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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데 어떻해”-“이용해줘 고마워..”

버스기사 친절도에 따라 포상 시행, 2013년까지 50% 전용버스 갖춰

리복재 기자 | 기사입력 2008/03/03 [18:11]

“돈 없는데 어떻해”-“이용해줘 고마워..”

버스기사 친절도에 따라 포상 시행, 2013년까지 50% 전용버스 갖춰

리복재 기자 | 입력 : 2008/03/03 [18:11]
한 시대를 살아가다 맞닥뜨리는 것은 기쁨과 슬픔이다. 그 중에서도 잔잔한 감동과 훈훈한 미담을 보는 것만큼 뿌듯하고 정겨움이 넘치는 것은 없다. ‘사는 맛’이 아닐까.

종종 버스를 탈 기회가 있다. 취재를 마치고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산역에 내려 대한민국 국회 앞까지 연결하는 버스에 올랐다. 늘 그랬듯이 운전기사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아 봄이 오는 길목에 잠시 눈을 감았다.

“어머나 돈이 없는데 어떻해”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의 음성이다.

“괜찮습니다. 우리 차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운전기사의 음성이다.


할머니는 손 가방을 샅샅이 뒤지다 “미안해서 어째요? 하필 지갑을 놔두고 왔네. 전화번호라도 ...”하면서 연신 미한하다는 말을 운전기사에게 건넸다. 운전기사도 “할머니 그냥 내리십시오. 다음에 우리 차 타실 때 돈 내시면 고맙구요” 하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사이 국회 앞까지 차가 도착해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할머니도 함께 내렸다. 내리자 마자 사진기를 꺼내들고 타고온 버스의 뒷모습을 촬영하고, 할머니께 자초지종을 물어 봤다.

▲  참 좋은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   © 리복재 기자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탈 때 ‘환승입니다’해서 아무 걱정 없이 탓는 데 내릴 때 교통카드를 꺼내 결재(카트 단말기)를 했더니 ‘잔액이 부족합니다’라고 나와 집에서 지갑을 챙기지 못해 할 수 없이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참 좋은 기사입니다” 말하고 할머니와 헤어졌다.

국회 본청으로 가는 내내 오랜만에 느껴보지 못한 훈훈함을 간직했다는 게 마음 뿌듯했다. 아무 말 없이 교통카드를 카트 단말기에 대지 않고 내려도 운전기사로서는 승객이 현금으로 승차했는지 교통카드로 승차 했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할머니와 운전기사, 그리고 몇몇이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쉬움이 크다는 생각과, 할머니의 마음과 승객을 안전하게 원하는 장소에 내려주는 운전기사의 훈훈한 미담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또 국회를 자주 드나드는 기자로서는 ‘서민들은 이렇게 서로 이해해주고 공경하고 도와주고 사는데, 정치인 당신들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나’라는 조롱이라도 보내고 싶고, 우리 시민이 얼마나 정이 많은가 하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다.

당시 사진을 근거로 추적한 결과, 서울 74-9539호 6623번 버스인 (주)풍양운수 회사였다. 운전기사에 대해 묻자, 이 회사 박흥순 영업차장은 “김 백태(54세) 기사는 회사에서 동료애도 좋고 성실하며 모범운전기사”라고 소개하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1-2백원 손해가 날 텐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묻자, 박 차장은 “승객에게 승차 요금을 받아야 월급도 주고 그럴텐 데, 서울시가 알면 물어내라고 할 텐데...” 라며 웃음으로 받아 넘겼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통정책과 담당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버스 기사의 친절도에 따라 서울시가 버스회사를 어떻게 관리하고 예우해 주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운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버스 기사에 대한 친절도와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나아가 모니터링 요원이 전문적으로 전 서울시내버스를 승차하여 지켜보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으로 서비스 평가를 해서 친절도가 높은 버스회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평가가 낮은 회사에 대해서는 패널티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인가 하고 묻자, 그는 “버스 회사가 바라는 게 재정이기 때문에 순위를 매겨 포상 형식으로 차등해서 금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시행하다 보니 버스회사들이 운전기사를 상대로 대우를 해주고 버스 기사는 시민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추이“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과 장애우들에 대한 지원과 혜택은 무엇인가 하고 묻자, 그는 “2013년까지 50% 정도의 전용버스를 배치해 어떤 불편에서도 승차할 수 있고 복지적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현재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나, 장애우들에게 복지수당에서 교통비가 별도 포함되어 시내버스는 민영화이기 때문에 복지비에서 요금을 내게하고, 공영화인 지하철 등은 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군부독재정권하에서는 장애우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 대한 정책이나 복지는 전무후무하다시피 했고, 지원은 형식적인 선에서 끝났던 점을 상기 시켜보면 민주화가 되기를 잘했구나 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선지자들을 잃었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공경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 대대로 내려온 전통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는 버스기사와 할머니와의 훈훈한 미담이다.

‘살맛나는 세상’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 주변에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우리 민족의 근면과 성실, 숨기지 않는 진실성은 내 주위에서 찾아보면 흔하고 흔한데도 우리는 그것을 모르는 체 하고, 지나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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