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김기수
목욕재계 후 저승 행 옷으로 새 단장이다 링거줄처럼 마른 당신의 육신은 그간 최소한으로 유지해주던 포도당이 그 마지막 한 방울을 혈관에 떨구고 삼배적삼 봉황무늬 수의의 옷고름을 맨다 엄숙함과 근엄함은 철저한 사치다 그의 미망인이 견딜 수 없이 몸부림치자 염꾼은 얼굴을 감싸기 전 주검께 마지막 인사하라 한다 득도한 평화의 얼굴은 차디찬 냉기와 뒤섞여 수 만 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극도의 오열로 바뀐다 남자가 울어야 할 세 번 중에 최고조의 클라이맥스라 심중의 억누름에 무한중력으로 떨어져 감히 발산조차 못하더라
죽음이란 시간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 역방향이 없는 시간은 아버지의 승차권을 편도로 발권한다
장남, 머슴, 황소, 제사, 쇠스랑, 논밭뙈기, 결혼 3남2녀, 자식교육, 담배총대, 보증, 노인회장, 틀니 어지럼증, 영동요양병원 등 수많은 역을 지나 평인들이 누렸을 언어들을 모조리 버리는 날 어느 성좌의 별이 되어 편도로 가는 날 닫힌 눈꺼풀 사이로 청춘의 눈빛이 반짝 보인다 관중에게 生命을 유전하고 시공을 옮기는 중 말끔히 면도된 양 볼을 쓰다듬으며 무성의 哭과 유성의 哭으로, 차마 배웅을 하는데 ‘아이고~ 아버지’ 외마디 비명은 암흑성의 질량으로 침몰하고……
지금 밖은 사월 봄의 향연이 난무하는데 아버지, 평온의 세상에서 영생하소서
*(2017.4.18. 7:45 ~ ∞)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카페 '시와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계간 가온문학회 회장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일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문예공모 시 부분 장원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 '서울 시인들'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는 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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