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자의 시] 밤새 내린 비는
고현자 시인 | 입력 : 2016/10/17 [12:21]
밤새 내린 비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하여
수증기가 높은 층공에서
찬 공기를 만나 엉기더니
해가 서쪽으로 쓰러져
어두워진 때부터
땅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공연이나 행사를 치르 듯
조금이라도
몸을 편안히 두거나 하지않고
해가 떠서 밝아지기 전에
차분히 막을 내렸다
동이 트려 할 무렵
가득하던 중년의 자국들은
심장이 빠져나간 듯
텅 빈것이 마당 가득하다
서로 지그시 바라보며
약간은 딱딱해도 좋을 의자에
몸무게를 실어
발가락을 감싸고 있는
폭신한 슬리퍼를 신고
양 무릎을 포개고 앉아
한 방울씩 향기 진한 커피를
내리고 싶은 그런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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