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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련꽃이다! 두만강 붉은 련꽃이다!"

<연변문학 대특집> 김동진 노을강 건너가는 무아의 날개

김동진 시인 | 기사입력 2010/07/28 [00:42]

"와! 련꽃이다! 두만강 붉은 련꽃이다!"

<연변문학 대특집> 김동진 노을강 건너가는 무아의 날개

김동진 시인 | 입력 : 2010/07/28 [00:42]
▲ 김동진
여기 두만강하류의 훈춘땅에는 고인 물 진흙속에 뿌리를 박았으나 속세에 젖을줄 모르는 천사의 꽃이 있다. 미모와 향기를 다 지녔음에도 교만과 교태를 부리지 않는 선녀의 꽃, 연분홍날개를 가볍게 저어 바람따라 물결따라 노을강을 건너가는 전설의 꽃, 그 꽃의 이름을 우리는 <<두만강홍련>>이라고 부른다.

동북아의 금삼각으로 세인의 눈길을 모으는 훈춘이라는 아름다운 개방도시에 1억 3천 5백만년의 력사를 아로새긴 붉은 련꽃이 있다는것은 장백의 천지와 함께 우리 연변의 또 하나의 자랑이 아닐수 없다. 
 
2천7백년이라는 련꽃재배사를 기록하고있는 우리 나라에는 무려 200여가지의 련꽃품종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꽃송이가 류달리 크고 아름다운 두만강 붉은 련꽃의 품질이 으뜸이라 하니 이 어찌 자랑이 아닐손가?

내가 두만강 붉은 련꽃을 처음 본것은 5년전의 여름날, 시에서 열리는 농촌문예 콩쿠르준비로 하여 경신진에 갔을 때였다. 마침 련꽃철이라 하기에 우리 일행은 행장을 풀기 바쁘게 마을 서쪽의 작은 늪으로 달려갔었다. 련꽃이라는 소리에 저마다 보고싶은 마음이 다급했던것이다.

거짓말이 아니였다. 그것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황홀한 풍경이였다. 붉은색, 흰색, 분홍색이 어울려 노을처럼 활짝 피여난 련꽃늪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아이들처럼 환성을 터뜨렸다.

<<와---련꽃이다! 두만강 붉은 련꽃이다!>>

진흙이 깔린 흙탕물속에서 이처럼 호함지고 깨끗하고 어여쁜 생명이 피여나다니! 우리는 내 먼저 네 먼저 하면서 련꽃을 배경으로 부지런히 카메라샤터를 눌렀다. 실로 선경에 취해보는 난득의 기회였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수 없어 경신에 체류하는 한달간  나는 매일 한번씩 련꽃늪에 가서 련꽃의 속삭임을 엿들었다.

▲ 천7백년이라는 련꽃재배사를 기록하고있는 우리 나라에는 무려 200여가지의 련꽃품종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꽃송이가 류달리 크고 아름다운 두만강 붉은 련꽃의 품질이 으뜸이라 하니 이 어찌 자랑이 아닐손가?
련꽃은 아무데서나 아무렇게나 피여나는 꽃이 아니다. 청신하고 우아하고 고결한 기품에 고상한 정신지조를 가진 련꽃은 천혜의 땅에서만 피여나는 천혜의 꽃이라고 한다.
 
련꽃은 중화의 10대 명화중의 하나로서 일명 부용(芙蓉)이라고도 하고 하화 (荷花) 라고도 하는데 자고로 수많은 시인들의 시문과 화가들의 회화 그리고 촬영가들의 포토속에 끊임없이 오른것만 보아도 그 존재의 고귀함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련꽃은 화중군자이다. 흐르는 물도 아니고 깨끗한 물도 아닌 고인 물에 살지만 줄기와 잎과 꽃 전체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청고함을 지니고있다.
 
진흙속에 태여나 고인 물을 먹고살아도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는 몸가짐, 마음가짐이 다름 아닌 화중군자의 정신바탕이 아닌가싶다. 부드러운 곡선미에 문양이 예쁜 여덟개의 커다란 꽃잎으로 사바세계를 포용할줄 아는 련꽃의 자태에서 나는 천년을 흘러도 퇴색을 모르는 화중군자의 매력을 보았다.

그윽한 향기로 구질구질한 세상을 정화할줄 아는 꽃!

향긋한 미소로 고리타분한 인생을 다독일줄 아는 꽃!

련꽃은 상징성이 높은 꽃이다. 련꽃은 우선 문학예술이 추구하는 진선미와 깨달 음의 상징이다. 우리의 선인들이 련꽃을 무심과 무아의 경지에 다달으는 불심의 초석으로 삼은것도 이에 비롯함이였다.
 
련꽃의 이미지를 떠난 불교의 도를 상상할수 없는것은 련꽃이 유구한 인류력사와 더불어 찬란한 불교문화속에 용해되였기 때문 이다. 련꽃을 생각하면 련화방석에 모신 불상과 련꽃무늬으로 장식한 법당, 련꽃 기와를 얹은 처마가 떠오른다.
 
한국 경주박물관에서 천년의 풍우에도 사그라지지 않은 련꽃무늬의 기와를 본적이 있다. 그것은 불교문화가 찬란했던 신라 천년고도의 문물로서 련꽃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선조들의 지향을 느끼게 하는것이였다.
 
그밖에 벼슬아치들이 쓴 련꽃모자(련관)와 왕실에 드리운 부용막, 거실에 세운 련화병풍 역시 련꽃을 받드는 인간의 심태에서 기인된것이니 우리의 문화와 생활에 예술로 승화된 련꽃의 력사를 뉘라서 감히 과소 평가할수 있을것인가?

소위 극락세계를 가리켜 <<련방>> 또는 <<련옥>>이라고 하는것을 보면 련꽃은 정토의 상징이기도 하다.
 
<<련>>자는 극락정토에 대한 인간소망을 고도로 함축한 대명사로서 우리 민족이 녀자들의 이름을 짓는데 특별히 애용되고있는바 <<련옥, 련화, 련심, 련금, 련자, 춘련, 혜련, 봉련, 애련…>> 등등 이루다 헤아릴수 없다. 모르긴 해도 그 함의는 속세에 찌들지 않는 련꽃같은 녀자로 곱게 살라는 뜻일게다.

근자에 인터넷을 통한 연변의 사이트를 보아도 련꽃의 이미지를 살리는 자발적이 면서 사회적인 민간동아리들의 이름이 꽤나 많이 등장하고있다. 례하면 <<련우 포럼>>, <<련우디카동호회>>, <<련우산악회>> 등인바 나는 이런 이름들이 하나같이 련꽃같은 친구들의 모임이 되고자 하는 발기자의 갈구와 소망으로 명명된것이라고 생각한다.

련꽃은 또한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련꽃은 씨주머니에 많은 씨앗을 담고있기에 민간에서는 다산의 징표로 선호하고있다. 그리하여 건축물과 녀성들의 의복, 수놓이 등에 없서서는 안될 전통과 예술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풍진세상에서 련꽃같은 삶을 영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한대로 팽창하는 인간의 무리한 욕심이 도덕사회를 부패하게 만들고있어 삶의 기준과 인생가치가 여지없이 흔들리는것을 어찌하랴.
 
련꽃같은 삶은 누가 가져다 주는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자신을 다스릴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령혼을 부식하는 금전과 녀색과 권력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이 세상과 대화할수 있다면 가히 인간답다고 말할수 있으리라.

주지하다싶이 련꽃같은 사람의 핵심은 가슴에 품은 인간에 대한 애심에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인간에 대한 사랑의 향기가 차고넘친다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은 긍정코 두만강 붉은 련꽃이 피여나는 경신의 풍요로운 산과 들처럼 평화와 안녕, 우애와 친목으로 번창할것이다…

▲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은 긍정코 두만강 붉은 련꽃이 피여나는 경신의 풍요로운 산과 들처럼 평화와 안녕, 우애와 친목으로 번창할것이다…
두만강 붉은 련꽃은 이처럼 나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하였다. 그뒤로 5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지만 지금도 나의 가슴에는 석양비낀 경신늪에서 반겨주던 그날의 그 붉은 련꽃의 미소와 향기가 오롯이 남아있다.
 
세속의 때와 먼지로 얼룩진 몸과 마음에 정화의 미소와 향기를 안겨준 두만강 붉은 련꽃! 그것은 찬연한 노을강을 건너가는 무아의 날개였고 인간정토의 길을 가리키는 영항의 불빛이였다.





동진 프로필

중국 흑룡강성 녕안시 동경성진 출생.
1983년 연변대학통신학부조문전업(본과) 졸업.
시인, 부연구관원.
길림성 훈춘시문체국창작실 창작원.
2004년 정년퇴직.
중국민족예술가협회 회원.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
중국 연변작가협회 회원.
중국 훈춘작가협회 고문.

주요 저작으로
시집 <<두만강 새벽안개>> (2007년)를 비롯하여 시조집, 수필집, 실화집,
가사집, 동요동시집, 문집 등 16권 출간
연변작가협회문학상,  <<연변문학>>윤동주문학상,
시조문학상, 한국해외동포문학상 등 수상했음.

 




원본 기사 보기:jb-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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