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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단편소설] 잭팟 터트리기 1회

박종규 | 기사입력 2015/09/23 [09:56]

[박종규 단편소설] 잭팟 터트리기 1회

박종규 | 입력 : 2015/09/23 [09:56]

 

[단편소설] 잭팟 터트리기

    

                          박종규

    

1.

  목이 마르다.

지독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어딘가를 끝없이 헤매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 어디선가 구원처럼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목마른 사람들이 모여서 아우성을 쳐대는 곳. 거역할 수 없는 유혹, 나는 빨려들 듯이 급하게 그곳으로 들어간다. 카지노장이다.

 

  언리미티드 슬롯을 찾아 앞에 앉는다. 일반 슬롯머신은 1센트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빵 터져야 기천 불에 지나지 않는다. 오래 누적되어 액수가 많은 슬롯을 선택한 것이다.

 

배팅액수를 5달러로 설정하여 코인을 넣는다. 손잡이를 잡아당긴다. 다시 잡아당기다 서서히 손의 힘을 풀어준다. 잡동사니들이 붙을 뿐, 슬롯은 연방 코인만 빨아들이고 있다.

 

모처럼 7이 ‘턱’하고 걸렸으나 역시 반갑잖은 것들이 따라 붙는다. 연이어서 ‘턱턱’ 걸려야 한다. 반드시 걸릴 것이다! 내게는 지금 천기(天氣)가 작용한다고 했다.

 

어차피 나에게 올 것, 오려면 빨리 오라! 심기일전하여 손잡이를 아주 느리게 당긴다. 다음 순간 나의 주문에 답하듯 턱, 턱턱- 세븐 세 개가 나란히 붙는다.

 

세상에! 내 갈망에 부응한 걸까? 심장 박동이 잠깐 멎는다. 순간적으로 손끝에 만 볼트의 전류가 흘렀고, 전류는 게임기 위로 올라가 섬광을 번쩍번쩍 일으키더니 하늘에서 자갈 비를 퍼붓기 시작한다. 폭포수처럼 코인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인은 어느덧 산더미를 쌓아가고 있다. 왼쪽 사람은 넋을 놓아 일어섰고, 오른편 사람들은 놀라면서 나를 향해 “부라 보우”,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나는 벼락을 맞는 중이다. 돈벼락을 맞아본 적이 있는가? 섬광과 함께 슬롯머신이 들썩거리고, 사이렌이 카지노장에 울려 퍼진다. 카지노 전체가 일시에 게임을 멈추더니 내 앞의 기계를 제외한 모든 전등이 동시에 꺼졌다 켜지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다.

 

팡파르를 울리는 나팔은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덴싱 걸을 비추던 조명까지 동원하여, 라스베이거스 시가지가 온통 내게로 조명을 쏘아대는 것 같다. 몇 군데서 섬광이 일었고 카메라맨이 포즈를 잡아달란다. 건장한 정장 차림의 사나이 네 명이 불쑥 나타나 좌우에 버텨 선다.

 

말로만 들었던 무장한 마피아 요원들이다. 그들은 나를 둘러싸더니 길을 내었고, 육감적인 몸매의 아가씨가 꽃다발을 안겨주며 ‘Congratulations!’를 연발한다. 어디선가 헬기의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매니저로 보이는 나비넥타이의 신사가 은색 쟁반 위에 붉은색 상자를 받쳐 들고 조심스레 다가온다. 그는 내 눈앞에서 상자 뚜껑을 연다.

 

거금 870만 달러가 기재된 수표가 보인다. 마이크를 잡은 매니저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수령액만 표시한 것이라며 포상금액 870만 달러를 공표한다. 명품이 분명해 보이는 멋진 가방에 받아 넣는다. 요원들이 헬기가 대기한 곳까지 레드카펫을 깔고 내가 탑승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예전 같으면 달러가 두둑이 든 돈 가방을 받았을 것이다. 870만 달러! 기가 하늘로 한껏 뻗치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수수료 합계가 40%는 된다고 했다. 나는 천만 달러가 넘는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그런데 기쁨을 함께 나눠야 할 사람이 없다.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큰돈을 거머쥐었는데, 곁에 있어야 할 아내는 하필 이럴 때 어디로 가버렸을까?

 

  아내는 늘 나와 달랐다. 지금도 돈 잃은 사람들의 원망이 돈 가방에 다 들어 있을 거라고 좋아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공짜란 없는 내 팔자에 잭팟이라니, 이건 하늘의 축복 아닌가! 아내도 돈 앞에서는 별수 없을 것이다. 돈을 어떻게 쓸까 생각해 본다.

 

우선 좋은 일에 반을 뚝 떼어줄 것이다. 만약 내게도 로또 같은 행운이 찾아온다면 그리하리라고 준비해 둔 마음이었다. 단돈 만 원을 허투루 쓰지 못하는 난데 이 돈 절반이라도 너무 큰돈이 아니냐. 나머지는 차츰 생각하자. 이런 일 뒤에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예는 많지 않았던가. 참, 요즘 환율이 올랐다는데 원화로 환산하면 대체 얼마나 될까.

 

  그동안 정말 돈이 웬수였다. 돈이 사람을 돌게 하였고, 사람을 사람 아니게 했다. 돈만 많이 있다면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돌이켜 보니 나의 인생은 온통 돈과의 실랑이였다. 돈이 없어 놓쳤던 수많은 기회가 그렇고, 마음속으로 빚진 사람도 많았다.

 

내 인생의 무게는 돈빚의 무게였다. 이제 그 무게에서 벗어났으니 하늘 높이로 날아올라 천하를 내려다볼 수 있으리. 돈은 정말이지 권력이나 다름없었다. ‘화폐 권력’이라 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들어 낸 돈이라는 하찮은 종이 딱지에 놀아나고, 화폐에 목숨까지 걸고 있었다.

 

급기야 화폐는 권력이 되어 곳곳에서 사람을 다스렸다. 돈이 생기는 것은 권력이 생기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돈이 있든지 아니면 돈의 노예가 되든지 둘 중 하나로 갈라지고 있었다. 내게도 돈 복수거리는 곳곳에 널렸다.

 

인생 내리막에 와서야 그동안 돈 때문에 정리 못 한 것들을 모두 사라지게 하리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정작 돈 산더미를 헬기로 나르는 참인데, 그 나머지 돈을 써야 할 곳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권력을 막상 잡고 보니 어떻게 휘두를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저 먹먹할 뿐! 언제 나타났는지 권력자를 알아본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한데, 구름 위를 걷듯 헬기로 향하는 발걸음이 허방집기를 거듭하고 있다.

 

  “다 왔어요. 내려요!”

 

  헬기에 오르기도 전인데 내리라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내가 어깨를 툭 친다. 찬물을 훅 덮어쓴 기분이다. 헬기가 아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잭팟의 순간이 신시기루처럼 사라진다. 꿈속에 있다가 꿈을 놓쳐버린 기분을 맛본다. 이런 꿈은 깨지 말아야 했다. 아내는 늘 허망한 꿈속에 있는 나를 현실의 문턱 안으로 끌어들이곤 했다.

 

  나는 과연 한탕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점성은 과학이나 다름없었다. 점성은 차원이 달라 보였다. 13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을 제어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 점성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 인생의 전환점은 이렇게 오고 있었다! 올해, 내게는 아무래도 뭔 일이 날 것만 같았다. 꼭!

    

 

 

[박종규 소설가]

 

- 전 문학동인 글마루회 회장  /전 에세이스트문학회 회장 / 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현 한국문인협회 문협진흥재단설립위원 / 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수필집<바다칸타타),<꽃섬>  /소설집 <그날>  / 장편소설<주앙마잘>,<파란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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