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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하나 준 것은 인간만사 새옹지마(3)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복재 시인 | 기사입력 2012/11/24 [15:27]

정 하나 준 것은 인간만사 새옹지마(3)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복재 시인 | 입력 : 2012/11/24 [15:27]

 

▲ 창경궁     © 소산
[문학=플러스코리아]= 오늘은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로 정 하나를 드립니다. 먼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음이든 양이든 정을 주고받지요. 하물며 동냥하는 사람에게도 정을 줍니다. ‘어쩜 저렇게 가엾을 고. 얼굴은 반반한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아····“ 하고 음식 등 도와주면서도 마음으론 짠하게 생각하는 즉, 물심양면으로 정을 주는 민족입니다.

시집가서 젊은 나이에 홀로되면 청상(靑孀)이라고 합니다. 흔히들 ‘청상과부, 청상과수’라고 부르지요. 즉 수절하는 걸 의미하지만, 그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고 요절하고 마는 슬픈 사연도 많이 있습니다. 그 뜻을 기려 열녀문이나 홍살문을 세워주었다는데, 그게 어찌 옳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청상’과 같이 어찌 보면 닮은 구석이 있는 ‘청승’으로 지칭되는 또 하나의 과부가 있지요. 과거 시댁이나 남편한테 쫓겨나는 걸 소박맞다라고 하는데, 흔히들 처량하다고 해서 ‘청승과부’라고도 부른다지요. 요즘의 이혼인 셈입니다. 또 '청승떤다'는 말도 있지요.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청상이든 청승이던 만남과 헤어짐, 나아가 정이란 무엇인가 하고 되짚어 보고, 청상과부가 된 딸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애뜻한 정과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먼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이나 사별 후, 외롭고 견디기 힘든 사람을 대신해서 필자 나름대로 올려 봅니다.

그리운 외로움

당신을 생각만 해도 그냥 좋은 거 
당신이 있는 곳에 그냥 가고만 싶어지는 거
만날 수 없지만 같은 곳에 잠시라도 서고 싶은 거
먼발치에서 나마 당신의 모습을 보는 거

하지만 단 한 번도 당신 있는 곳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무정한 당신이 꾸짖지나 않을까 하고 그게 더 두려웠나 봅니다
그래서 아직 한 번도 당신이 있는 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보고픈 당신
속절없는 세월의 아쉬움
내게서 떠나시던 날

당신과의 추억이 그리운 외로움이 되어 이렇게 쌓아 둡니다
그리움이 있기에 추억이 있기에 절망하지 않으렵니다

너무나 소중한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언제까지나
▲ 드라마 '마의'에서 단정하게 빗어 올려 쪽진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은 채 우아하면서도 슬픔을 담아낸 이미지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  청상과부 서은서 분에 조보아씨의 연기장면.  사진=방송화면캡쳐   © 소산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청상과부(靑孀寡婦) 딸 시집보낸 아부지

소산(笑山)

충청도 대막거리

시집간 딸

청상과부로 찾은 친정 집

이별 외로움

낮이나 밤이나

갓 씌우고 옷 입힌 베개

앞에 두고 중얼중얼


딸자식 안쓰러워

숯장수 목욕시키니 훤칠한 인물이여,

개밥바라기 보이는 딸의 방에

살짜기 들여보낸 후

방문도 잠궈버린 아부지


당신의 마음 알고서

미쁜사연 다솜으로 지새우는 밤


새벽, 말에 태워

"어느 고을서 산지만 인편으로 알려라."

멀리 멀리 떠나보내고

뒤돌아서서 눈물 뿌리는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여북했으면 죽었을까!”

사방에 알리고

당신 혼자 입관시켜 장사 지낸다


산천 수려한 고을

새 삶과 행복을 얻게 된 딸,

"당신의 사랑 어찌 다 말로 하오리까····"

그 사랑 너무커 울컥 치밀어 오르네

딸자식 하시도 눈에 밟혀,

과거 급제한 아들

딸 사는 고을로 부임하게 만들어

살아난 여동생과 만나게 해준다

당신께 받은 감동으로  밤 새워 울고

죽을 때까지 왕래하게 해준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     © 소산

* 이 계절 느껴보는 이야기로 전해내려 오는 걸 시로 지어 보았습니다.「청상과부 딸 이야기」는 서원대학교에서 충북 진천군 이월면의 대막거리에 사는 강병준(남, 76)에게서 채록한 것으로, 1997년 편찬한 『진천의 민속』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집필자 박명순.

반상의 법도가 지엄할 때인 조선시대 후기 아니면 1900년대 초의 실화를 위 진천에 사는 강씨의 증언으로 수록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리고 젊은 딸이 남편을 여의고 친정집으로 오게 됩니다. 그런데 그 어린 딸자식이 청상과부가 되어 친정집으로 와 머무르며, 저 세상으로 간 남편을 그리워 하고, 이 세상에서 함께 있을 때를 연상하며 베개에다 갓 씌우고 옷 입혀놓고는 마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처럼 보듬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 종알종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심정은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시렸을까요? 친정아버지는 ‘저러다 목숨을 끊는다면, 얼마나 한이 될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터진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을 물색하던 중 숯장수가 홀로 사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사람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후, 계책을 세워 행동으로 옮깁니다. 딸이 있는 방문 앞에서 매일 '으흠'하고 잔기침하면 딸이 방문을 열어 준 것에 착안하여 숯장수를 들여보내기로 한 것이지요.

이윽고 날씨가 좋은 날을 택했는데, 희미한 밤에 나타나는 샛별이 보일 때 숯장수를 대동하고는 딸 방문앞에서 '으흠' 하자 딸은 평상시대로 방문을 열어주게 됩니다. 그 틈에 숯장수를 방에 밀어 넣고는 밖에서 열쇠로 방문을 잠궈 버렸습니다. 갑자기 남정네가 들어오자 청상과부는 얼마나 놀랬겠어요. 그러나 잠시 후 아버지가 꾸민 것임을 금방 알게 되지요. 그래서 미쁜사연(두 사람이 지녔던 어여쁜 사연)을 다솜(사랑하기 전 단계)으로 밤을 지새우며 과거지사를 털어 놓았다고 합니다.

새벽이 되자, 아버지는 방문을 열고 말 두필에 태워 멀리멀리 가서 살라며, 한필에는 두 사람을 또 한 필에는 살림살이를 실어 보냅니다. 어디 가서라도 네 이름은 절대 밝히지 말고 어느 고을서만 산다고 인편으로만 전하라며, 신신당부하고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흩뿌리는 아버지였지요. 이미 딸은 죽은 사람으로 될 것이기 때문에 집으로 찾아 오거나 소문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리 한 것입니다.

친정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 딸이 베개에 갓 씌우고 옷을 입혀 종알대며 보듬고 대화하던 그 베개에 딸 옷을 입혀 천장에 매달아 놓았답니다. 아침 몸종이 이를 보고 놀라서 고하자, “여북했으면 죽었을까!” 하고 큰 소리를 내면서 집안 식구들과 동네에 자결했다고 알리라고 말했답니다. 그리곤 그 딸 옷을 두른 베개를 관에 넣고 못을 박아버리고, 그 관을 땅에 묻고 무덤을만들었지요.

딸은 숯장수와 함께 경북 상주로 가서 행복하게 살면서 친정아버지의 분부대로 인편으로만 그 고을서 잘 살고 있노라고 전했습니다. 딸은 또 아버지가 준 살림 밑천으로 장사를 하여 큰 돈을 벌게 되었고 지역유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을 수령이 부임하면 인사차 다녀갈 정도였지요.

후에 딸의 오빠가 과거에 급제하였는데, 친정아버지는 아들의 부임지를 상주로 정할 것을 소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소원으로 아들은 여동생이 살아 있는지도 모르고, 그 여동생이 사는 고을로 부임을 하게 되는데요. 아들이 고을에 부임하여 유지인 부자 집을 인사차방문하게 되는데, 딸은 고을수령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면서 유지들과 고을수령이 말하는 중에 자기 오라버니 목소리와 같다는 걸 알게 되고, 유지들이 물러간 뒤, 오빠와 극적으로 상봉을 하게 됩니다.
죽었던 여동생을 만나게 되니 오빠로서는 얼마나 놀라고 기뻐했겠습니까? 아버지가 부임지를 상주로 정하라고 왜 소원했는지를 알고 나서는 여동생을 끌어안고 밤새도록 흐느껴 울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왕래하며 잘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청상과부. 이들의 한을 달래주는 이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지혜와 교훈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지엄한 법도라 해도 인륜이나 천륜을 거스르진 못하지요. 그래서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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