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코리아타임즈= 윤진성 기자]"물속처럼 고요한 집 안에 TV 소리가 둥뚱 떠다녔다. 바깥에 나다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TV 뉴스를 보면 안다던 희주는 노모가 TV를 틀어 놓고 하염없이 보고 있으면 반드시 돌아왔다. 노모는 멍하니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노모에게 TV는 매일 딸을 기다려야 하는 긴 시간을 잡아먹어 주는 고마운 괴물이었다."(127쪽)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부유하는 혼'이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부유하는 혼'은 지난해 12월 네이버웹소설 사이트에서 총 24회로 성황리에 연재를 완료했다. 저자인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 황희씨는 '사람의 몸은 대문 없는 집'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작가의 말처럼, 대문 없는 집인 사람의 몸을 들고 나는 저쪽의 존재와 이쪽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를 잊지 못하고 엄마처럼 소설가가 되려는 일본의 딸, 그리고 이제는 옛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은 치매 엄마를 모시고 사는 한국의 딸이 이야기의 두 축이다.
이와 함께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영적인 능력자에게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배운 여자가 자신의 몸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것이 두 축을 연결한다. 아내를 찾으려는 남편의 집요한 추격, 왜 추격당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자매의 피폐해진 삶 등 끊임없이 사건이 이어진다.
"듣고 보니 묘한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인연엔 반드시 어떤 일이 벌어진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인간의 머리로는 풀 수도, 상상할 수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의아했던 인연의 실체가 드러나는 법이었따. 조금만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 그 때 그래서 그렇게 된 거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다. 살다보면 시간이 지난 후에라야 이유를 알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와 비교해보는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다."(191쪽)
저자는 "나는 떠난 것들은 무엇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돌아온다고 믿는다"며 "내게서 떠난 것들이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슬픔은 옅어지고 공포는 깊어진다"고 말했다.
"돌아올 때엔 사람의 형태일 수도 있고, 무형의 감정이나 타인으로부터 받는 위로, 혹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유기견이나 유기묘, 혹은 불행의 탈을 쓴 기회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의미를 갖는다." 376쪽, 해냄출판사, 1만4000원.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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