼을 수 없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했던 여자였는데 말입니다. 절라도 여잔 다 그럽니까? 절라도 여자는 경상도 남자 욕하지 않습니까? 곳고리님도 아리랑으로 험한 댓글로 욕하지 않았습니까?”

 

사내의 말이 비틀거리며 앵초에게 시비를 걸었다.

 

“온통 인터넷에서 대선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전라도, 경상도 욕하는 글을 많이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예민해집니다. 우리 같은 민초들은 먹고 사느라 코가 빠져있는데,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시잖습니까? 정치가들이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놈들 농간에 우리는 좌,우로 나누고, 동,서 지역으로 나누어서 개거품을 물고 싸워대고 있지 않습니까? 보십시오. 경상도 출신 대통령들이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맥주잔을 탁 놓는 앵초의 말소리가 컸다. 그 소리를 옆에서 술을 마시던 남자들이 들었다. 그 중의 한 남자는 주인 여자가 앉아있는 계산대로 비틀거리며 나가고 한 남자가 앵초 곁으로 다가왔다.

 

“여기도 빨갱이 년이 있었네. 박정희대통령이 술 마시며 히히덕거리도록 잘 살게 만들어준 거나 알면 그 주둥이 닥치고 있어!”

 

남자의 굵은 목소리는 단호하고 힘이 있었다. 앵초는 분해서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사이, 사내가 남자의 팔을 붙들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앵초는 반이나 남아있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내가 앵초의 거동을 눈여겨보며 자리에 앉았다.

 

“오나가나 정치이야기, 지역감정이야기 문제가 많아요.”

 

“늙은 도령님도 그러는 거 아닙니다. 나를 만나서 화해하려고 왔으면 이런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아야지요. 기분 나빠서 더 이상 늙은 도령님과 상대도 하기 싫습니다.”

 

앵초의 혀가 꼬부라졌다.

 

“절라도 여자들이 그렇지, 상대하기 싫으면 마세요. 그녀도 날 버리고 가고 곳고리님도 싫다면 어쩔 수 없지요. 누가 절라도 여자 아니랄까봐.”

 

사내가 계산서를 들고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앵초의 번뜩이는 눈빛이 이글거리더니 사내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전라도 여자? 끄떡하면 전라도 여자라고? 그러니 니 놈이 배신당하지. 배신당해도 싸네.”

 

사내는 그녀에게 일격을 당하자 몸을 획 돌렸다. 그의 눈빛이 성난 야수처럼 변하며 금방이라도 그녀를 잡아먹을 듯 했다.

 

“맞잖아. 절라도 것들은 뒤통수 때리는 달인인거.”

 

“뭐라고? 갱상도 것들이 뒤통수 때리는 달인이지 개새끼야!”

 

“뭐? 개새끼! 이런…….”

 

앵초와 사내의 몸이 엉키며 테이블이 쓰러지고 의자가 넘어갔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말렸지만 그녀와 사내는 격하게 싸워댔다. 주인이 경찰을 부른다고 협박을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헐뜯으며 분노를 쏟아냈다.

 

앵초의 긴 머리카락이 사내의 손에 농락을 당하고, 앵초는 앙칼지게 악! 소리를 내면서도 사내에게 덤볐다. 이 대한민국이 전라도 아니었으면 왜놈에게 넘어갔었을 거라며 앵초는 사내의 팔뚝을 이로 물어뜯었다. 사내는 이 독종 같은 절라도 종북년이라고 욕을 내뱉고, 사내의 눈이 시뻘개서 머리카락을 흔들자 격한 앵초의 눈에 젓가락이 몽둥이처럼 크게 보였다.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사내의 팔뚝에 힘껏 꽂자  젊은 여자들이 소리를  질렀다.

 

순식간의 아수라장이에  주인 여자가 사람들을 문밖으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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