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사드 배치' 논쟁을 통해서 본 한반도 지정학

"방산비리 및 사드문제는 분쟁의 눈으로 본 외교 실패다"

강동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6/08 [22:16]

'사드 배치' 논쟁을 통해서 본 한반도 지정학

"방산비리 및 사드문제는 분쟁의 눈으로 본 외교 실패다"

강동진 기자 | 입력 : 2015/06/08 [22:16]

[플러스코리아타임즈=강동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시청 옆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새날희망연대 주최 제 71차 정기 포럼에서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이 ‘사드 논쟁을 통해서 본 한반도 지정학’으로 발제를 맡았다. 김 편집장의 발언 영상과 전문을 소개한다. 

▲ 발제를 맡은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 강동진 기자



미군은 멀리 동아시아로 원정을 온 군대다. 동남아시아 말라카해협에서 한국서해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의 바다를 휘젓고 다니며,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한다.

링위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상대방의 진행경로를 막아서는 "나비처럼 날아서 별처럼 쏜다"고 이끌어지는 무하마드 알리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해양을 통해 자국에 접근하는 걸 거부할수 있는 차단선(제1.2 도련선)을 긋고 미 함대를 타격할수있는 힘쎈 펀치력을 구비한다.

이와 유사한 인파이터의 전형은 "핵 펀치"로 불린 조지 포먼이다.

접근하려는 미국은 "항해의 자유를" 접근을 거부하려는 중국은 자국의 " 핵심이익"을 외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링에서 싸우는 두 복서의 스타일 이라고 할수 있다.

여기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북극을 정점으로 한 전략지도

 강대국 간의 미사일 전쟁을 가정한다면 북극은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전략미사일이 통과하는 핵심적인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예 지도 자체가 북극이 중심이 된 것이다. 북극권을 중심에 놓고 보면 세계가 달라 보인다. 지도상에서는 캐나다가 가장 크고 북극 주변에 세계의 강대국이 용처럼 에워싸고 있다. 

링 위에서 싸울 준비를 하는 헤비급 선수들이다. 평소에는 마치 용이 긴 혀를 북극을 향해 널름거리는 형상이다. 상대방의 혀를 잘라버리고 자신의 입김으로 북극을 채워버리는 패권이 된 용은 미국이다.
 분쟁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렇게 세계 지도가 달라진다.

만일에 우리가 북극에서 주변을 둘러본다면 모든 방향은 남쪽이다. 여기에는 동서남북도 없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공간의 극단이지만 전쟁을 하는 패권에게 있어 지정학의 정점, 또는 전략의 중심이라고 할 것이다. 

이 지도를 보면 패권의 경쟁은 강대국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과 인적·문화적 교류와 같은 인간적 이미지를 모두 삭제한 고도의 추상적인 순수한 전략의 지도로 재탄생되어 있다. 국가를 국제관계의 유일한 행위자로 형상화하면서 패권을 향한 충돌을 마치 자연법칙처럼 여기는 추상적 모델이 떠오르는 것이다. 

추상화 된 국가의 집단의지는 군사무기로 육화(肉化)됨으로써 구체적이고 실제성 있는 이미지로 전환된다. 바로 미사일 전쟁이다.

우주를 기반으로 한 미사일 전쟁은 북극권을 중심으로 지구를 수직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북극원에서 거대한 미사일방어(MD) 우산을 만들어 지구에 덮어씌우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지도는 주로 고도(altitude)가 전장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저고도에서는 하층방어, 고고도에서는 고층방어라는 전혀 다른 무기체계가 작동을 하고 배치 방식이 달라진다. 

그러나 그것을 전부 통제할 수 있는 성층권을 넘어 가장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는 우주 감시·정찰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 미사일방어 전력을 배치하되 이 북극권을 에워싸는 모양으로 전략의 지도를 그린다. 일본과 스칸디나비아반도에 MD의 핵심전력을 배치하는 이유다. 

지도에는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중국의 미사일이 북극을 향할 때 이를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두 방향이 바로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된다. 여기서 실패할 경우 알라스카에 사령부가 있는 북미방공사령부가 지상배치요격시스템(GBI)이 미국을 방위하는 전력의 배치가 요구된다.

어찌 보면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개발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 대결승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극의 링 위에 선수로 출전하겠다는 일종의 ‘선수 자격 획득하기’가 북한의 가장 큰 열망일 것이다. 지금 미국은 북극권에 참여하는 이 새로운 도전자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헤비급이 즐비한 링 위에 작지만 매서운 맛을 보이는 북한이라는 존재는 미국이 동맹국을 북극권에 시선을 집중하도록 하는 좋은 빌미가 된다. 즉 북극의 링 위에서 벌어지는 시합의 흥행을 보장하는 북한이라는 좋은 먹잇감이 나온 것이다.

북극권을 중심으로 우주전쟁이 수직적 관점이라면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해양전쟁은 수평적 관점으로 강대국 간의 본선에 해당된다. 아시아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해양에서 중국을 감싸며 압박하는 전략지도이다. 
북극권이라는 링은 날아다니는 권투시합이라면 해양에서의 링은 뛰어다니는 권투시합이다.

최근에 미국이 가장 열심히 들여다보는 동아시아 전략지도다. 지금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데 두 개의 전략지도를 본다.중국에 가급적 근접한 동아시아 국가에 미군이 전진배치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해양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한 동아시아의 전략적 관문(choke point)을 미국이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방산비리 및 사드문제는 분쟁의눈으로 본 외교실패다.주지하다시피 미국은 UN의 해양협약에 가입을 하지 않은 나라로써 전 세계 바다에 대한 무한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접근의 자유를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오직 미국만이 구사할 수 있는 패권의 원천이다.

지금 동아시아라는 링 위에는 두 명의 복서가 있다. 정치·군사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미국과 막강한 경제력으로 이에 도전하려는 중국이다. 패권국과 도전국 이라는 두 복서는 가까이 붙어 충돌하다가 다시 멀어져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는 일을 반복한다. 발이 빠른 아웃복서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이라는 이름의 민첩성을, 카운터펀치를 가다듬는 중국은 ‘반접근거부전략’(A2AD: anti-access area-denial)이라는 이름으로 힘을 비축한다. 

아웃복서는 민첩하면서 팔이 길어야 하고, 인파이터는 맷집이 좋고 맞받아치는 힘이 세야 한다.
미군은 멀리 동아시아로 원정을 온 군대다. 동남아시아 말라카해협에서 한국 서해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의 바다를 휘젓고 다니며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한다. 링 위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상대방의 진행 경로를 막아서는 아웃복서의 전형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고 일컬어지는 무하마드 알리이다. 반면 중국은 미군이 해양을 통해 자국에 접근하는 걸 거부할 수 있는 차단선(제1, 제2도련선)을 긋고 미 함대를 타격할 수 있는 힘센 펀치력을 구비한다. 

이와 유사한 인파이터의 전형은 ‘핵 펀치’로 불린 조지 포먼이다. 접근하려는 미국은 ‘항해의 자유’를, 접근을 거부하려는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외치는데 이것이 바로 링에서 싸우는 두 복서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의 바다에서 충돌하면 그 양상이 바로 이러할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한 7함대 전력에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을 배치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전력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11개 항공모함전단 전력의 60%를 아시아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11개 항공모함 중 7개는 이미 수명 30년을 초과한 노쇠한 전력이고 미국은 항모전단을 새로 만들 돈이 없다. 

반면 중국에선 유일한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취역하였지만 아직 전투기 이착륙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전투체계 역시 불완전하다. 이 때문에 빠른 발놀림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중국의 처지에서는 다른 비대칭 전력으로 이를 보완해야 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2007년 발표한 보고서 ‘용의 둥지에 들어가기’(Entering the Dragon’s Lair)에 의하면 중국에는 미국의 항모전단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중국 해군이 보유중인 구축함(함선 및 잠수함을 공격하는 중대형 함정)과 호위함(함선을 호위하는 임무를 띤 군함)을 동원해 미 항모전단을 공격하는 방안이다. 현재 중국의 해군력을 고려하면 아직은 현실성이 희박하다. 

둘째는 중국이 100여대의 전술기와 200여발의 대함미사일(함선을 파괴하는 미사일)로 항모전단을 공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평시에 아시아에 배치된 한 개의 항모전단을 기습 공격하는 데는 이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미 항모가 증강 배치되는 상황에서는 이 역시 중국으로서는 불리하다. 

셋째는 공대지 미사일로 항모전단의 핵심전력인 이지스 구축함의 레이더를 파괴하여 함대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인데, 비교적 소형인 ‘하피’ 공대지미사일(항공기에 탑재해 지상 목표를 공격하는 유도미사일)을 이용하면 미 항모전단은 상당 부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넷째는 잠수함을 이용한 시나리오인데, 미군의 대잠수함 경계망을 돌파하여 항공모함에 어뢰 공격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북해함대, 동해함대, 남해함대에 총 64대의 잠수함을 배치하고 있고 이 중 11척이 핵 추진 잠수함이다. 2020년까지 중국이 추가로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동남아 기지에 이들을 분산 배치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랜드연구소는 이런 네 방법을 한꺼번에 구사할 경우에는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미 해군이 패배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접근과 반접근의 미-중 충돌

 최근에는 중국이 반접근전략의 핵심으로 지대함 탄도미사일(ASBM) ‘둥펑’(DF-21D)을 증강하였는데, 이러한 대함미사일은 오직 중국만 보유한 것으로 현재 백두산 인근의 중국 내륙에도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시 북한이 중국의 ‘대미항전’(對美抗戰)에 가세한다면 한반도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H-6 폭격기에서 발사하는 초음속 장사정 대함미사일, 해군항공대 전폭기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 등 최근 중국은 미사일을 주축으로 제2도련선(해상방위선)에서 미국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더 힘을 비축하고 다가오는 적을 기다리는 인파이터의 결의가 느껴진다. 최근 기자가 중국에서 만난 안보전문가는 “향후 3년 동안 중국은 매년 4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여 3년 뒤 국방비를 250% 성장시킨다는 내부 방침이 확정됐다”며 그 핵심은 미국의 접근에 대한 거부 전력을 키우는 데 있다는 점을 밝혔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냉전 초기에 신생 중국의 마오저뚱은 미 제국주의가 중국 영토에 직접 공격을 하기 이전에 세 곳에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인도차이나, 타이완, 한반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미국이 중국을 침략하는 이 세 가지 경로를 일컬어 ‘삼로향심우회(三勞向心迂回)’ 전략이라고 칭한 마오저뚱은 이러한 그 자신의 전략관(戰略觀)에 입각하여 1950년 10월에 한국전쟁에 중국의용군 파견을 결정한다.

 이 결정의 요체는 UN군이 중국으로 쳐들어오기 이전에 “중국 밖에서” 차단하지 않으면 그만큼 중국의 안보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65년이 지난 지금의 중국의 전략관은 센카쿠(다오디다오)가 추가된 것 외에 1950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한국전쟁에 이어 1960년대에는 인도차이나에서 대규모 전쟁을 벌인 바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 비해 일본은 이제 미국의 지원을 얻어 실재하는 객관적으로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설정한 일본을 포함하는 제1의 세력균형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제1도련선의 전략적 안정이 무너지고 중국은 미국의 접근전략을 더욱 완강하게 거부하는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중국은 일본 열도 바깥에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제2의 도련선이 장기적으로 미중간의 세력균형선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분쟁의 지도와 한반도

 과거에 동아시아에서 이런 전략 지도에 몰입한 나머지 가장 야만적이고 역겨운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바로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 유엔은 물론 미 합참까지도 이 전쟁을 우려했다. 그러나 존슨 대통령은 다른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으로 갔다.
1990년대 말에는 그 분쟁의 지도가 다시 대만해협으로 왔다. 1997년 대만사태로 미국과 중국이 낮은 수준의 물리적 충돌을 겪고 아시에서는 세 번째의 강대국 간의 충돌이 예견되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전쟁 없이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21세기에는 센카쿠(다오디다오)와 서해에서 미국과 중국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일찍이 마오저뚱이 예건한 지역에서 모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치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관통될 불변의 지정학이다.

여기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가장 공격적인 현실주의자인 칭화대학의 옌쉐퉁 교수조차 필자에게 “사드가 중국에 직접 위협적인 무기는 아니다”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반도에 배치되면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동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은 서서히 붕괴되면서 7:3 혹은 8:2로 미국이 우세해지는 전략적 불균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사드 요격체계는 중국의 둥펑(DF-21D) 지대함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미국의 접근전략을 수행하는 무기체계이고, 한·미·일이 미사일방어(MD)로 융합되는 전략적 변환의 상징이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21세기형 패권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표출한다. 이런 세력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 역시 비동맹정책을 재검토하여 우호세력을 확장하면서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이렇게 본다면 분쟁 요인이 확대될 곳은 두 개의 링 구석, 즉 센카쿠열도와 서해가 될 것이다.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시진핑 주석은 거칠다 못해 감정적이기까지 하다. 2년 전부터 중국은 미국과 비밀 막후접촉으로 센카쿠열도에서 미국의 체면을 고려하는 의미 있는 양보 조치를 했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층들에게 회람된 군사비밀보고서의 “만일 댜오위다오에서 중-일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불리하다”는 비관적 결론까지 고려된 조치였다. 그런데 한반도 사드 배치, 미-일 안보가이드라인 개정 등은 이런 중국의 뒤통수를 친 사건이자 미국의 접근전략의 또 다른 변형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드시 도전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의 경우는 각기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정치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자체적인 분쟁요인으로 작동하는 이중의 분쟁지역이다.자체적인 분쟁요인이라 함은 미국과 중국의 깃발 없이 남북한 만의 국지전으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예선전의 영역에 해당된다. 최근 분쟁의 요인이 격화되고 있는 서해의 경우가 그러한 국지분쟁의 대표적 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각기 북한이 설정한 대결승전, 본선전, 예선전이라는 다른 수준의 분쟁 지도가 된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분쟁에 모두 참여할 수 없는 북한은 스스로 군사력을 과장하거나, 단지 군사적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미지화 된 분쟁을 구성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사드파, 킬체인파, 핵무장파

 작년 3월 동해에서의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시험과 올해 5월 북한이 신포 앞바다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미사일 시험은 한국의 안보론자의 여론을 정확히 세 개로 쪼개버렸다. 

첫 번째는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사드(THAAD) 요격체계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언필칭 사드파의 주장이다. 

두 번째는 이미 북한은 잠수함으로 배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므로 사드와 같은 방어무기는 실효성이 없고 수중 킬체인(kill-chaine)으로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선제타격하거나 잠수함 작전을 차단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킬체인파의 주장이다. 

세 번째는 변화무쌍한 북한의 전략에 일일이 대응하는 사드나 킬체인과 같은 무기체계는 모두 소용이 없고,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궁극적인 억제력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핵무장파의 주장이다.
 

적어도 올해 초까지는 첫 번째가 가장 우세했고 5월 초부터 두 번째가 부각되기 시작하다가 최근에는 세 번째 주장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어떤 군사전략을 선택할 것인가로 갑론을박하게 되면 북한은 중요한 전략적 이점을 얻는다. 

먼저 혼란을 겪는 한국은 전쟁의 양상을 결정지을 ‘결정적 작전(decisive operation)’에 국방의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해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게다가 한국의 핵무장론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신뢰하지 못한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의 길로 간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한미동맹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긴다. 이걸 왜 북한이 마다하겠는가?

이런 추론은 북한이 공개한 동영상 서두에서 “송아지 마냥 화들짝 놀라 초상난 집처럼 떠들어대는 미국과 괴뢰(남측)의 소동”, “깨진 쪽박 쓰고 날벼락 막기”라는 육성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사드, 킬체인, 핵우산 어느 것도 신뢰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한국 안보론자의 혼란을 조장하고 즐기는 것 같은 메시지들이다. 

북한의 새로운 위협이 나타날 때마다 군사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던 국내 보수언론은 이런 북한의 의도를 잘 구현해 준 고마운 동업자일지도 모른다. 반면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면서 신중한 대응을 주장하던 미국 군의 고위 인사들이나 한국의 진보는 북한에게 있어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투철한 안보의식이 결여되었다고 알려진 한국 내 진보세력은 북한의 의도에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북이라기보다 배북(背北)에 가까울 것이다.

  두 번의 미사일 사기극

 정체불명의 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위력시위는 국내 안보론자들에게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을 분열로 이끌었다. 과연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공포를 체험하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로 군사전략에서 분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신을 높이는 데 반해 한국은 추락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잃어버린 자아상, 즉 “우리는 끊임없이 협박을 당하지만 북한을 징벌할 수 없다”는 열등의식과 자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면 무언가 새로운 권위를 향한 강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어떨 때는 사드로, 킬체인으로, 핵무기로 몰려다니는 이유가 된다. 

최근 <조선일보>의 양상훈 논설위원의 칼럼은 한국 안보전략의 목표는 핵을 가진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달성하는 것이 최상의 안보전략이라는 점을 천명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에게 공포를 줄 수 있는데 우리는 북한에게 그럴 수 없다면 전략적 균형은 무너진 것이다. 

이럴 경우 일차적 대안은 북한 정권을 언제든 제거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고, 더 궁극적인 대안은 한국의 핵무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공포의 총량이 균형을 달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최상의 안보라고 보는 것이다. 그 목표가 충족되는 순간이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노동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 미사일이 실재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북한이 우리에게 공포의 이미지를 뿌려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사드나 킬체인, 핵무장이라는 세 가지 수단을 확보한다는 논리의 비현실성도 손쉽게 초월해 버린다. 우리도 어느 정도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공포로 다가오는 원천은 북한이라는 집단의 비정상성, 국가 이성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 지는 비합리성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전혀 현실적일 것 같지 않은 대안을 주장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도 비이성적인 면모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야 북한이 공포에 떨게 된다. 

군사전략이라는 게 정상인의 눈으로 볼 때 항상 기괴하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우리도 미칠 수 있다는 것, 아니 일정 부분은 벌써 미쳐 있다는 걸 상대방이 알아줄 때 공포의 상호거래가 성립된다. 이 때 비로소 상처 입은 자존감이 회복될뿐더러 우리가 더 우월하다는 자기 확신이 가능해 진다. 더불어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군 장성과 공안검사가 득세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합리성을 어느 정도 훼손되는 것이 국가 안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우리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북한이 작년 3월에 발사 각도를 높여 발사한 이상한 노동미사일 발사시험, 그리고 올해 5월의 진위가 의심스러운 잠수함발사미사일 시험이라는 두 번의 미사일 사기극은 비로소 그 전말을 드러낸다. 이 두 번의 미사일 시험은 한국과 미국의 군사전략을 송두리째 흔드는 성공한 사기극이다. 실제 북한이 군사전략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실로 믿어버리게 만드는 그 정체불명의 속성 때문에 대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우리도 북한에 대한 대응 사기극을 연출할 수 있다면, 예컨대 북한 정권 궤멸, 선제타격에서 핵무장에 이르는 일련의 연극이 현실화 된다면 북한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재래식 무기에 의한 국지전을 노리거나 원자력 잠수함 건조, 수소폭탄 개발과 같은 더 극단의 공포를 제공하는 수단에 북한은 주목하게 된다. 그러면서 북한 내 고위인사에 대한 숙청이나 비정상적인 통치의 면모를 일부러 보여 줄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안보는 더 불안해 진다

 이런 변화가 예견되는 한반도 안보지형에서 어떤 군사전략이 옳으냐는 걸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 북한은 한국의 군사전략을 잘 관찰 한 후에 자신의 군사전략을 바꾸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어제 옳았던 것이 오늘은 틀린 것이 되고 내일은 또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혼란을 초래하는 북한의 새로운 위협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야 한다. 

또한 한국군에게는 대책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초래되는 국가의 혼란과 스트레스는 잘못 관리될 경우 집단의 광기로 발전할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에 일본군은 눈앞의 손쉬운 승리에 현혹되어 정치권력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쟁의 광기를 향해 치달았다. 그 과정에서 분출되는 잔인함과 야수성은 상대방에게 공포를 강요할 수 있는 위력적인 수단이었다. 공포를 선호하는 군사전략은 그 스스로도 통제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충동을 내포하는데, 여기서 국가는 매우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순수한 의미의 군사전략은 미세한 폭력의 파동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것이고,여기에 전쟁의 과학, 전쟁의 본성이 있다. 군사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에 의하면 그것은 우연과 도박을 감수하는 행위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가운데 무언이 진짜 위협인지 식별할 수 없는 안개와 같은 상황, 거기서 낯선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긴박함의 연속에서 극단의 선택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글: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현장방송을 하는 일인미디어
(촛불사랑tv) 방송하고 있습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메인사진
[포토]지리산 노고단에 핀 진달래
1/23
연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