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 詩] 가려한다
백학 시인 | 입력 : 2017/08/28 [11:54]
가려한다
백 학
조용히 입술을 벌리는 꽃들아
온몸을 흔들며 화답하는 풀잎들아
잘있었느냐 밤새
내 가슴을 뒤 흔드는 바람속에서도
내내 안녕하였느냐 간다
나는
숲풀속 낼름거리는 환락의 혓바닥을 향해
차마 미련도 없이
빈 집의 구석방을 떠나려 한다
밤들아
온통 하얗게 다가오던 불면들아
너희가 풀어 놓았던 어둠은 정녕
내 쓸쓸한 영혼을 감추지 못하였으니
나의 이별은
그리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는 일상의 일과처럼 손 흔들자꾸나
나무들아
그러나 내 가난 했던 유년처럼
남루한 의상을 버리지 못하고 질기게 따라붙는 미련들아
간다 가자
그 곳인들 어찌
내 욕된 몸뚱이를 숨길만한 감상의 망토가 없것냐마는
이미 오래전 부터 빛 바랜 사진
빈약한 사상의 보따리라도 꾸리자 꾸나
간다
가자 망각이여
저 숲풀속 멸사의 외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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