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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에서 통일까지 소설 '갑오동이'-제7회

임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2/12/04 [04:40]

동학에서 통일까지 소설 '갑오동이'-제7회

임서인 소설가 | 입력 : 2012/12/04 [04:40]

▲     ⓒ 임서인 소설가
 
긴 돌담을 돌고 돌아 명문가 최 진사가 살았다는 집으로 입이 가장 똑똑했던 최씨가 안내했다. 

“잡풀이 무성하여 폐가처럼 보일지라도 잘 손질하면 좋은 집이 될 것입니다.”

최씨는 신발을 신은 채 마루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그의 몸 사이로 보이는 안은 무척 깨끗했다. 

“동네 사람들이 가끔 돌아가면서 이 집을 돌보다가 올해부터는 그것마저 그만두기로 했답니다. 사람이 세상에 머물렀던 세월 속에 흔적 없이 사라지듯이 사라져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 생각이 들어 이 집을 허물기로 며칠 전에 입을 모았었지요. 매우 아까운 집이라 며칠 더 놓아두었다가 부수려고 했지요. 손때가 묻은 내 기운이 서린 집을 놔두고 이곳에 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비록 초라하더라도 내 집이 좋습지요.”

그가 마루에서 과연 너희들이 이런 산골에 들어와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갖는 눈총이었다. 

“좋은 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옹고성은 최씨를 향해 친절한 웃음을 던졌다. 점잖던 그의 눈이 환하게 웃었으며 그의 몸은 구십도 각도로 꺾인다. 난새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며칠은 집을 수리하는데 고생을 할 것입니다. 집을 정리할 때까지는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최씨가 말했다. 

“아, 아닙니다.”

옹가성이 손사래를 쳤다. 최씨는 그런 옹가성에게 목례를 하고는 무성한 풀을 밟으며 최진사 집을 나갔다. 옹가성이 불현듯 생각이 난 듯, 최씨의 꼬리를 밟으며 뛰어나갔다. 

“선생님! 선생님! ”

옹가성의 큰소리에 최씨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긴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혹시 이 사람들이 이 집이 싫다고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 표정이었다. 마을에 사람이 없으니, 저승문이 자주 보이고 그마저 있던 사람들조차도 말이 점점 없어지고 햇빛 속에 몸을 말리며 해바라기만 하고 있었다. 그들끼리 싸우다가도 이내 싸움을 멈추었다. 곁에서 싸움을 흥정하던 사람들조차 없으니 싸울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치열하게 먹거리를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기름진 땅이 남아돌고 있었다. 자꾸만 눈이 정읍 시내쪽으로 길어지는 것을 느꼈다.

“토굴이 어디에 있습니까?”

옹가성이 숨을 몰아쉬었다. 

“뒷산에 있습니다만. 입구를 막은 돌을 옮길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 돌을 옮기는 자는 영웅이 될 것이라는 설이 있기는 하오만, 아예 가지 마시오. 돌이 그 손을 비웃겠소.”

최씨의 눈이 경계를 했다. 옹가성은 최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급히 해승과 난새의 손을 이끌고 뒷산으로 올랐다.

해승의 키보다 큰 커다란 바위가 입구를 턱 막고서는 한번도 점령당하지 않은 성처럼 자존심이 강해 보였다. 

옹가성은 바위 앞에서 오른손으로 왼 팔꿈치를 받치고 왼손 손가락은 입술에 대고는 바윗돌 앞에서 서성거렸다. 분명 젊은 남자가 이곳을 알려줄 때는 쉽게 저것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손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바위와 얼굴을 닿을까말까 하고서는 노려보았다. “열려라 참깨!” 하고 크게 외쳤다. 

“하하하, 선생님, 알리바바가 외운 주문이 통할 리가 있겠습니까?”

난새가 크게 소리 내어 웃어 제쳤다.

“우리 갑오동이가 이곳에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해승이 옹가성 곁으로 다가가며 요람을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바위에 요람이 닿았다. 그러자 바위가 스르르 옆으로 굴러갔다.

세 사람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 갈 수록 넓고 환했다. 어디서 들어온 빛일까 하고 사방을 바라보았으나 빛이 들어올 곳이 없어보였다. 

해승은 요람을 바닥에 놓았다. 요람 속 아기를 들여다보았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은 보통 아기였다. 백산성에서 오는 동안 내내 한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이곳에 우리 아기를 꼭 놓고 가야 하나요?”

난새가 울먹였다. 

“음울한 이 세상을 위해서네.”

“젖이 불어요. 우리 아기에게 먹이고 싶어요.”

“이 아기는 인간의 젖보다 더 좋은 양식이 있을 것이네. 마음 약하게 먹지 말게나. 이 아이는 두 사람의 아기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사람들이 의심하기 전에 얼른 이곳을 나가게. 그리고 하늘이 우리에게 무엇을 하게 할지 기다려 보세. 자, 얼른.”

옹가성은 두 사람의 손을 붙잡고 굴을 나왔다. 그들이 나오자마자 바위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구를 막았다. 입구를 막아버리자 난새는 더욱 섦게 울였다. 

“우리 아기를 언제 만나 볼 수가 있을까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답니까?”

옹가성은 난새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광폭한 세상을 원망하게나.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의 강이 한반도를 적시고 있지 않는가? 얼른 이곳을 떠나야 한다네.”


▲     ⓒ임서인 소설가
세 사람은 최진사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옹가성의 뒤를 따르는 난새는 가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해승이 다가와 난새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난새는 해승의 따뜻한 마음을 읽고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해승과 난새가 살 최진사 집과 옹가성이 살 돌담이 긴 집이 집다워졌다. 산발 머리 여인이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얼굴에 연지분을 바르니 절세미인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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