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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디바 부인 이야기

김천경찰서 구성파출소 경사 김상범

김상범 | 기사입력 2017/05/23 [17:04]

[기고] 고디바 부인 이야기

김천경찰서 구성파출소 경사 김상범

김상범 | 입력 : 2017/05/23 [17:04]
 


[플러스코리아타임즈]명품 초콜릿의 대명사인‘고디바’. 벨기에에서 탄생한 이 회사는 중세 유럽의 영주였던 레오프릭의 부인 고디바를 기리는 뜻에서 브랜드 네임을 따왔다고 한다.  

백성들이 레오프릭의 가혹한 세금징수에 신음하자 착한 고디바 부인이 세금감면을 계속 요구하였고, 이에 짜증이 난 레오프릭은 “나체로 말을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면 깎아주지”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었던 부인은 수치심을 무릅쓰고 말을 타고 나섰고, 성안의 사람들은 그날 어느 누구도 고귀한 부인의 몸을 훔쳐보지 않기로 결의한다. 이에 감동받은 영주가 세금을 감면해 주어 백성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당시 레오프릭의 대부분의 착한 백성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우리사회의 삐뚤어진 관음증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이른바 몰카 범죄는 지난 달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를 이용한 범죄 신고율이 지난 2010년 1,134건에서 2015년 7,615건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된 몰카, 음란물 등 성풍속을 해하는 죄는 총 1만5,679건으로 이중 카메라 이용 촬영 발생 건수는 7,615건, 48%로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적발된 것만 봤을 때 이러하니 일상에서 몰카 범죄는 다반사라 할 수 있겠다. 

육교, 길거리, 해수욕장, 지하철 등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고전적인 유형인 만년필, 시계형에서 진화를 거듭하여 안경형 같은 첩보영화에서나 등장하는 기기들이 동원되면서 우리나라가 IT분야 강국임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두꺼운 종교 서적 속을 파내 휴대전화를 숨긴 채 여성의 특정부위만 노리는 사람도 있다. 

범인 유형 또한 다양해서 고교생의 여교사 치맛속 탐닉은 물론이고, 의사가 환자나 간호사의 은밀한 모습을, 학원장이 학원생들의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걸 보면 왠지 어수룩해 보이는 외모의 소유자가 눈치 보면서 찍고 다닐 것 같은 편견은 그야말로 고전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렇게 호기심에서, 아니면 채워지지 않는 욕구 때문에 누군가가 뭇 여인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것에 대한 법적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몰카 촬영은 성폭력특례법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스리고 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징역형이든 벌금형이든 해당범죄에 대한 처벌이 마무리된 후 부터는 경찰서에서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매년 업데이트된 사진을 찍어 관리함은 물론이고, 성범죄자가 이사를 가는 것처럼 변동이 있을 때마다 관할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더 괴로운 건 신상공개다. 법정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를 정부기관에 등록하는 이들은 매년 증가 추세로 2013년 1만3,628건에서 2014년 2만2,874건으로 늘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3만6,267명, 4만6,415명으로 매년 1만명 가량 급증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 조심하라며 알릴 필요가 있다고 법원이 결정하면 해당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어린이가 있는 주소지 이웃들에게 우편으로 일일이 알려주고 인터넷에도 올린다. 

우리 이웃에 살고 있는 관음증 환자 수준의 범죄자가 누군지 궁금한 시민들은 어렵지 않게 그 의문을 풀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 전력자가 어린이나 여성과 관련된 일정 업종에 종사하는 것은 물론 아르바이트까지도 금지하고 있어 재미삼아 찍은 동영상이 한 사람의 생계까지도 좌우할 수 있음을 법은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고디바 부인의 순례를 엿보지 않기로 한 백성들의 굳센 약속은 과연 지켜졌을까요? 재단사로 일하던 톰은 흠모하던 영주부인의 나신(裸身)에 욕심이 나 그녀를 훔쳐보았고 급기야 눈이 멀고 말았다. 그래서 그 이후 남 몰래 엿보는 행위를‘피핑(peeping) 톰’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거뜬히 이겨냈던 유혹의 손길. 금기를 깨는 짜릿함에는 가혹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의 계절인 지금 우리 주변에 널리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이메일:tkpress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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