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詩] 달새
김명숙 시인 | 입력 : 2017/07/13 [09:32]
달새
김명숙
환한 보름달을
그리워하는 새가 있었다
달에게 가기 위해
새는 날마다
날고, 뛰고, 구르기를 반복했다
깃털이 다 빠지고 피멍이 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달을 사모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몰골은 추해져만 갔다
뭇 새들의 입방아와 손가락질에도
새는 달만 생각하기로 했다
달이 둥실 떠오른 밤,
고요하던 숲이 술렁댔다
미농지같이 엷은 어둠을 타고
가만가만 내려오던 달빛
거미줄에 걸려 반짝, 그네를 탄다
기다렸다는 듯
거미줄을 튕기며 화음을 넣는 바람
구름에 숨었던 달이 얼굴을 내밀자
지금껏 해오던 날갯짓 보다 더 힘찬
날갯짓으로 달새는 날아오르고
여태껏 불렀던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날개가 꺾여 더 이상 날 수 없고
목소리가 쉬어 더 이상 노래할 수 없어도
달새는 행복했다
샛별마저 숨은 새벽녘
동튼 자리에
달새의 깃털만 두어 개 휘날렸다
그날 이후,
달새를 본 이가
아무도 없었다.
김명숙 시인
프로필
*시인, 아동문학가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문학의 전당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가곡 33곡/ 동요 65곡 발표
*제54회, 57회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 날" 작시
*제60회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 작시
*수상: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창세평화예술대상, 도전한국인상 외 다수
*이메일:sunha3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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