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기자] 남북 정상회담 후인 북한은 1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유엔 대북제재 이후 대폭 축소된 자국 영공 개방을 포함한 국제항로 신설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ICAO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3월경 ICAO에 국제항로를 개설하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전달했다. ICAO 관계자는 동아일보의 서면 질의에 “북한이 여러 지역을 넘나들 수 있는 항로(Trans-Regional routes) 개설을 요구했다"고 2일 단독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의 질의에 ICAO 관계자는 "이를 위해 ICA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럽 및 북대서양 지역 회원 국가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ICAO는 북한이 요청한 구체적인 항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영공을 지나는 항로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ICAO가 우리 정부에 북한의 요구에 대한 검토 의견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 항공사에 자국 영공을 열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북한이 ICAO에 요구한 국제항로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 우리 영공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엔 대북제재 이후 노선은 대폭 축소됐다.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지난해 북한의 잇단 핵도발로 ICAO가 북한 영공 주변의 위험성을 경고하자 주요 해외 항공사도 우회해 비행하고 있다.
한국도 북한 영공 개방에 따른 경제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평양 비행정보구역(FIR)을 개방하면 국내 항공사들은 연간 약 160억 원의 유류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항공사가 북한 영공을 통과할 경우 인천∼미주 노선의 경우 약 200∼500km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북한의 영공 개방 의지로 인천∼평양, 인천∼삼지연 등을 연결하는 남북한 직항로 개설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 당시 남북은 백두산 관광을 위해 백두산 인근 삼지연 공항까지 직항로를 개설하자고 합의했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