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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4
 
임서인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4

 

                                 임서인

 

 

수학은 답이 있지만 인생의 답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휘향의 붉은 입술을 바라보며 선영은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을 닦았다. 휘향의 몰라보게 변한 모습이 그제야 눈에 보였다.

 

“의료의 힘을 빌렸구나? 몰라보겠다. 정말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모습만 성형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마음도 성형할 수 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말야. 네 마음이 아름다워지면 너의 외모는 성형하지 않아도 정말 예쁠 거야. 아니? 우리 친구들 중 네가 가장 예뻤어. 난 그런 네가 정말 부러웠어.”

 

휘향이 선영의 손을 잡고 어루만졌다. 선영은 휘향의 손이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늘 가냘픈 코스모스 같은 휘향의 손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었다.

 

“지금은 펑퍼짐한 아줌마인데 뭘. 그냥 마음만이라도 편했으면 좋겠어. 여자이고 싶은 마음은 애당초 내게는 없었어. 아들에게 욕을 듣지 않고 싶고, 남편은 내게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남편이 너에게로 돌아오길 바라니? 이미 마음 떠난 사람인데?”

 

“세상에 나갈 자신이 없어. 비록 춥고 어두운 그늘이었지만, 그 그늘 밖으로 나가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선영이 벌떡 일어섰다. 휘향에게 차 한 잔 대접하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휘향의 손을 붙들고 부엌으로 데려갔다. 식탁 의자에 휘향을 앉히고 주전자를 가스렌지에 올렸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휘향의 밝고 환한 웃음도 잠시 멎었다. 선영이 휘향을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는 휘향에게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죄다 설명했다. 설명하는 동안 차를 타서 휘향 앞에 놓고, 걸려온 전화를 받고, 휘향이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고 오고, 차가 다 식자, 다른 차를 타주었다.

 

연신 물과 차를 마시면서도 그녀는 갈증이 나는지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곤 했다. 휘향은 그녀의 떨리는 음성과 한 옥타브 높아지는 음성을 번갈아 들으며, 손을 깍지 끼고는 턱을 받쳤다. 그녀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가면서 성심껏 들어주었다. 그녀는 실로 오래간만에 마음을 놓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죄다 쏟아냈다. 휘향의 입은 침묵을 하고 귀는 친절했다.

 

그녀의 말이 다 끝났다.

 

“이혼할거니?”

 

“응.”

 

휘향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남편이 돌아왔으면 하던 그녀가 남편과 이혼을 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이혼하는지는 알아?”

 

“몰라.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해. 대충은 들은 풍월도 있어. 네가 알려주렴.”

 

“네 남편을 무시하면 안 돼. 너에게 집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너에게 위자료와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할지도 몰라. 철두철미한 사람이라 자칫 네가 치밀하게 나가지 않는다면 넌, 아무 것도 받지 못할지 몰라. 신중해야 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도 남편이 그럴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가정 파탄의 책임을 남편에게 있다는 증거를 준비해야 해. 그래야 변호사도 일하기 쉬울 거야. 만약에 남편과 이혼하면 일 할 생각은 있니?”

 

“살림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여자도 경제능력을 갖추어야 해. 네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말야. 내가 한 달에 버는 돈이 얼마나 되는 줄 아니?”

 

“넌 가진 기술이 있으니…….”

 

“맞아.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 내가 도와 줄 수 있어.”

 

그녀는 도와줄 수 있다는 휘향의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휘향은 따뜻한 한마디가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고 있다. 때론 시련이라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을 지혜롭게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마음에 평안이 없었다. 그 평안을 얻는 세월이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제 자신과 비슷한 시련을 겪게 될 절친한 그녀를 보니 가슴이 도려내듯 아프다.

 

  인간 세상은 금지 표지판도 참 많다. 특히 결혼한 여자의 앞에는 금지표시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천국에는 없는 인간이 만든 속박이다.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금지표시판이다. 수덕여관의 여인들 중 누가 금지표시판을 부셔버렸을까? 이 시대의 여인들 중에는 과연 인간이 만들어 낸 금지표시판을 깨부셔 버리고 인간의 덕과 행위에 반항하여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휘향은 잠시 잠깐이지만, 자신이 금지표시판을 부셔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살면서 도덕과 관습이라는 단으로 묶여 자유가 없음을 알았을 때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휘향의 눈에는 진정한 자유를 얻지 못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멍멍해졌다. 눈치를 보아하니 요즘 여자 요즘 남자들이 즐기는 사랑 따위도 즐겨보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저, 아들, 남편에게 매여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깃대에 매인 깃발처럼 애수의 날개조차 펴지 못하고 있었다.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끼던 어느 날, 불현듯 그녀가 가슴 속으로 비어져 들어오고 있었다. 8년 전, 준형이 놀이 공원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떼를 쓰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마음에서 울리는 음성을 따라 그녀를 찾아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나저나 네가 이혼하면 사람들은 이혼의 사유가 너에게 있다고 할 탠대. 각오 단단히 해야 해. 네 남편은 만인에게 신사요. 도덕적인 사람이잖니? 와이셔츠 속에 숨겨진 악마를 사람들은 보지 못하잖니? 네 남편보다 너에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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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20 [15:18]  최종편집: ⓒ plu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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