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2

임서인 | 기사입력 2015/10/30 [13:48]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2

임서인 | 입력 : 2015/10/30 [13:48]

 

 

 

 

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2

                                                 임서인
 
 


아, 아, 아…….

 

그녀는 두 다리를 뻗어 침대에 쓰러져 흐느껴 울었다. 포효하는 짐승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모텔 안을 울렸다. 공포의 사슬이 그녀를 꽁꽁 묶었다. 사지가 묶였다.

 

사방팔방을 두리번두리번 거렸지만 어둠뿐이었다. 아무 것도 붙잡을 수 없다. 핵심이 없는 삶, 사랑, 화려한 의상 속에 벌레가 그녀를 인질 잡은 것을 모른다. 지금 죽는다고 말해도 세상에 아무도 그녀를 위해 달려올 사람이 없다. 그녀더러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도 없다. 왜 우느냐고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없다. 그녀더러 세상 사람들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 보는 것은 금물이다. 어디로 가는지 그녀조차 모른다.

 

그녀는 일곱장의 가죽으로 덥혀 있는 토끼보다 칠의 칠십 배의 가죽으로 덥혀 있는 그녀다.

무수히 많은 이 가죽을 어떻게 벗긴단 말인가?

 

답답한 마음에 그녀는 울음소리를 높였다. 노동능력이 뛰어난 그에게 성을 교환가치로 바꾸고서는 행복이라고 여겼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물건과 교환하는 것처럼, 그녀의 자궁 속에 그의 물건을 넣기만 하면 그녀가 혹할 만한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 상품으로 좀 더 우아한 삶, 아름답고, 보다 낫고, 총명하게 행복을 추구하는 욕구를 채우고 있다고 그녀를 손상시키고 성적인 욕구도 변질시켜버렸다. 그것을 그녀는 칠의 칠십배의 가죽으로 숨겨버렸다.

 

그녀는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내가 사랑한 것이 무엇이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이란 말야?”

 

순간 그녀를 묶고 있는 쇠사를 고리가 하나 뚝 끊어졌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또 하나의 쇠사슬이 끊어졌다. 그러자 팔 하나가 자유로워졌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로 온통 얼굴이 눈물범벅이지만, 콧물조차도 닦아낼 수가 없다.

 

“내 영혼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녀는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돛단배를 보았다. 알몸인 그녀가 키도 없이 그 돛단배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서너 개의 쇠사슬이 연달아 끊어졌다.

그녀의 목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영혼이 갑자기 냉정해졌다,

 

“내가 왜 울고 있는 것이지? 그까짓 남자와 이 침대에 삐거덕거리도록 쾌락을 맛보지 못했다고 울고 있는 거야?”

 

그녀의 눈물이 그쳤다. 그가 분출해 놓은 정액은 이미 그녀의 질입구에서 말라 비틀어 있었다. 그녀의 내면에서 폭발할 직전까지 성장한 분화산이 싸늘히 식어버렸다. 분화산이 폭발해 그녀를 태워버려야 하는데, 그래야 그녀가 타서 재가 되어 이 모텔을 나가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본질로 돌아가서 관계가 끊어졌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데, 어쩌자고, 분화산을 싸늘히 식혀버리는가?

 

그러나 그녀의 다른 그녀가 몇 가닥 끊어 놓은 쇠사슬로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지 세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 시간 전까지만 해도 친근하던 모텔 방안이 낯설었다. 이 낯선 곳에 그 누군가가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이곳을 나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외로움이 밀려왔다.

 

사랑을 하고 싶다. 누군가 필요했다.

    

               

    

                               누군가 필요해

    

                                                박옥태래진

    

    

누군가 필요해

정글을 헤매다가 뱀에 물렸다 해도

칠흑바다 항해하다 북극성을 잃었어도

날 도와주지 않아도 돼

거기 저만치 누구 서있기만 해도 돼

    

붉은 천을 걸친 수도사가

허허벌판에서 독수리에게 뜯어 먹히고

묽은 천에 마지막 뼈가 덮일 때에도

기도하는 이 아무도 없어도 돼

누군가 산 너머 눈빛만 있어도 돼

    

누군가 필요해

나의 종말이 물거품이어도 훌륭한 삶

밤의 거친 숨소리가 증오일지라도

태양의 햇살이 없어도 돼

무심히 그 사람 그림자 하나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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