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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어머니

"신앙처럼 성스러운 인간의 뿌리요, 돌아가 편히 쉬어야 할 영혼의 고향"

김 윤 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09/07/04 [22:30]

한국인과 어머니

"신앙처럼 성스러운 인간의 뿌리요, 돌아가 편히 쉬어야 할 영혼의 고향"

김 윤 호 논설위원 | 입력 : 2009/07/04 [22:30]

  어머니,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찡한 이름이다.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 가슴 치지 않을 자 얼마인가. 살아 생전 불효한 사람일수록, 돌아가신 후 땅을 치며 통곡한다.

  남성 중심의 유교적인 봉건사회에서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억압과 질곡, 인고의 수천년 세월을 살아온 역사를 생각하면, 남성들은 모골이 송연해 진다. 남녀 차별과 성적인 억압에서 해방된 현재에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차별과 소외가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편견과 왜곡된 인식 앞에서 여성들은 속으로 울음을 삼켜야 했다. 신체적․생리적인 차이에서 오는 합리적인 차별이 아니고, 오랜 관습과 종교적인 굴레와 사회 구조적인 장벽 앞에서 이 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은 부당한 처우에 신음하고 있다.

  여성 상위(上位)시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제까지의 남성 상위 시대에서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존중받고 배려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성 상위시대란 얼마 전까지 여성은 식사할 때 밥상(床) 아래에다 밥 그릇을 놓고 밥을 먹었는데, 지금은 밥그 릇을 밥상 위에 놓고 밥을 먹는다는 뜻이라고 어떤 분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유머이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함께 상 위에 밥 그릇을 놓고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평등이요, 예우요, 생명공동체라는 의미다. 밥을 못 먹는다든가, 굶는다든가, 함께 먹지 못하고 나중에 먹는다는 것은 불평등과 부자유, 불행이 될 수도 있다. 60년대 까지만 해도 춥고 배 고팠다. 끼니 끓일 것이 없어서 풋보리 죽을 먹거나, 마을 뒷산 소나무 속껍질을 볏겨다 먹기도 했다. 싸리나무 울타리에 남빛 칡꽃 피워 올린 칡넝쿨과 칡뿌리를 걷어다가 먹기도 했다. 자기는 굶어도 자식들은 풀죽이라도 끓여 먹이려고 애썼던 어머니들이 생각난다.

  못 배운 한(恨)과 원(願)이 너무 많기에 자식들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잘 가르치고야 말겠다는 어머니들의 뜨겁고도 강인한 열정과 집념이 있었기에 오늘날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强小國)이 될 수 있었다. 좁은 국토가 남북으로 쪼개지고, 동서로 분열되고, 진보와 보수로 대립하면서도 세계 13대 경제강국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이 있었기에 일부 부작용도 있었지만, 짧은 기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강국이 되고 IT강국이 될 수 있었다. 지난 3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여 피겨여왕이 된 김연아 선수도 그림자처럼 같이 다니며 가르치고 돕고 보살펴준 어머니가 제일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가난과 고된 노동과 억눌린 부자유의 세월을 견디어온 우리 어머니들은 참으로 위대하다. 그 힘들고 모진 세월 속에서도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했다. 자식들을 낳고 기르느라고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속이 빈 우렁이 같은 한국의 어머니들. 그래서 자식들은 모두 어머니 앞에 고개 숙이고 눈물을 머금는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부드럽고 약한 여성은 억세고 강한 남성을 이기고 보듬어 준다. 양(陽)은 음(陰)에서 나오고 음으로 다시 돌아간다. 강(强)은 약(弱)에서 나오고 다시 약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생의 철리요 우주의 법칙이다. 기(奇)와 정(正)이 상생(相生)하여 돌고 돌아 끝이 없는 삶이여.

  강했을 때 약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서 겸손하고 남을 사랑해야 하며, 약했을 때 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인내하면서 부지런히 노력하고 덕을 쌓아야 한다. 이것이 모든 종교와 철학이 가르치는 우리 인간의 갈 길이다.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바이마르공화국 재상을 지낸 변호사 겸 정치인이기도 했던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가 독일정신의 총체인 동시에 인간정신의 보편적 지향을 제시한 대작 파우스트(Faust)의 마지막 구절은 불멸의 인간 진리를 말하고 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천상으로 인도한다.’ 우리 인간에게 어머니는 신앙처럼 성스러운 인간의 뿌리요, 돌아가 편히 쉬어야 할 영혼의 고향이다. 지난 5월 17일, 95세의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서느낀 감회를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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