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고창군에 따르면 이재 황윤석의 8대 종손인 황병무씨가 ‘이재난고’와 ‘이재유고 목판’ 100점을 최근 고창군에 기탁·기증했고, 이에 감사와 그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30일 기탁·기증 행사를 연다.
‘이재난고(頤齋亂藁)’는 대실학자 이재(頤齋) 황윤석이 열 살 때부터 세상을 뜨기 이틀 전까지 53년 동안 온갖 다양한 정보들을 상세히 기록한 일기다.
전북도 유형문화재 제111호인 ‘이재난고’는 50여 책, 6,000장 정도의 내용으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중 최대·최다의 방대한 저작물이며, 책마다 쓰기 시작한 연대와 끝낸 연대를 기록하고 ‘난고(亂藁)’ 또는 ‘이재난고’라는 표제를 달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재난고’는 애초 60책으로 이루어졌으며 거기에 이재의 수고본 2책을 더해 62책인데, 이 가운데 47책의 일기를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활자화해 ‘이재난고’ 9책으로 발간해 오늘날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이 일기만도 40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인데, 62책 전체는 약 530만 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재난고’는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황윤석이 보고 배우며 생각한 모든 것을 매일 기록하고 그의 연구 결과까지 정리하면서 조선 후기 ‘과학자의 연구 노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정치, 경제, 과학, 역사, 사회, 문화, 언어 등 전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철저히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해 모두 ‘이재난고’에 담았다.
‘이재난고’에는 양반 지식인이 살아온 궤적이 매우 상세하게 담겨 있다. 심지어 당시 쌀값이나 국밥이며 고기 따위의 물가 변동까지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여행하면서 마을 이름을 한자와 한글로 나란히 적어 놓았고, 식물, 광물, 기물 따위도 한자와 한글을 나란히 적어 뒀다.
특히 그는 정읍의 이언복이 60냥에 구입한 자명종을 18세에 구경한 후 1761년(영조 37)에 나경적이 제작한 자명종을 직접 봤으며, 1774년(영조 50) 염영서를 통해 선급금 5냥을 주고 구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서 황윤석은 이를 수리하려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이후 수리비 4냥을 더 주고 고쳤다는 내용도 있다.
그는 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자명종을 개발하려고 시도했고, 조선후기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되는 많은 자명종을 소개하고 그 원리를 분석한 글을 남겨 놓았다.
또 강원도 춘천에 있던 선대 묘소를 이장할 때 이를 발굴보고서로 기록하고 고려 시대 묘제에 대한 분석까지 곁들였으니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발굴보고서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고창과 인근에 대한 정보는 대단히 많은데 난고에는 당시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당시 고창(흥덕)에서 서울까지 6박 7일 정도로 다녔던 노정(路程: 580리)과 여행일지, 경승지나 유적지 등을 돌아본 내용도 있다.
또 충청도 진천과 경상도 상주에서 호랑이로 인한 피해 상황과 호랑이 사냥 관련 현상금(큰놈 100냥, 중간놈 50냥, 작은놈 30냥)을 통해 하루 사이에 20여 마리를 잡았다는 내용과 ‘1768년(영조 44) 7월에 과거시험을 본 날 점심으로 일행과 냉면을 시켜 먹은 내용, 주막 국밥값 3전, 고급 누비솜옷 4냥, 평민의 누비솜옷 2냥, 말 한 마리 40냥과 말을 대여할 경우 100리마다 1냥 7전, 전의현감 월급 15냥 등이 기록되어 있는 등 당시의 물가와 사회문제 등 조선후기 생활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어 ‘조선시대 타임캡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재난고’는 조선 후기의 정치, 경제, 사회에서부터 수학, 과학, 천문, 지리, 어학, 역법 및 신문물인 서양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백과전서(百科全書)처럼 망라하여 다른 일기와 차이가 크며 그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고창군은 향후 ‘이재난고’의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승격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립중앙과학관)의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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