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자 詩] 얼룩지는 자아
고현자 시인 | 입력 : 2019/09/15 [16:57]
얼룩지는 자아
/고현자
축제의 마지막 시간 보금자리를 찾아서 떠났다 남아있는 냄새가 아리다
출렁이던 쏭강이 빗줄기에 흥건하듯 담겨있는 빈 밥그릇만이 헹궈 내기도 못내 아쉬운 듯 질번하니 자리를 웅크리고 있다
텅 빈 벽에 붙어 있는 텔레비전만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음성으로 희번덕이고 귓볼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숨소리가 남아 심중을 관통하니 홀로 서 있는 그림자가 아프다
베일에 가려진 존재가 맵다 고도의 깜박이는 등불같이 한도를 사이에 두고
수없이 많은 날을
수도승처럼 수행해야 할 것이다
후덥지근한 열대우림의 우기 내내 온 세상이 내것인듯 빠르게 뛰던 맥박 분내를 풍기며 풀어 저치던 가슴자락 안으로 움크린다
멍하니 아닌 듯 바라보고 있는 내 눈 속에는 직전의 형상만이 미련하여 얼룩지고 있다 공기의 움직임마저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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