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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길, 잃어버린 땅 백두산

백두를 넘어 고구려를 가다<1>

정금연 기자 | 기사입력 2005/09/18 [17:33]

끊어진 길, 잃어버린 땅 백두산

백두를 넘어 고구려를 가다<1>

정금연 기자 | 입력 : 2005/09/18 [17:33]

끊어진 길, 잃어버린 땅 백두산
 
백두를 넘어 고구려를 가다<1>

 경남대 관광학부가 주최한 ‘고구려 유적지 역사 탐방’에 참가했다. 5박6일간의 여정은 고단했다.
배와 버스로 32시간. 하지만 한반도가 아닌 중국 땅을 밟아야만 천지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다는 분단현실을 깨닫는 순간 고단함은 슬픔으로 변했다. 장강과 황하를 건너 이역길 돌아서 찾아 간 백두산에서 통일을 기다리며 보낸 세월의 기만에 분노가 열화처럼 끓었다고 노래한 진태하 시인.
모두의 열망에도 최근 대북 관광사업은 사업자 선정 등을 놓고‘머니게임’양상을 보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때를 놓치지 않고 백두산에 비행장, 호텔을 건설하며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하지만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측은 백두산 방어의 힘도 의지도 희박한 실정. 압록강을 사이에 미국의 금수조치 등으로 전력이 바닥난 신의주는 암흑천지인 반면 단동은 불야성을 이룬다.

압록강변에서 만난 두 명의 인민군은 관광객들에게 ‘시계 하나만’을 요구하며 구경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본드가 흘러 내리는 광개토대왕비, 기우는 장수왕릉, 중국 내 고구려 유적지는 동북공정에 신음하고 있다. 이번 탐방을 갈무리 하기 위해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1>끊어진 길, 잃어버린 땅 백두산

강행군이었다. ‘이번 탐방은 고생을 각오하라’는 주최측의 사전경고는 정확했다.
마치 하늘이 허락한 탐방단의 백두산 천지 등정을 시샘하기라도 하듯.
지난 8월26일 경남대 대운동장에서 조상희 경남대 관광학부 교수와 재학생, 경남도민 등 181명으로 구성된 ‘고구려 유적지 탐방단’이 인천국제여객터미널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경남대 관광학부가 개발한 ‘2005 고구려 유적지 탐방’프로그램은 일반 시민들의 참가신청을 받아 학부 학생들이 인솔로 중국 내 고구려 유적지를 돌아보는 민간 차원의 여행이다.

181명이라는 적지 않은 일행은 국로의 시원(始原) 백두산 천지와 중국 내 옛 고구려의 흔적을 즈려 밟으리라는 저마다의 기대감으로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중학생 승미, 초등학생 철승이, 부인과 함께 탐방길에 오른 이범렬(44)씨 가족도, 혼자 길을 떠난 이용백(57)씨도, 백두산 천지를 빨리 만나고픈 설레임은 다름없다.

그러나 백두산처럼 거대했던 그 출발점의 흥분은 단동으로 일행을 실어 나를 배편에 오르는 순간부터 ‘강행군’이라는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배와 버스로 장장 32시간을 달려 도착한 백두산.
하지만 눈부신 천지를 안은 순간 깨달았다. 기자를 두렵게 만든 것은 중국 땅으로 돌아가야만 밟을 수 있는 백두산이 중국 땅으로 시나브로 넘어가고 있는 냉정한 현실이다.

탐방단 모두를 조용하게 만든 피로감의 진짜 정체는 시간이나 거리 따위가 아니었다.
북한 해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한참을 선회해서 중국 땅을 밟아야만 천지에 오를 수 있는 ‘분단 현실’은 아픔이다. 아무도 말은 안했지만.

▲‘머니게임’에 흔들리는 백두산관광

8월26일 오전 10시 경남대 고구려 유적지 탐방단의 5박6일간 여정이 시작됐다.
경남대 고구려 역사탐방단 181명은 이날 오후 5시 간단한 출국심사를 거쳐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중국 단동시 동항으로 향하는 ‘단동 페리호’에 승선했다.

단동 페리호는 평소 한~중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보따리상’의 주된 비지니스 수단이다.

배 안은 도떼기 시장만큼 산만하고 매점과 면세점 외에 부대시설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배는 낡았다.

하지만 불평하는 탐방단은 한 명도 없다. 배 난간에 기대 트인 바다에 넋을 뺏긴다든지 넓은 배 옥상에서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뿐이다. 몇몇 어르신들은 침상에서 10원짜리 화투를 치기도 한다.

10시간여를 내달린 새벽 4시께.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신기하게도 휴대전화의 안테나는 잘도 선다.

휴대전화가 잘 터진다니? 당연한듯 넘어갈 질문이지만 배가 북한과 중국의 해양 한계선과 멀지 않은 곳을 돌아가고 있다는 승무원의 설명은 젊은 기자를 잠시 얼어 붙게 한다.

휴대전화 전파조차 마음대로 오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남과 북. 전파를 잠시 질투했다.

분단 후 지금껏 천지를 가기 위해서는 중국을 통해야 한다. 북한 해역은 절대불가침 구역이고 휴전선을 관통하는 백두산 육로관광도 50년 넘게 끊어져 있다.

지난 16년간 1조5000억원을 쏟아 부으며 대북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2003년 2월 금강산 육로 관광을 시작, 올 6월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북한을 통한 백두산 관광도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외면하고 최근 북측이 금강산 관광을 축소한데 이어 대북사업이 남북 ‘머니게임’ 양상을 보이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급기야 북측은 지난 1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급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중단을 언급했다.

또 14일 개성 관광을 둘러싼 현대아산-북한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백두산 시범관광도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측의 냉기류에 더해 남측은 대북사업의 ‘야전사령관’역할을 했던 김운규 현대아산 부회장 한 명의 진퇴로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900여억원을 투입한 북한관광 사업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백두산을 노리는 중국의 ‘인해전술’

선상에서 밤을 샌 경남대 고구려 탐방단은 27일 오전 11시 단동시에 내렸다. 단동시는 중국 동북 3성 중 하나인 요령성에 있는 인구 240만의 도시.
19세기 초 한족의 본격 이주가 시작된 이래 1946년 안둥시로 승격된 뒤 65년 단동시로 고쳤다.

현재 단동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 한 중국 최대의 국경도시다.
단동시에서 목적지인 백두산까지는 심양시, 통화시를 거쳐 버스편으로 14시간을 소요했다.

도로 사정은 우리의 70년대 시골길의 그것에 비할만큼 볼품없다.
탐방단이 간 곳은 백두산으로 오르는 북파, 남파, 서파 중 서파. 버스에서 내려 계단으로 된 등산로를 따라 신들린 걸음으로 40분만에 천지와 마주했다. 하늘이 허락한 천지였다.

탐방단 조소현(고려대 석사 2년)씨는 “천지의 색깔은 시시각각 다른 빛을 뿜으며 위용을 자랑했다. 탐방단 181명 모두의 얼굴을 담은 천지의 빛깔은 경외다”고 형용했다.

7월이 절정인 야생화는 지고 없었지만 날씨는 완벽했다. 하지만 천지를 지키는 중국 공안들이 기자에게 던진 “한국인이 남의 땅 백두산 관광에 왜 흥분하느냐”라는 질문은 비수로 꼽혔다.

광복 이후 북·중에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양국의 우호관계가 성립되면서 천지를 포함한 백두산 정상을 중심으로 새로운 북·중 국경획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1962년 ‘중·조 변계조약’으로 천지의 북쪽 수면 40%는 중국령, 남쪽 수면 60%는 북한에 귀속됐다.

현재 백두산 정상은 16개의 준봉들이 솟아 있다. 이 가운데 백운봉 등 9개봉이 중국 길림성령, 최고봉인 장군봉을 비롯한 7개봉은 함경남·북도(현 양강도)에 걸쳐 북한이 소유하고 있다.

중국이 장백산이라 부르는 백두산의 북·중간 소유령 비율에 대한 정확한 발표는 없다. 82년 국내 한 신문은 천지의 북쪽 부분 절반이 중국영토로 표시된 중국 발행의 지도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 길림성 자연보호관리국이 발행한 소책자에 수록된 백두산 지도는 동쪽 비류봉에서 남서쪽 마천우까지 ‘국계(國界)’라는 붉은 국경선으로 중국령임을 표시를 하고 있다.

북한은 1962년 중국과 국경선 비밀협상을 벌여 두만강을 경계로 하는 국경선은 밝혔지만 백두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최근 백두산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백두산을 중국령으로 당연시 한다는 것이 현지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길림성 정부가 백두산 광관객 유치를 위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백두산 서쪽 백산시 인근에 비행장과 호텔 건설을 진행중에 있다.

백두산의 장백산화를 노리는 중국의 ‘인해전술’이 동북공정과는 전혀 무관한 기자의 기우일까.
 
경남일보 / 황상원  기자 <hgija@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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