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3

임서인 | 기사입력 2015/11/09 [14:20]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3

임서인 | 입력 : 2015/11/09 [14:20]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3

                                                

                                               임서인

 

 

지금 당장 누군가 필요할 때 아무도 자신에게 달려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처절한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마음 하나 의지할 곳 없이 살아온 날들이 저주였다.

 

그녀는 어깨만치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한웅큼 잡고 흔들었다. 있는 힘을 다해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진 채 머리로 벽을 들이받았다. 돌아오는 것은 통증이었지만 계속해댔다. 어느 순간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에 혹이 부풀어 올랐다.

 

항상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볼 기회가 많았건만, 타인과 시원찮은 섹스를 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하자 흐르던 눈물이 멎었다. 섹스에 몰두하고 있을 때는 섹스가 전부였었다. 생각만 해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두근거림을 위하여 그녀는 위험한 외줄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 사람 몰래 만난 남자만 해도 수없이 많았다.

 

천만다행으로 그에게 들키지 않고 쾌락을 즐겼었다. 그가 한 남자만 만난 줄을 알고 있는 것에 쾌감을 느꼈었다. 그의 아내가 그의 병적인 성욕을 자신에게 전가시켰다는 것을 알고는 처음에는 분노했다. 그들이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해 자신도 그들을 속이는 것으로 분노를 대신했다.

 

자신의 일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스치는 장면이 슬프면  울고, 낯 뜨겁다 생각하면 멀뚱히 눈을 뜨고서 앞을 노려보며 자학을 했다. 그녀의 정신이 종잡을 수 없는 날씨처럼 변화가 심했다. 그러면서 차츰 자신의 죄가 보이기 시작했다. 죄가 보이자 이제는 마음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남에게 지은 죄보다 자신에게 지은 죄가 보였다. 자신의 영혼이 칠의 칠십 배의 가죽으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신음하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다.

 

“불쌍한 년.”

 

그녀가 자신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미친년.”

 

암소 엉덩이처럼 숫한 남자들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드러내놓으며 외로워서 이 짓한다고 말했었다. 얼마 전에 만난 그 년은 한쪽 눈 시력을 잃으니 정력이 강해졌다고 하면서 남자들을 후려대는데, 남자들이 홀딱 넘어가는 것을 보니 세상이 요지경이었다. 미친 세상이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어쩌다……

 

깊은 한숨이 배어 나왔다. 그러다 어이없는 웃음도 실실 나왔다.

 

춥다.

 

그녀는 한기가 느껴지자 벗어던진 옷을 주워 입었다. 화장을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모텔방문을 열었다. 빨간 카펫이 깔린 복도가 시뻘건 눈으로 그녀에게 야유를 하는 것 같아 그만 문을 닫았다. 죄인마냥 가슴이 뛰었다. 다시 문을 열어보았다. 이번에는 아예 빨간 카펫이 일어나 문 앞에 우뚝 버텨 서있는 것이 그만 놀라 문도 닫지 못한 체 몸을 문 뒤로 숨겼다.

 

다시 밖을 보았다. 이번에는 카펫이 얌전히 깔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발을 한발 떼며 모텔에서 빠져나왔다.

 

고개를 숙이며 바삐 나오는 그녀의 귀에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모텔에서 멀어지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휘파람 소리는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왔다. 모퉁이를 돌아 모텔이 보이지 않자 겨우 허리를 폈다.

 

허리를 펴며 천천히 걸었다. 빠르던 휘파람 소리가 느릿하게 들렸다. 그녀는 계속 들리는 휘파람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았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자신의 젖가슴만 간질이던 남자였다. 휘향이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자신을 미워하는 시간이 길기도 하오.”

 

그가 말했다. 수염 속에 파묻힌 입술을 그녀가 바르르 떨며 노려보았다.

 

“당신 천사의 형제죠?”

 

“사랑의 자매이기도 하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벌써 나를 잊었습니까?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그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저만치 보이는 찻집으로 그녀를 끌고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마자 손을 들어 두 잔의 커피를 시켰다.

 

“나를 잘 봐요.”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살폈으나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당신과 헤어지고 수염을 길렀소, 어떻게 그렇게 딱 한 번 만나고 매정하게 연락을 끊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송 아무개? 오늘 나와 저곳에서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 송 아무개란 말입니까? 믿을 수가 없어요. 아직도 기억하는 당신은 아주 멋진 사람이었어요. 나를 환상의…….”

 

휘향이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쉿! 나를 기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시위였는데 결국 못 알아보더군요.”

 

“어떻게 나를 찾으셨어요?”

 

“만약 서울로 가면 어디로 간다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내가 기억해 두었오. 한 달을 찾아 헤매다 일주일 전에 당신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발견하고 당신 집까지 알아 두었소.”

 

휘향은 그제서야 얼굴이 펴지며 활짝 웃었다.

 

  자신을 송 아무개라고만 소개했던 남자였다. 서울에서 여자를 데리고 내려와 모텔에서 나오고 있었다. 휘향이 승용차를 몰다가 전날 내린 물이 웅덩이에 괴어 있는 곳을 모르고 지나다 그만 그의 백구두와 백 바지에 흙탕물을 튀겼다. 천하에 백구두에 먼지 하나 앉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던 그였다. 그 생각이 들자 휘향은 그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백구두 대신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백구두를 신고 오면 당신이 나를 빨리 알아볼 것 같아 신지 않았지.”

 

“백구두에 흙탕물이 튀겼기로서니 섹스하자고 우기는 사람이 어디 있답니까? 그런 사람을 내가 왜 기억을 해야죠? 방금 여자와 모텔에서 나와서는 나를 끌고 들어가는 그 배짱에 어이가 없어서…….”

 

커피 향이 두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들고 이야기가 점점 무르익어갔다. 밖에는 어둠이 내리고 늦봄의 꽃들이 쏟아내는 진한 향기가 온천지에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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