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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바첼레트의 '공감정치' 배워라

대국민 담화에서 주먹쥔 화난표정VS증오까지 녹였던 칠레 전 대통령

오주르디 칼럼 | 기사입력 2013/03/06 [20:18]

박대통령, 바첼레트의 '공감정치' 배워라

대국민 담화에서 주먹쥔 화난표정VS증오까지 녹였던 칠레 전 대통령

오주르디 칼럼 | 입력 : 2013/03/06 [20:18]

[플러스코리아]오주르디 정치칼럼= ‘박근혜 정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조직 개편 문제로 야당과 정면 충돌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 탓이라며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지만 여론은 박 대통령의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앵그리 정치'에 대한 역풍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충수를 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화난 표정 보며 떠올린 얼굴, ‘미첼 바첼레트’

박근혜 대통령의 ‘앵그리 정치’, 바첼레트 전 칠례 대통령의 ‘공감 정치’

▲ 박근혜 대통령과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 편집부

제왕적 대통령은 안 된다던 그가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자 화난 표정으로 대국민담화를 했다. 굳은 표정에 주먹을 부르르 떨며 호통을 치듯 야당을 나무랐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강변했다. 모두가 놀랐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화를 내는 장면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화난 표정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보면서 대조적인 얼굴 하나를 떠올렸다. ‘앵그리 정치’가 아니라 증오까지 녹이는 ‘공감 정치’로 국가를 위기에서 건진 남미의 정치 영웅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4년이란 짧은 재임 기간 동안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만들고, 서민들에 대한 복지를 대폭 확대해 칠레 국민뿐만 아니라 남미 모든 국가에서 찬사를 받은 여성 정치인이다.

바첼레트가 대통령에 당선될 즈음 칠레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학생시위가 계속됐고 전임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가 터지며 그를 괴롭혔다. 취임 첫해 지지율은 35%에 불과했다. 그녀는 ‘수평의 정치’를 실천했다.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책을 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녀가 한 일과 노고에 대해 국민은 박수로 화답했다. 퇴임할 당시 지지율이 84%를 기록할 만큼 칠레 국민의 그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

곁가지는 비슷해도 뿌리가 다른 두 사람

박 대통령과 바첼레트. 비슷한 점도 있다. 둘 다 여성으로 대통령에 올랐다는 것과 성장과정에서 겪은 불행한 일 등이 서로 닮아있다. 1952년생과 1951년생이니 나이도 비슷하다. 20대에 부모가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도 공통분모다. 두 사람 모두 한동안 은둔생활을 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서거 이후 그랬고, 바첼레트는 젊은 시절 정치적 망명생활을 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아버지가 모두 군인이었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훨씬 많다. 곁가지만 조금 닮았을 뿐 뿌리는 딴판이다. 다른 만큼 결과도 그러하지 않을까 저어된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하는 것을 지켜봤지만, 바첼레트는 파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1973)로 아옌데 대통령 집무실이 폭파되는 장면을 칠레 대학 옥상에서 지켜봐야 했다.

▲ 대국민담화에서 박대통령의 화난 표정. 사진편집=오마이뉴스     © 편집부


'5.16군사정변과 박정희 정권'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돼주었지만, 바첼레트는 파노체트 독재정권의 피해자였다. 한 사람이 군부독재 정권의 심장부에서 극우적 성향을 체득했다면, 다른 한 사람은 군사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싸운 좌파성향의 운동가였다.

군인이었던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국민들을 암울한 유신독재로 밀어 넣었지만 같은 군장성이었던 바첼레트의 아버지는 정반대였다. 피노체트 쿠데타 세력에 의해 국가반역죄로 체포돼 모진 고문 끝에 처참한 죽음을 맞아야 했다.

박근혜 정치기반은 ‘독재정권’, 바첼레트의 기반은 ‘독재항거’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영애’로 살 때, 바첼레트는 독재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에 가담해 투옥과 고문을 당했다. 한 사람이 군부정권의 퍼스트레이디를 할 때, 다른 한 사람은 의사로서 군사독재 피해자들의 자녀를 돕는 NGO에 헌신했다. 한 사람이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영남학원 등 논란이 많은 ‘아버지 유산’을 관리하고 있을 때, 다른 한 사람은 피노체트 독재정치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후 보건장관과 국방장관 보좌역을 하다가 2000년 라고스 대통령에 의해 보건장관으로 발탁된다. 2002년에는 남성중심적 사회인 칠레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방장관이 된다. 여성이 국방장관에 올랐다는 건 파격이었다.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놀라운 일을 해낸다.

피노체트와 관련된 과거사를 철저하게 청산을 하면서 민군(民軍) 간의 오래된 불신과 반목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치 개입을 해온 군부 지도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그들을 포용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군대를 사열할 때 거수경례를 붙이는 군인에게 다가가 답례로 볼 키스를 했다고 한다.




수평, 소통, 관용, 대화...‘공감 정치’가 칠레를 구했다

바첼레트의 ‘공감 정치’는 먹혀들었다. 군부로부터 다시는 칠레의 민주주의를 뒤엎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맹세를 받아냈다. 대규모 학생시위도, 구리광산 노동자 파업사태도, 정부를 비난하는 화염병 시위도 수평적 관계와 소통을 우선시하는 ‘공감 정치’로 극복해 냈다. 그가 2006년 3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나는 증오의 희생자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평생 증오를 이해와 관용과 사랑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독재정권의 피해자였던 바첼레트의 입에서는 ‘관용과 이해’라는 말이 나오는데 독재정권의 가해자 편이었던 박 대통령의 입에서는 저런 얘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과거 그 시절 희생자들이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데 ‘불통과 앵그리 정치’라니. 어처구니없다.

바첼레트는 자신이 여성인 만큼 여성문제에 고심했다. 첫 내각을 남성 10명, 여성 10명으로 구성한 걸 보면 박근혜 정부와 딴판이다. 남녀 동수 내각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모두 댄스 파트너를 가질 수 있도록 하려 했다”며 조크를 던졌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여성 취업률이 크게 증가했고, 보육시설과 영유아 관련 지원도 크게 확대됐다.



경제-복지-인권, 모두 성공...퇴임시 지지율 84%

복지정책과 경기부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 방법도 독특했다. 칠레의 최대 수출품목인 구리의 가격이 경기에 따라 요동친다는 점을 주목한다. 구리 값이 치솟자 구리를 수출해서 얻은 돈을 모았다. 그 중 200억 달러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미국 채권 등에 투자에 재미를 봤다. 금융 위기에도 재정적자 없이 경기부양과 복지에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성공 비결을 묻자 영국 속담을 인용했다. “태양이 빛나고 있을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

칠레 헌법으로는 대통령 연임이 금지돼 있다. 독재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그가 4년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궁을 떠날 때 국민들은 그를 뜨겁게 연호했다. 84%의 지지율로 퇴임하는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2014년에 다시 만나요”라고 소리쳤다.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재출마는 가능하다.

수평적 리더쉽과 열린 사고, 국민만 생각하는 바르고 정의로운 정책, 이것이 바첼레트 정부가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키워드였다. 이것 말고도 성공비결은 또 있다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 바첼레트에게 배워야

“직언할 참모를 곁에 두야 한다...현장을 다 가볼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둬야 한다. 요구되는 것은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로열티(충성심)다. 어떤 경우든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옳지 않다, 이건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신뢰한다.”

박근혜 정부. 이제 시작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거라면 더 늦기 전에 풀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불통정치’ ‘억압정치’ ‘앵그리 정치’를 내려놓기 바란다. 이해시키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인내하며 야당의 생각과 다른 주장들을 포용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돌아보시라. ‘이것은 아니다’라고 직언할 참모가 있는지 자문해 보라는 말이다. 그리고 바첼레트에게서 배우기 바란다. 그리고 깨닫기 바란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정치는 바첼레트와 같은 ‘감동과 공감이 있는 정치’라는 것을.

 <위 칼럼은 본지 기사화에 동의하여 게재함을 밝힙니다. 출처/사람과 세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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