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17

임서인 | 기사입력 2016/12/18 [21:53]

[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17

임서인 | 입력 : 2016/12/18 [21:53]

 

 

 

 

[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17

 

 

시골로 내려온 천만은 눈을 거의 뜨지 못하고 있는 해덕에게 앵초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말로도 해덕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라 그의 머리맡에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그가 아는 해덕은 웬만한 고난에 굴하지 않는다. 이런 실의에 찬 모습은 뜻밖의 모습이라 당황했다. 워낙 그의 포부와 기대는 컸고 알찼다. 그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해덕의 손만 만지작거렸다.

 

성민이 그들을 찾아왔다. 앵성과 흔랑 사람들 중에 농지를 팔겠다는 사람이 있어 계약을 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천만은 그런 성민이 계약을 하게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집에 있는 창고로 뛰어 들어가 삽을 들고 나왔다. 성민과 같이 왔던 사람이 천만의 모습을 성민에게 휴대폰으로 알려와 성민은 차를 타고 급히 정읍 시내로 내뺐다.

 

며칠 후, 해덕은 오랜 실의에서 정신을 차리고 음식을 입에 대었다. 그는 마루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니 덧없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흐르듯이 인생이 흘러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앵초에 대한 사랑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며 사는 것이 진실이며, 그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하늘의 뜻이란 생각이 들며, 앵초를 기다리는 것조차 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난을 견뎌 반드시 이 마을로 철수도 돌아오고, 영희도 돌아와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리라 다짐했다.

 

"너는 어서 오너라......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그는 힘없이 뇌까렸다. 늘 애송하며 마음에 두었던 시의 한구절을 읊으니 절로 힘이 솟아낫다.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해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곳고리 소리련가? 앵초의 소리련가? 분명 또렷한 소리였다. 옆을 보니 앵초가 방긋 웃고 서있었다.

 

“앵초야!”

 

해덕은 두팔을 벌렸다.

 

“어서 와. 나에게 안기렴. 내 사랑 앵초야. 앵초야.”

 

해덕이 두 팔을 벌려 앵초를 으스러지도록 안았다. 그녀는 드디어 그의 품에 안기었다는 감격에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해덕은 앵초의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안해, 오빠. 오빠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곧바로 오지 못했어.”

 

“아냐, 이제라도 내게 온 네가 고마워. 사랑해. 앵초야!”

 

“오빠!”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한 그였다.

 

“오빠, 내가 누구를 데리고 온지 알아? 경수오빠야. 오빠의 꿈을 이루게 도와줄 알리딘의 지니야. 경수오빠 들어와요.”

 

앵초가 대문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건장한 중년 신사가 들어와 해덕을 와락 껴안았다.

 

“이놈의 자슥, 사내 자슥이 질질 짰다면서? 못나게스리. 못난 모습 실컷 구경하고 살라고 아예 짐 싸가지고 저 가스나랑 함께 내려왔다. 내가 너랑 저 가스나 책임져야 한다고 하더라. 내가 이 궤변에 넘어가서 환장하겠다.”

 

경수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해덕은 해벌쩍하게 웃으며 경수를 껴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자네 잘 왔네. 고마우이. 이제 난 살아난 건가? 다시 나무랑 꽃을 이 마을에 심을 수 있는가? 곳고리 높이 날며 노랫소리 아침마다 들을 수 있는겐가?”

 

해덕은 앵초와 경수를 번갈아 껴안으며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 수십 대의 트럭에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와 순식간에 나무와 꽃을 심었다. 누가 보냈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일을 마치고는 사라졌다. 후에 태진이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수의 도움으로 농촌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기업과 1촌을 맺고, 전통문화, 역사관, 문화관, 교회, 정념거래소, 집회실, 극장, 우체국, 은행을 지었다. 두 마을이 꽉 찼다.

 

경수와 천만은 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을 초청했다. 아직 나무가 울창하게 되려면 몇 년이 흘러가야겠지만 그들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차있었다.

 

마을 회관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건물 앞에서 행사를 하기 위해 앉아있었다.

 

식이 시작되고 해덕이 인사말을 하기 시작하고 끝날 무렵, 한 대의 차가 들어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낯선 사내와 여자였다, 도시로 간 이 마을 사람은 아니었다.

 

앵초가 그들을 알아보고 달려갔다.

 

“늙은 도령님!”

 

“곳고리, 나도 여기서 살려고 왔어요.”

 

그는 환하게 웃으며 해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싸운 후로 늙은 도령은 곳고리에게 꾸준히 댓글질로 싸움을 걸어대다가 곳고리가 시골로 내려간다하니 모든 것 정리하고 내려온 것이다. 해덕은 그를 두 팔려 환영해 주었다.

 

광장에 풍선이 두둥둥실 떠다니며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하늘로 풍선을 타고 날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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