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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산 수필] 정읍 고사부리 동학촌의 지란지교

조선동네서 비, 바람, 천둥번개, 악기가 다 어우러진 '사물놀이'

리복재 시인수필가 | 기사입력 2012/10/13 [21:13]

[소산 수필] 정읍 고사부리 동학촌의 지란지교

조선동네서 비, 바람, 천둥번개, 악기가 다 어우러진 '사물놀이'

리복재 시인수필가 | 입력 : 2012/10/13 [21:13]
▲ 정읍 고사부리 지인들과 함께 기념촬영     ©소산


 
[문학=플러스코리아]소산 시인수필가= 백정기 의사와 동학혁명군의 숨결이 배어있는 정읍 고사부리. 지인들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정읍에 머물렀다. 고사부리는 정읍시 고부면과 영원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옛 지명으로서 백제시대 중방이 있을 정도로 넓은 벌을 지녔다는 의미이다.

▲  정읍 세무소 근처에  위치한 동학촌주점에서 맨처음 내놓은 안주 . 이후 3차례나 더 나온다. ©소산



누룩으로 빚어 밥알처럼 둥둥 떠 있는 전통주가 혀끝을 자극하고 거기에 딸려 나오는 십여가지 안주가 기본으로 나오는데 각별하다. 비온 뒤 빗물 먹은 호박잎 따다 살짝 데쳐서인지 파릇하게 생기가 넘치고 논두렁에서 따다가 막 쪄낸 박콩이며 여름의 풍성함이 배인 옥수수의 달콤함과 집에서 기른 토종닭이 낳은 달걀은 왜 그리 맛나고 꼬숩던지....

거기에 바다의 향내가 듬뿍 스며든 해산물과 솔고동이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어지럽혀진 머리속을 개운하게 하고, 그리 높지도 않는 고사부리의 산새를 따라 캤다는 산 더덕과 산 도라지는 그 향내가 진동하여 코끗을 자극하며 덤으로 치커리, 곰취나물까지 무침으로 나온다. 어느 모델이 입은 하얀 실선이 주름잡힌 옷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배추속잎 데침에다 시골된장과 남도의 자랑 홍어찜을 올려놓고 입안에 넣자, 도시의 삭막함에 늘 상 찌푸리던 얼굴을 포근한 달처럼 여유롭고 환하게 만든다.

▲     © 소산


한 잔 두잔 술 사발을 든 사이 인상 좋은 동학촌주점의 주인이 누룩으로 빚은 술이 든 주전자와 가슴엔 안주를 한가득 품어 안고 왔다. 마음씨 고운 주인은 아쉬웠던지 날치알을 가져와 참기름에 찍어 김에 싸고 야채를 곁들여 먹어라 하고, 가을의 손님인 전어구이와 지난 해 따서 저장해 두었다는 은행알구이와 문어 데침이 힘을 북돋우게 하는데는 최고라며, 바다의 향기로움이 배어든 전어회를 술 탁상에 올려, 함께 어울린 사람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게 만들었다.

▲ 정읍 영원면소재지에서 본 이정표    ©소산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요 숨결을 고이 간직한 정읍에서 아쉬운대로 갈무리하고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타기 전, 정읍세무소 근처 ‘동학촌’ 주점은 선식집 같은 느낌이 선술집과 부딪치며, 삼십만명의 혁명군이 마셨을 전통주와 선식을 우리는 이렇게 대하고 있었다.

동학혁명의 후예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점은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통일에 온 몸을 던져 활동하는 통일 인사들이라는 점이고, 잘못된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향토사학자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 선생과 어우러짐은 오래전 안태(安胎)에서 부터 알았던 것처럼 지란지교(芝蘭之交)로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혁명군이 놓았을 주춧돌과 노둣돌을 생각하며 그렁그렁 눈물이 배인 당시의 함성이 귓전을 때리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자주와 민주를 심어준 고운님들의 숭고한 뜻을 알게 되었다. 

▲ 밤에는 영원면에 위치한 조선동네 정자에서 악기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추었다.   ©소산

 

▲ 10여분이 지나자 정자안까지 들어 온  비, 바람, 천둥번개   ©소산



우리는 비, 바람, 천둥번개, 악기(장구, 북, 꽹가리, 징, 대금)가 어우러진 ‘사물놀이’를 통하여 마음껏 춤추고 노래하면서 고운님들을 떠 올리며 모든 시름을 떨 구어 내고 흥겹게 놀았다.

동학혁명의 후예인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의거를 일깨우고자 정읍 영원면 태생인 임채림 여류소설가가 ‘우러러 모실 백정기 의사여’라는 서사시를 낭송하여 가슴을 달구었다. 이에 후예들이 떨쳐 일어났던 광주민주화혁명의 상징 노래인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화답하며 동학혁명군과 그 후예들의 넋풀이를 하고 있었다.

그 눈물은 세상 어느 것보다 가치 있고 소중한 우리들 마음속에 올곧이 모아 두었던 천금, 만금보다도 더 값진 것이었다.

▲ 비, 바람, 천둥번개, 악기에 맞춰 사물놀이에 신명나게 춤추는 지인들   ©소산
▲     © 소산



맛과 멋이 어우러진 정읍의 음식. 남도음식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꼿꼿한 선비정신처럼 맛이 정갈하고 담백하고 그러면서도 질박하고 후덕한 인심을 담아 상차림이 푸짐하면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곱상한 처녀는 아니어도 내 누님 같은 인상의 마음씨까지 고운 주인은 요기를 때우라며 김, 깨 들어간 짜지도 달지도 않는 꽃게장 밥을 내 놓는다. 그 게장에 버무린 밥을 숟가락에 담아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 꽃게 다리를 잡고 게 속살이 툭 터져 나오도록 깨물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뇌를 자극했다.

갑자기 내 머리 속을 스치는 것은 어릴 적 소녀와 놀다가 목이 마르면 꿀처럼 달콤한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었던 추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5월이 오면 남녘 여기저기에선 향이 진한 아카시아꽃이 핀다.

▲  아카시아   © 소산



그 향기에 취해, 소녀에게도 꽃줄기를 하나 따서 주고 내가 먼저 코를 대고 흠뻑 마시면, 소녀도 따라서 열심히 아카시아 향 내음을 맡으며 좋아했다. 또 꽃줄기를 훌터 꽃잎만 한줌 입에 넣고 먹으면 꽃향기가 입안에 가득 차 온다. 한바탕 뛰어 놀며 어우러짐이 좋아서, 향이 좋아서, 아카시아 꽃잎을 참 많이도 먹었다.

소녀도 나를 따라서 열심히 먹으며 신명나게 산야를 따라 돌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내 눈을 지그시 감게 했다. 아카시아 향이 열 길이 넘도록 향내를 풍기며 머리 속을 맑게 해주었던, 심장 저 밑바닥에서는 감동이 밀려 올라오고 어느새 눈가엔 이슬이 젖어 있었던 그 순간이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 만석보조감도와 고부천. 지금도 고부천은 말없이 그 상흔을 어루만지며 도도히 흐르고 있다.     © 소산



고부천. 삼십만명의 혁명군이 탐관오리의 폭정에 맞서 반봉건, 자주적 평등을 외치다 일제와 친일매국노들에 의해 처절하게 죽임을 당했다. 호남과 충청의 뜻있는 사람들이 전부 몰 살 당한 것이다.

그러나 동학혁명의 후예들은 안중근-이봉창-윤봉길-백정기의 거사, 청산리 대첩, 삼일만세혁명, 상해임정부 수립, 4.19혁명, 광주민주화 혁명으로 이어져 지금의 민주화의 효시가 되었던 동학혁명의 고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다.

전라도 인심을 듬뿍 받은 고사부리 동학촌 주점과 송참봉 조선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동학혁명과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고운님들의 눈부심으로 가슴에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게 울리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달구게 하여 여태껏 흘린 땅방울을 한 올 한 올 모아 성스런 눈물이 되었을 동학의 후예들은 이 나라의 아픈 현실을 대변하며 분단을 극복하고 한겨레가 하나 되는 날까지 남도 정읍에서 휴전선을 거쳐 백두산 천지까지 내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상에 젖어 이대동조(異代同調)의 의미인 시를 지어바쳤다.
 

▲ 동학혁명을 일으킬 것을 결의하고 전국 각지로 사발통문을 보냈던 장소에서 기념촬영.   통일운동가 박기섭, 향토사학자 곽형주, 필자.  ©소산



고사부리 

-조선동네와 동학촌



笑山



‘아이야 벗님네야 어서가자 배띄워라

동서남북 바람불제 언제나 기다리나

술 익고 달이 뜨니 이대가 아니더냐····‘


우리 서로를 원하고

애타게 그리며 달려 온 세월

고운님 가슴에 품고 춤추고 노래 부르니

이대동조異代同調가 아니던가


사발통문 고사부리 앵성리

안태본安胎本 아래로 흠모하고 존경하여

살아 온 그 길목에

강제권력 배격하고 자율정부 지지한

아나키스트 구파 백정기 의사여,

햇귀에 물 들은 녹두장군 동학혁명이여!


황톳길 펼쳐진 조선동네 위로

초가집 외양간 정자로 비치던 북두칠성

흥겨운 사물놀이, 그대와 어우러져

안개 이슬타고 아침 해따라

천태산에 오르고 울금바위 돌아서

만석보 다다라 그날의 고부천을 바라본다


누룩 빚은 한 동이 술

익어가는 동학촌 주점에서

서로 만나 만끽하는 해후로

한 잔 두 잔의 술

무지개다리로 이어져

말목장터에서 도모한

혁명가의 후예가 아니던가

 

▲  사발통문을 보냈던 장소.   ©소산



* 사발통문(沙鉢通文): 격문이나 호소문 따위를 쓸 때 누가 주모자인가를 알지 못하도록, 서명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둥글게 뺑 돌려 가며 적은 통문. 동학혁명을 온 나라에 알렸던 것으로 유명해진 사발통문은 정읍시 고부면 신중리 주산마을에서 작성해 전국으로 띄웠다.


* 고사부리(古沙夫里) 앵성리(鶯聲里): 고사부리는 정읍시 고부면과 영원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옛 지명으로서 백제시대 중방이 있을 정도로 넓은 벌을 지녔다는 의미이고, 앵성리는 영원면에 위치한 마을로서 꾀꼬리가 많고 그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퍼진데에서 붙여진 동네 이름이다. 이곳에서 백정기 선생이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독립운동을 하며 사셨다.

▲     © 소산


* 햇귀: 해돋이 때 처음으로 비치는 햇빛의 우리 말.

* 이대동조(異代同調): 시대가 달라도 인간이나 사물에는 각각 상통하는 분위기와 맛이 있다는 의미.

▲ 영원면에 위치한 송참봉 조선동네 전경     © 소선


* 조선동네: 영원면에 위치한 1만여평에 초가집으로 구성된 조선시대 주막과 여관을 겸비한 숙박업소처럼 황토로 집을 지어서인지 기운이 북돋고 머리가 맑아지는데, 정읍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송참봉 조선동네로 불리운다.

* 동학촌 주점: 동학농민혁명군이 들러 술을 마셨다 해서 동학촌이라 불리워졌다고 전해진다(지인은 여러 가지 안주가 나오는 전주막걸리의 효시라고 소개했다). 민속주점으로 막걸리 한주전자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나오는 안주가 십여가지나 되고 이후 막걸리를 더 시키면 안주가 더 나오는 우리 문화전통의 주점이다. 위치는 정읍시 세무소 맞은편 골목에 있다.


▲ 말목장터     ©소산


* 말목장터: 말목장터는 만석보에서 서쪽으로 약 2km 가량 떨어져 있는 이평면 면사무소 앞 도로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1894년 1월 10일 농민 수천 명이 고부 관아로 가기 전에 최초로 모여 동학혁명을 도모했던 곳이다.

▲  정읍 영원면 조선동네 정자에서 펼쳐진 사물놀이.  마당에서 북 징 쾡가리 장구 대금 등으로 풍악놀이가 펼쳐 졌는데, 10분 후 갑자기 천둥, 번개가 내리쳐 정자로 옮겼으나  안까지 빅 들이쳤다. 곽형주 향토사학자는 천둥번개, 비바람, 악기,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게  제대로된 사물놀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사물놀이를 즐긴 것이다.   ©소산


<주석: 야간엔 영원면에 위치한 '송참봉 조선동네(숙박업소. 1만여평 위에 조성된 황토로 지은 초가집 동네)' 정자에서 악기에 맞춰 춤을 추는 등 한바탕 신명난 어울림이 펼쳐졌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면서 정자 안까지 들이쳤다.
하지만 사물놀이패와 참여한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악기에 맞춰 더욱 흥겹게 춤을 추었는데, 곽형주 정읍 향토사학자에 따르면 사물놀이는 ‘비 바람, 천둥번개, 악기(징, 장구, 꽹가리, 북, 대금...)’와 사람이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사물놀이라고 말했다. 외지 인사들도 참여 했는데, 백정기 의사와 동학혁명군과 함께 어우러진 것 같아서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이름 : 오정해

직업 : 국악인, 영화배우 
출생 : 음력 1971년 9월 5일 (전라남도 목포)
신체 : 162cm, 43kg
가족 : 배우자 김운형, 아들 김영현
학력 :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악예술학 석사
데뷔 : 1992년 미스춘향 선발대회 진
수상 : 2007년 제29회 낭뜨영화제 여우주연상
경력 : 2009.12~ 동아방송예술대학 예술학부 
        공연예술계열 전통연희전공 조교수
출연작   TV-전처가 옆방에 산다, 천둥소리
         영화-하늘과 바다, 천년학, 서편제, 축제
<흐르는 노래는 민요 배띄워라>




경주촌부 12/10/15 [01:13] 수정 삭제  
  참으로 감동이 무밀듯 다기오는 기사에푹빠졌네여
남도와 기사의 어우러짐은 어허둥실 춤추게 하고
이대와 이대동조가 맛깔스럽습니다....
우리 서로를 원하고

애타게 그리며 달려 온 세월

고운님 가슴에 품고 춤추고 노래 부르니

이대동조異代同調가 아니던가


사발통문 고사부리 앵성리

안태본安胎本 아래로 흠모하고 존경하여

살아 온 그 길목에

강제권력 배격하고 자율정부 지지한

아나키스트 구파 백정기 의사여,

햇귀에 물 들은 녹두장군 동학혁명이여!

정읍에 가고픈 이 닮음이 마아 푹 빠지게 합니다
참으로 조ㅎ은 기사 접하고 가네여
알퐁스 12/10/15 [09:56] 수정 삭제  
  역사가 살아있는 현장에 가서 가을 풍치와 함께 참 좋은 문학역사기행을 하셨군요,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여주는 역사와 맛의 고장인 정읍 - 꼭 가봐야할 곳입니다~~
아아 12/10/15 [14:46] 수정 삭제  
  사진과 글 보면서 눈시울이 적시고 기쁨이 넘쳐나는 것을요~.
우리 고장 정읍은 동학혁명 아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
자손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자신들이 동학의 후손이라고 밝히기를 꺼렸답니다 . ‘반란’ , ‘역적’으로 몰려 총칼에 쓰러져 간 동학 농민협명의 후손들...
연좌제를 떠나 이나라 정권이 그리 만들었지요 ㅠㅠㅠㅠㅠㅠㅠ
글과 시와 사진을보면서 감동이 밀려오네요
고사부리.. 동학촌주점..조선동네..고부천...
특히 음식 소개와 싯귀가 제마음을 이리도 흔들어 놓습니다
정읍 12/10/18 [14:55] 수정 삭제  
  송참봉 조선동네

100년도 훨씬 이전의 서민들의 생활상을 가옥, 음식, 놀이, 생활문화, 주변풍경, 생활소품 등을 100% 재현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느껴지는 말 그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되돌아 간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20여채의 초가집이 옹기종기 웅크려있고 그 안과 주변에는 어른들에게는 다소 익숙하고, 아이들에게는 전래동화책에서나 보았음직한 옛날이야기가 녹아있다. 잠깐 들러도 좋지만, 하룻밤 묵어가는 것을 권장한다.













한달음 12/10/19 [15:40] 수정 삭제  
  글도 음식도 멋지시네요
정읍하면 동학혁명발상지죠..
그곳에 이런 멋진 식당과 숙박업소가 있었다니.. 찾아가봐야 겠습니다
시어들이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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