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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에서 통일까지 소설 '갑오동이'-제6회

임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2/11/20 [23:46]

동학에서 통일까지 소설 '갑오동이'-제6회

임서인 소설가 | 입력 : 2012/11/20 [23:46]
▲  정읍 상학마을의 돌담길   ⓒ임서인 소설가

젊은 남자는 난새와 해승을 옹가성에게 맡기고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호페를 만들어준 옹가성을 보자 자신들을 헤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젊은 남자를 천사라고 여겼다. 잉태의 고통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돕는 젊은 남자를 살폈다. 어디서 본듯한 남자였다. 산통이 심한 틈속에서도 젊은 남자의 정체를 생각했다. 그러다 꿈속에서 본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누구냐고 그녀가 간절히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꿈속에서는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다가도 꿈에서 깨어나면 기억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닮은 사람이 있을까 하고 수많은 인물 사진을 들여다보았지만 꿈 속의 남자와 닮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지금에사 그 남자가 꿈속의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천사들을 보았다.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늑하고 따뜻한 방안에 있는 것처럼 마음 놓고 아기를 낳았다. 젊은 남자의 손길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고 신뢰의 손이었다.
 
옹가성의 도움으로 아기가 들어있는 요람을 들고 젊은 남자가 일러준 상학마을로 향했다. 
그는 상학마을 이름만 들었을 뿐 가본 적이 없었다. 운전대에 손을 얹자 그곳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차는 상학마을로 향했다. 그는 난새와 해승에게 갑오동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며칠 전에 집 근처를 서성이는 검은 옷 입은 사람을 보았어요.”

난새가 말했다. 

“건강하던 산모가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는 소문 때문에 난새를 혼자 둘 수가 없었어요.”

해승이 난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왜 이 아이를 갑오동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아나?”

“이 아이가 하늘의 보호 아래 태어난 것을 보고 알았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저도 산부인과에 갔겠지요.”

난새는 요람 속의 아이의 평안한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갑오동이가 세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소문을 믿고 싶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갑오동이 케릭터가 수놓아진 하얀 손수건을 꺼내 아기의 배위에 살포시 덮었다. 갑오동이 케릭터와 아기의 얼굴을 번갈아 들여다보았다. 닮지 않았다. 다시 보고, 또 보고 어느새 아기는 케릭터 갑오동이가 되었다. 

“선생님, 우리 아기가 정말 갑오동이일까요?”

“자네, 보았나? 흑암이 하늘에서 내리는 한줄기 빛으로 인해 물러가는 것을?”

“빛이 눈이 부셔서 뜰 수가 없었어요?”

해승이 말했다. 

“그 빛을 따라 하늘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희망.”

“사람들의 하소연하는 눈물의 원성을 하늘이 들었을 것이네.”

“우리 아기가 하늘이 보낸 아이라는 것이 기쁘기는 하지만 이 아이가 고난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요.”

난새는 손등으로 아기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앞에 출산만을 기다려온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난새를 닮았을까? 해승을 닮았을까? 의견이 분분했다. 심지어는 자신을 닮았다고 우기는 여자도 있었다. 그녀는 아기를 낳아 보지 못한 늙은 여자였다. 그 여자는 난새가 임신 3개월 때부터 아기에게 줄 장난감과 옷을 다 준비해 놓았다. 이 아기는 난새의 아기가 아니었다. 마을 사람 모두의 아기였다. 그녀는 늙은 여자의 실망하는 얼굴을 떠올리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난새는 아버지를 얼마나 알고 있지?”

옹가성이 물었다. 
 
“고난의 세월을 사신 분입니다. 큰 뜻은 있었지만 아버지는 가끔 그 뜻을 사람들을 저주하는 것으로 허물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실망을 했죠.”

 “자네 아버지를 우리는 한동안 살피고 있었네. 그러나 아버지는 아니었어.”

어제 밤에 아버지는 잠을 청하지 못하고 난새 옆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버지는 긴 한숨을 들이시며
 
“아기에게 총명한 기운이 있거든 절대로 교육을 시키지 마라. 사람들과 접촉하게도 하지 말고 아주 평범한 아이로 키우거라. 여자이거든 진달레꽃처럼, 그 중의 하나의 꽃봉우리처럼 살게 하고, 남자이거든 홀로 우뚝한 거목으로 키우지 말고 가녀리고 작아도 여러 나무와 어울려 있는 나무로 키우라” 는 말을 들으며 난새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라 고뇌에 찬 아버지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에게서 아버지의 젊었을 때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지금의 아버지는 타락하고 무능한 농부였다. 

옹가성의 말을 들은 난새는 걱정이 되었다. 자신의 아기가 갑오동이가 틀림없다면 아버지의 말처럼 키우고 싶었다. 아버지의 남다른 출생으로 세상사는 내내 힘들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난새 또한 행복하지 않았다. 눈물 밥을 먹은 날이 더 많았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삶이 곧은길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는 난새로서는 이 아이로 하여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크다는 것을 알고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녀는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요람속의 아기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걱정은 말게. 이미 갑오동이를 기다리는 비밀단체 회원들이 주위에서 보살피고 있을 것일세. 어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 마음을 단단히 잡수시게.”

그 말에 난새는 고개를 저억거렸다. 

녹두 두 알을 상자 속에 넣을 때까지는 아기를 이 마을의 토굴 속에 넣어두라는 젊은 남자의 말을 새기며 난새는 아기를 안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해승도 난새처럼 마음이 착잡한지 옹가성의 말을 들을 뿐 침묵을 지켰다. 

젊은 사람이 떠나면서 아기가 17세가 될 때까지는 갑오동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고 전유승이라는 이름을 쓰도록 했다. 또 한 가지 열흘 후, 갑오동이가 깨어나면 토굴을 봉쇄하고 절대로 그 속에 갑오동이가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만약 갑오동이가 토굴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지금처럼 잠을 자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상학마을은 조용했다. 

두승산이 두 팔로 싸안은, 두승산 동북쪽 허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마을은 아늑하고 조용했다. 정자나무 아래 앉아 위를 바라보면 말봉과 유선사가 우뚝 솟아있는 두 개의 젖무덤이 제멋을 지니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마을 양쪽으로는 천태산과 대암산을 거느리고 있어 욕심을 부리고 있다. 

마을 상단과 옆에 두승산의 정기를 가두고서 기름진 옥토로 농작물이 풍부하게 자라고 있었다. 감나무, 매실나무, 복분자나무, 자생녹차가 이 마을 주민들의 목을 윤택하게 있는지 무성했다. 

그들이 들어선 마을 입구에는 300살이 넘은 두 터줏대감 느티나무가 아래와 위에서 킁킁 헛기침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을 아래 느티나무 옆 귀목나무가 어른 앞에서 버릇없다 하면서 더 크게 헛기침을 해댄다. 

집들은 사방으로 포위하고 있는 길속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막돌 허튼층쌓기로 쪼맨한 돌, 큰 돌 저들끼리 몸을 의지하고 있는 돌담이 꼬불꼬불 이어졌다. 돌담위의 담쟁이 넝쿨은 기름기가 잘잘 흐르고 산수의 구색을 갖추었다. 돌멩이들을 옴짝달짝을 못하게 죄인맹키로 옥죄이는 데도 이들도 저들끼리 히히낙낙거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제 생명이 짧은 줄 아는 햇살이 게으른 낮잠을 자다 이제 마악 제 집으로 가려고 일어서는 중이었다.

마을을 둘러보니 마을회관 뒤의 집들은 돌담으로 빙 둘러 있고, 대문이 없다. 집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살고 있었다. 세 사람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일터에서 사람들이 돌아왔다. 나이가 지긋한 세 남자가 낯선 그들을 보고 경계를 했다.

 그들은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30년 전에 성스러운 생활을 하기 위하여 산골로 내려온 사람들이었다. 채식을 하며 텔레비전조차 보지 않고 오로지 성경말씀대로 살며. 타락한 세상과 떨어져 자녀들의 부도덕과 방탕으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고대하던 예수의 재림은 30년이 넘어도 오지 않았다. 실망하여 일부는 도시로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도시로 가보았자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뼈를 이곳에 묻을 때까지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다. 학업의 기회를 놓친 그들은 도시의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중에는 결혼도 포기하여 일흔이 넘었는데도 미혼이었다. 그들은 세상의 문명과는 담을 쌓았는지 가파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들의 눈빛은 지쳐있었다. 

“우리 동네는 겨우 열 집 밖에 없습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지 언제인지 하나, 둘, 세상을 뜨고 도시로 떠나 우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늙고 초라한 마을 사람들은 옹가성 일행이 이곳에서 살아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망설였다.

저들끼리 머리를 조아려 속닥거리더니 난새와 해승에게는 명문집 최진사 집에서 살기를 권하고 옹가성에게는 그 뒤의 돌담의 허리가 이 동네에서 가장 긴 집을 주어 살게 했다. 

 “이곳에 토굴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옹가성이 물었다. 

“그것을 어찌 안단 말이요?”

머리가 허연 노인이 물었다. 

“그것이…….”

옹가성은 말을 더듬었다. 그들에게 이곳으로 가라고 말했던 젊은 남자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해승이 들고 있는 요람과 옹가성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 허름한 농촌에 뭐하러 왔소? 이곳은 우리의 무덤이요. 설마 당신들도 무덤 찾아 온 것은 아닐 테고……젊은 사람 구경한지가 얼마만인지 모르오.”

노인은 세 사람에 대한 긴장을 풀고는 앞장서 걸었다. 

“토굴은 우리도 가보지 못한지 오래 되오만, 아마 입구가 막혀있을 것이오. 근데 거기 바구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소? 설마 그 바구니 하나 달랑 들고 이곳에서 산다고 온 거요?”

노인의 뒤를 따르던 키가 멀대같은 노인보다 두어살은 젊어 보이는 남자가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로 말했다.

순간 해승이 요람을 바짝 안아들었다.

“광폭하고 음울한 시대에 한적한 시골에 묻혀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소. 혹시 아오? 자연을 닮아가다 보면 우리처럼 문명을 거역하고 살아갈 수도 있을지. 혹시 새들의 말을 알아듣소? 두 젊은이는 보아허니 도회지 사람은 아닌 것 같소만.”

세 남자 중 입이 가장 똑똑해 보이는 남자가 해승의 불안한 눈빛을 알기라도 한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새롭고 무서운 동물이 도시에는 아마 많다는데 사실이요?”

“네?”

옹가성은 예사스럽지 않은 그들의 말에 묵묵히 뒤를 따르다 그만 대답을 한다는 것이 입에서 맴돌고 말았다. 

“새롭고 무서운 동물이라니요?”

난새가 호기심에 물었다. 

“인간말이요. 컴퓨터에게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다 물어보느라 머리가 텅 비어있고, 얼굴은 태어난 대로가 아닌 인공 얼굴로 만들어 버려 최초의 아름다움을 베끼기 바뻐서 일하고 또 일해서 하늘도 볼 줄 모르고 바람 소리도 들을 줄 모르는 사람들 말이요. 탐욕의 잔이 차고 넘쳐흘러서 이미 온 세상을 적시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 말이요.”

“아마 태어날 아기들은 등가죽을 아주 두껍게 해가지고 태어나야 할 거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옹가성이 입이 똑똑한 남자 옆에 나란히 서며 물었다. 

“지배자들의 폭력의 채찍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순한 비둘기 같은 우리는 살 수 없는 세상이요. 이곳으로 들어오기를 잘했소. 지배자들은 지독히도 돈을 사랑해서 아무리 쳐 먹어도 당뇨병 환자처럼 배가 부르지 않아 늘 허기지다고 외치고 피 묻은 채찍을 휘두르고 있잖소. 그래서 이곳으로 피신해 온 거 아니요?”

“네. 맞습니다. 요즘 세상처럼 타락한 시대는 없을 것입니다.”

옹가성의 아부의 목소리에 그만 난새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것을 안 그는 그녀를 향하여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악동 같은 모습에 난새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 마을 남자들의 뒤를 따르는 그들의 발걸음이 어느새 물고기들이 구름 속에서 유영하듯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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