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9

임서인 | 기사입력 2015/10/11 [17:28]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9

임서인 | 입력 : 2015/10/11 [17:28]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9
 
 
 

 

그녀의 치맛자락에 이성과 비이성이 교차하며 그를 농락하고 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욕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농담 삼아 말하다가도, 그녀의 농염한 입맞춤과 뇌쇄시킬 성적매력에 힘없이 무너졌다.

 

처음에는 그들의 민둥산같은 몸에 고슴도치 가시가 하나, 둘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휘향이 그의 첩이 된지 5년이 되던 해에는 그의 아내와 휘향의 몸에 가시가 온 몸을 거의 다 덮고 있었다.

 

이제 휘향은 두려울 게 없었다. 치마폭에 싸인 그가 있고, 몸을 제대로 풀게 하여 일도 잘 할 수 있게 한다고 그의 아내에게 말하곤 했다. 그의 가공할 만한 정력 앞에 감당할 만한 여자가 어디 있겠느냐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늘 그를 상대하는 자신의 회생을 가치 있는 것이 아니냐며 그의 아내가 가시를 들이댈 때마다 말하곤 했다.

 

어느 일요일 그녀는 그를 졸라 공원에 놀러갔다. 공원에 있는 수돗가에 아무도 없는 틈을 이용해 비둘기 세 마리가 날아왔다. 마침 그의 눈에 그 비둘기들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비둘기 중 한 마리가 손잡이에 앉아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해 물이 나오게 하고, 다른 한 마리는 망을 보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머지 한마리가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신 비둘기는 목욕을 하듯 몸에 물을 적셨다.

 

물을 다 마신 비둘기가 이번엔 손잡이에 앉고 다른 비둘기가 번갈아 가며 물을 마시고 목욕했다. 비둘기 세 마리는 10여분 동안 이렇게 서로 협동심을 발휘해 물을 마시고 목욕했다.

 

그는 그 모습이 신기하여 그녀에게 비둘기들의 협동하는 모습을 배울 필요가 있으니 아내와 제발 사이좋게 지내면 집안이 잘 될 것이라고 지나가는 말처럼 그가 한마디 했다.

 

그 소리에 내가 비둘기보다 못한 것이냐며 화가 난 그녀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벌떡 일어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의 입에서 아내를 칭찬하거나 두둔하기라도 하면 그녀는 화를 참지 못했다. 심지어는 그에게 아내와 이혼하기를 권했다.

 

섹스도 안하는 부부가 무슨 정이 있느냐며 그를 닦달 했다. 좀체 화를 내지 않던 그도 그 말에는 참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그녀를 보러 오지 않았다. 그것 또한 참을 수 없었던 그녀인지라 갖은 말로 그를 꼬여 집으로 끌어들였다.

 

그가 가끔 공원에서 보았던 비둘기들의 협동을 그녀에게 요구하면 비둘기보다 못한 짓을 휘향은 서슴없이 했다. 그의 아내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그의 아내가 오랜만에 휘향이 다니던 미용실에 들렀다. 이야기가 한참 무르익다가 그만 한 직원이 휘향이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휘향이 아직 그 남자와 깊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긴 했지만, 그의 아내는 분노를 했다.

 

분명 계약을 할 때, 다른 남자를 만날 때는 계약이 파기된다고 명시해 놓았었다. 그의 아내는 화장실로 직원을 불러나 두툼한 하얀 봉투를 건네며 고마운 미소를 보냈다.

 

그의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 그에게 낮에 미용실에서 들었다며 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 그는 남의 말을 어찌 믿느냐며 휘향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아내의 말을 들은 이튿날부터 휘향의 뒤를 밟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아가씨가 말했던 남자는 휘향에게 매일 만나자는 전화를 했다. 나이도 휘향보다 다섯 살이 어렸으며 기골이 좋았다. 휘향은 그 남자가 차만 마시자는 말에 그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 여겨 그를 만나주었다. 차를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자 그 남자는 키스 정도만 해도 되지 않느냐고 요구를 했다. 휘향은 키스 정도야 누가 봐도 불륜은 아니라고 생각해 허락했다. 그 모습이 그의 메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휘향은 감히 생각지 못했다.

 

키스하는 장면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정리하세요.”

 

“알았습니다.”

 

전화를 놓은 그의 아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휘향에게 달려가 엄히 따져 이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휘향은 그에게 전화를 했으나 그의 전화는 냉정하기만 했다.

강제로 이삿짐이 꾸려지고 휘향은 그의 아내의 말처럼 평생 먹을 수 있는 부를 챙기며 어둠속에서 서울로 돌아온 것이다.

 

물질주의라는 식욕은 우리의 욕구를 자극하지만, 욕구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는 로버트레인의 말처럼, 휘향은 끝없는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그의 첩으로서의 욕구를 만족하지 못했다. 그 남자가 그녀를 자극할 때마다 그녀는 그의 남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은근히 감추고 있었다.

 

그 욕망은 그가 좀 더 진한 행위를 원할 때마다 서서히 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욕구를 알고 그의 아내가 그 욕구를 채우지 못하게 하고서는 그녀를 쫓아낸 것이었다.

 

휘향은 그녀에게 그에게 작별인사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울면서 매달렸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매정하게 그녀의 말을 외면했다.

 

그녀를  쫓아냈지만 그의 아내가 입은 상처는 컸다. 휘향을 만났던 그 남자에게 건네는 봉투의 두께는 자신의 통장에서 절반을 덜어 주었던 것이다.

 

또한 그녀의 육체는 5년 동안 닫혀 있었다. 휘향이 대신 자신의 몸이 되어주었던 5년 동안 가끔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지겨웠던 그 당시를 생각하며 그 욕망을 억눌렀다. 남편이 휘향과 나눌 정사를 상상하며 괴로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울기도 했다.

 

혹시 마음마저 휘향에게 다 가버리지는 않은지 애가 탔으나, 휘향을 단번에 내치는 그의 냉정함을 보고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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