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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역사를 담은 빨간 우체통

현대화에 밀려 사라지는 우편 배달부의 아련한 추억 연상

이유정 해금강테마박물관 학예사 | 기사입력 2008/01/19 [18:56]

추억과 역사를 담은 빨간 우체통

현대화에 밀려 사라지는 우편 배달부의 아련한 추억 연상

이유정 해금강테마박물관 학예사 | 입력 : 2008/01/19 [18:56]
[스토리가 있는 유물③...해금강테마박물관]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 마을 방면으로 가다보면 해금강의 경치와 멋스럽게 어우러진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해금강테마박물관이다. 2006년도에 개관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보고, 듣고, 만지며 느끼는 체험박물관으로 1층은 한국 근.현대 생활사자료를 중심으로, 2층은 중세유럽장식미술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합테마형 박물관이다. 
 
▲ 아련한 추억을 담고 있는 빨간 우체통.     © 사진제공 : 해금강테마박물관
거제도가 자랑하는 관광지인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사이에 두고 해금강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해금강테마박물관 입구에는 보낼 수 없는 사연을 담은 빨간 우체통이 있다.박물관 입구에 자리 잡은 빨간 우체통이 그 옛날의 숨결을 뱉어놓는다.
 
일제강점기 종로거리에 서 있다가 일본으로 건너갔고, 해방이 되면서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가 지금의 박물관까지 들어오게 됐다는 이 우체통은 여든의 나이를 자랑하듯, 손때가 가득히 묻고 녹도 많이 슬었다.
 
이미 제 소임을 다 한 듯 이제 박물관 한쪽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 옛날의 추억도 그리움도 흘러가는 바람이요, 드문드문 떠오르는 낡은 기억 한 조각이다.
 
이 우체통의 사연도 귀 기울여 듣고 있자니 구구절절 험난한 굴곡의 연속이다. 어디에도 편히 쉴 곳 없었던 모양인지, 1920년대 종로 거리에서 일본 골동품 수집인에게로, 그리고 한국 수집인에게로, 또 다시 황학동시장의 골동품점으로...
 
그러고 보면 우체통이라는 제 역할은 나이에 맞지 않게 아주 짧았다. 제 젊음과 전성기는 아주 잠깐 ‘반짝’하고 지나가 버렸고, 결국은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뽀얀 먼지를 들여 마시며 한쪽 구석에 정처 없이 서 있었던 것이다.
 
서울 청계천변의 황학동 시장은 ‘없는 거 빼곤 다 있다’는 만물상이다. 벼룩시장, 고물시장, 만물시장으로 50여년 명맥을 이어온 이 거리에서 관장님은 우체통을 보는 순간 ‘이거다’싶으셨단다.
 
다시금 저의 가치를 알아봐준 한 사람의 등장으로 우체통은 추억을 재생시켰다. 자신의 기억을, 또 자신에게 담았던 사람들의 사연을. 그리고 지금 이 우체통을 바라보는 나와 또 다른 사람들의 타임머신이 되어 우리를 추억으로의 여행으로 몸을 싣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팔순잔치를 치르고도 남는 나이. 지금은 보낼 수 없는 사연만을 담고 있지만 짧다면 짧은 전성기 동안 이 우체통은 제몫을 하였고, 열심히 그 가치를 뽐냈을 것이다.
 
전자메일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보고픈 그님 얼굴 떠오르면 기나 긴 밤 설레는 마음에 편지를 적곤했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단축키를 눌러 목소리를 확인하고 안부를 전해 듣는 지금의 편리한 문명의 이기와는 달리 기다림과 그 기다림이 주는 설레임이 빨간 배에 가득 차 있던 안타까운 그리움을 이 우체통은 기억하고 있을까.
 
지금 내 눈 앞에는 경성 한 복판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던 빨간 우체통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얼굴이지만 그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지는 것은 추억이란 이름의 형태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삐 제 갈 길을 갔던 종로거리 한 복판에 서서, 이 우체통은 마치 나무처럼 그 길에 뿌리를 박고 사람들의 사연을 기다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담고 추억을 담아, 제 발은 이 바닥에 묶여 있지만 어쩌면 마치 바람처럼 날아가 그님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 한 통 써서 우체통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사라져 가는 우리네 일상 속으로의 회귀도 좋고, 연락 없이 지냈던 이에게 조금 색다르게 소식을 전하는 풋풋한 안부인사도 좋다. 우체통은 지금도 어디선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보낼 수 없는 사연을 담은 빨간 우체통은 이제 편지 대신 그리움을 배달한다. 누군가가 그리운 이들에게 조금은 더딘 걸음으로...
 
▲ 해금강테마박물관 전경.     ©사진제공 : 해금강테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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