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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인 후보, 러시아 훈련일기

보도부 | 기사입력 2007/06/20 [09:42]

한국 우주인 후보, 러시아 훈련일기

보도부 | 입력 : 2007/06/20 [09:42]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백홍열)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우주인 후보 고산 씨의 우주인 훈련일기(11편)을 공개했다.
 
▲ 지난 성탄절에 뽑힌 우주인 후보 고산씨     © 플러스코리아



한국우주인후보 우주 훈련일기(11편),고산

B612 소행성과 국제우주정거장(ISS)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왕자는 쓸쓸한 날이면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사는 B612호 소행성은 작은 활화산 두 개와 휴화산 하나,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장미꽃 한 송이뿐인 아주 조그마한 곳이어서, 쓸쓸한 날이면 의자를 몇 발자국씩 뒤로 옮기면서 원하는 만큼 해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느 날에는 마흔세 번이나 해지는 풍경을 구경할 만큼 쓸쓸했던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지금쯤은 사랑하는 장미꽃과 화해하고, 둘이 함께 앉아 해 뜨는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우주인들은 하루에 16번이나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어린왕자의 소행성처럼 낭만적이기만 한 공간은 아니다. 어린왕자가 그리 심각하게 걱정해 보지 않았던 일들이 - 심지어 숨을 쉬는 일조차 - 이곳에서는 우주인의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주제가 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여러 개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 러시아에서 쏘아 올린 ‘즈베즈다(별)’모듈이 바로 우주인들이 숨 쉬고, 먹고 마시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제반 시설을 갖춘 서비스 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즈베즈다’ 모듈과 창고 역할을 하는 ‘자랴(새벽)’모듈에 대한 교육을 위해 찾은 실습실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곳에는 ‘즈베즈다’와 ‘자랴’의 실물 크기 모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사 때문에 날리는 먼지를 가리려고 비닐을 덮어쓴 모습이 약간 안쓰러워 보였다. 저 우주 속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과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모형이라면 그에 조금 더 어울리게 대접을 해 주어도 좋을 법한데, 러시아식의 실리적인 사고방식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것 같았다. 하긴 우주 공간의 혹독한 환경을 견뎌 낼 수 있는 구조물이라면 이 정도쯤 견뎌 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     © 플러스코리아
‘즈베즈다’ 와 ‘자랴’ 모듈의 내부공간은 직육면체 모양이고 사방에 수납을 위한 공간이 벽면은 200번과400번의 번호로 시작하여 사방의 구분을 쉽게 한다.

교관인 ‘라린’의 설명에 의하면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지구의 중력과 위아래 구분에 익숙한 우주인들이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착각과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방의 벽면은 우리가 보통 ‘찍찍이’ 라고 부르는 ‘벨크로’로 처리가 되어 있어 물건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지 않도록 쉽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라린’은 우리가 우주로 비행하기 전 우주에서 수행하게 될 실험 기자재 하나하나를 반드시 직접 확인하고 미리 벨크로를 붙여 놓으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주에서 실험 장비 상자를 열었을 때 여기저기로 날아다니는 장비들을 붙잡아 벨크로를 붙이느라 그렇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즈베즈다’의 벨크로 벽면의 뒤에는 우주인들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장치들 중 가장 복잡하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공기 정화 공급 장치인데, 물을 분해하여 우주인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우주인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수집하여 우주공간에 버리는 역할 등을 담당한다. 또한, 20여 종류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화학 필터를 통해 정거장 내부의 공기를 언제나 상쾌하게 유지해준다. 아마도 이 화학 필터가 한국 우주인이 가져갈 우주음식의 냄새도 부드럽게 정화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 모듈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장치는 물 정화 공급 장치이다. 우주정거장에서 물은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인간은 물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을 분해해서 산소를 얻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거운 물을 우주정거장에 실어 나르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주정거장에서는 이 소중한 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장치가 설치되어있다. 이 장치는 샤워에 사용한 물은 물론이고, 우주인이 호흡하는 동안 공기에 배출된 수분이나 ‘자연의 부름’을 받고 배출한 수분까지 모두 모아서 정화하여 재활용한다. 따라서, 우주정거장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우주인들은 서로의 몸을 한 번씩 거친 물을 나눠 마시는 ‘물을 나눈 형제’인 셈이다.

‘즈베즈다’가 서비스 모듈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곳에서 정화되고 적정 수준 온도와 습도로 관리된 공기가 러시아 모듈뿐만 아니라 미국 모듈을 포함한 국제우주정거장 전체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우주인의 식탁 또한 이채롭다. ‘즈베즈다’ 모듈의 한쪽에 마련된 식탁에는 우주식을 간편하게 데울 수 있는 스토브가 마련되어 있고, 그 옆 바닥에는 공기를 빨아들이는 팬이 달려 있다. 이 팬은 우주인들이 먹던 음식이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잠시 내려놓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고, 식사 시 발생하는 빵가루와 같은 작은 음식물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행성 B612 호에서 활화산을 스토브로 이용했던 어린왕자의 낭만적인 부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느낌이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어린왕자는 소행성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공급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우주정거장에서는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변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주고, 여러 가지 위험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거대한 장치가 필요하다. 유인 우주기술에 대해서 하나하나 배워 나갈수록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우주에 나가 있는 우주인들뿐만 아니라, 저 혹독한 우주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생활할 수 있도록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이루어 놓은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우리나라도 이제 유인 우주개발을 위해 첫 발자국을 내디뎠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우주를 꿈꾸고 준비해온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있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우주를 향한 동경과 꿈을 간직한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우주인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이 한 명의 영웅 또는 인기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고 우주를 연구하는 제반 분야의 연구자와 기술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전반적인 부분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류의 새로운 개척지인 우주는 우리에게 활짝 열려 있다. 그곳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연구자와 우주인들이,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광맥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 하면서 지금도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땀 흘리고 있을 수많은 사람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나 또한 이곳에서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마음을 다잡고 선진 유인 우주기술을 습득해 가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 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아! 아마도 어린왕자와 그의 사랑스런 장미는 다정하게 해 뜨는 광경을 함께 바라보는 행복에 빠져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구에서 어린왕자가 데려간 어린양은 아름다운 지구를 그리워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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