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한다
백 학
조용히 입술을 벌리는 꽃들아 온몸을 흔들며 화답하는 풀잎들아 잘있었느냐 밤새 내 가슴을 뒤 흔드는 바람속에서도 내내 안녕하였느냐 간다
나는 숲풀속 낼름거리는 환락의 혓바닥을 향해 차마 미련도 없이 빈 집의 구석방을 떠나려 한다
밤들아 온통 하얗게 다가오던 불면들아 너희가 풀어 놓았던 어둠은 정녕 내 쓸쓸한 영혼을 감추지 못하였으니
나의 이별은 그리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는 일상의 일과처럼 손 흔들자꾸나
나무들아 그러나 내 가난 했던 유년처럼 남루한 의상을 버리지 못하고 질기게 따라붙는 미련들아
간다 가자 그 곳인들 어찌 내 욕된 몸뚱이를 숨길만한 감상의 망토가 없것냐마는 이미 오래전 부터 빛 바랜 사진 빈약한 사상의 보따리라도 꾸리자 꾸나
간다 가자 망각이여 저 숲풀속 멸사의 외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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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식=백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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