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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는 계절에
시와 우주
 
김기수 시인

 



 

 

 

벚꽃이 지는 계절에     /김기수

 

 

무심천 벚꽃이 필 때 이 땅에 봄이 왔다며 기뻐하다가

사흘도 못 가 바람은 향기를 잃었고

벌들은 방향을 돌려 먼 숲 속으로 떠나갔습니다

그 꽃 길을 찬양했던 무수한 발길이

떨어진 꽃잎을 무참히 짓밟는 발길이 될 줄은 

혀 나간 신발 한 짝이 나뒹구는 걸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개울가 왕버들 씨눈 돋으며 환호하던 이파리들이 

굴삭기 굉음에 휘말려 뿌리 채 실종되었습니다 

녹음 푸르르던 아버지의 굴참나무 이파리가 

신음소리 내는 갈빛으로 뒹굴고 요양원 한 켠에서 

남은 봄을 세어보는 아버지의 손가락을 조물조물 

만져보고서야 생명의 앙상함을 알았습니다 

그토록 사랑한다며 행복해 하던 내 지인의 부부가 

이별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가 돈벌이가 시원찮아 지자 

성격차이라는 변명으로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선거 철 내가 찍어준 자칭 머슴이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고는 완장의 위력으로 권패가 되어 

나타날 줄은 익히 알고도 매번 속아 준 것입니다 

모든 것들이 숨을 쉬며 살아가는 데 그다지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만 계절에 뒤틀린 내 영혼의 봄은 

벚꽃잎 하나에도 속절없이 하늘로 던져집니다 

작은 바람에 원초적으로 흔들리며 애걸하지도 않는 

그렇게 문득 일깨워 주고 가는 꽃 

어쩔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를 순리라 합니다 

실종된 영혼에 위안이 될 비문 한 줄 찾아 나섭니다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현 경기문학-시와 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시집:'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무더기로 펴서 향기로운 꽃들' '시간을 줍는 그림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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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4/15 [08:27]  최종편집: ⓒ plu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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