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자 詩] 풍경이 있는 첫눈
고현자 시인 | 입력 : 2019/02/26 [21:51]
풍경이 있는 첫눈
잿빛 무한대의 넓은 하늘에
하얀 날갯짓으로 찍어내는 발자국
심장 끝까지 움푹 움푹 패인다
세상을 다 밝힐 듯 뜨거웠던 옛사랑
소록소록 내려앉는
천상의 묵언 수행이다
탑에 걸려있는 추억
사뿐사뿐 하염없이 내딛는 겨울이면
아픈 기억들까지도
한 조각씩 사랑으로 기워 내신다
끝없이 쏟아내는 물오른 실루엣
온 몸으로 매달린
아린 편지 하나
창밖이 시리도록 외롭다
이방인처럼 왔다 가는 첫눈
숨이 멎을 듯 벼랑 끝으로 달린다
차라리
모두 내려놓은 찬란한 고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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