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양국이 사드의 한국배치결정을 의도적으로 8일 금요일에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만, 금요일이라고 해서 곧이어 주말이라고 해서 그 결정이 일으킨 풍파(혹은 지진)의 정도가 약해지지 않았다.
당일 중국 국방부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고, 러시아가 극동 지역의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전력을 배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나선 게 아직까지 말에 그쳤다면 조선(북한)이 9일 오전에 SLBM(잠수함발사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행동이다. 한국 국방부는 습관적으로 발사가 실패했다고 판단했으나, 설사 실패했다더라도 잠수함발사에서 제일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출은 여러 번 성공했으므로 이제 미사일의 성능이 점점 제고되리라는 건 뻔하다.
잠수함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SLBM의 성능이 제고되면 대양의 어느 곳에서도 발사가 가능해지므로, 핵을 포함한 대형전쟁의 이른바 “2차 반격능력”이 확보되고, 따라서 반도에 배치한 사드는 조선의 핵· 미사일 위협을 막지 못하게 된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는 “2차 반격능력”을 확보한지 오래지만 그보다 수량이 더 많은 지대지미사일들의 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의 사드배치에 강열한 반응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중국의 반응은 외교부의 항의와 국방부의 조치예고 정도인데, 민간에서는 훨씬 다양한 반향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좌익이나 우익이나 중도파나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미국의 설명 즉 반도에 배치하는 사드가 중국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익 친미파는 당연히 사드의 중국겨냥이 중국체제전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중도파는 단순분노정도이며 좌익들은 제일 강열하게 반발한다.
우선 좌익 사이트에서 본 좌파인사 2명의 제의를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이 한국에 사드체계를 배치하는데 대하여 중국은 어떻게 반조치를 취해야겠는가? 나는 방법이 3가지 있다고 본다.
1. 즉시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중단하고 중한무역거래를 절단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무역의존도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보다 훨씬 높음을 알아야 한다.
2. 중러관계를 승격시키고 반미국가들과 광범한 전략동맹을 결성하여 아시아, 태평양으로부터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미국을 억제하면서 중동과 전세계의 모든 반미국가의 반미행동을 실질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3. 《중조우호호조조약》의 정신에 근거하여 경제, 무력 등 여러 가지 방면으로 조선이 조속히 반도를 통일하도록 전면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미국이 사드를 배치할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다.( 对于美国在韩国部署“萨德”反导系统,中国应该怎样反制?我以为办法有三:
“후쓰샹(胡思想, 잡생각 쯤으로 옮길 수 있겠다)”이라는 필명은 필자가 본 기억이 없는데, 본인의 생각인지 아니면 누구의 주장을 따왔는지 어느 관련 글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우리나라는 한국을 겨냥한 아래 조치들로 제재할 수 있다.
1. 전략미사일, 핵무기로 한국의 주요 대도시와 군사기지를 묘준한다.
여기까지는 민간인사들의 주장에 불과한데, 중국과 국제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공산당의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环球时报)》는 8일 오후에 사이트에 올린 사평(社评, 사설이라고 봐도 된다, http://opinion.huanqiu.com/editorial/2016-07/9145199.html)에서 이렇게 정부에 제의했다.
“우리는 중국이 아래 맞춤형조치를 취하기를 제의한다.
보다시피 일부 주장들은 겹쳐졌다. 위의 주장들 가운데서 실현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건 한국과의 단교이다. 2010년의 “5. 24조치”실시로부터 시작하여 금년에 러시아가 조선을 거쳐 한국에 석탄을 나르는 것마저 막아버린 한국 정객들과는 달리, 중국의 정치가들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반드시 모종 연계를 유지해야 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들이 사드배치설이 나올 때부터 걱정했고(전지현을 비롯한 한류스타들의 입지가 사라진다는 등) 위의 주장, 제의들에서도 거들었다시피 중국이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려면 단교 외에도 쓸 카드가 얼마든지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을 겪었고 또 지리적으로 산과 강이 많아 침략자의 공격이 제한을 많이 받았으며 근현대사의 반침략전쟁에서 결국 이겼으므로 외부의 조치에 비교적 느긋한 대응을 하는 게 관례로 되었다. 몇 해 전에 미국과 한국이 항공모함까지 들먹이는 합동군사연습을 벌린다고 나섰을 때, 중국이 강경하게 나서지는 않았으나 동북지역을 맡은 선양(沈阳, 심양)군구 산하 부대들은 “와이쑹네이진(外松内紧, 밖은 느슨하나 안은 팽팽하다)”의 상황을 유지했다 한다.
중국과 달리 평원이 많고 높은 산이 적어서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침략자의 장거리 진입이 쉬웠고, 200년 안팎에 2번이나 망국의 위험을 겪었던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안보불안증이 심하다. 게다가 소련의 해체로 서부지역의 국경선이 동쪽으로 많이 옮겨졌고 나토가 자꾸만 확충하여 핍박하는 상황에서 중국보다 훨씬 강열한 눈에 보이는 조치들을 취하는 게 관례로 되었다. 소련해체 후 러시아의 동쪽은 서쪽에 비해 그나마 조용한 편이었는데, 사드의 배치는 미국이 러시아의 숨통을 양쪽으로 조이려는 의도로 비치기 마련이라, 러시아가 중국보다 앞서 강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놀기 시작하면 한국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면에서 골탕을 먹으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근년과 내다볼 수 있는 장래의 상당 기간에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이익 충돌이 없고 합작의 공간이 엄청 크다. 특별히 무슨 조약을 맺지 않더라도 중러관계는 승격할 추세인데 이번 사드배치결정으로 중러가 훨씬 가까워지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이 제재대상으로 삼은 다음 외국언론들은 대응조치로 우선 핵시험가능성을 꼽았는데, 물론 그것도 실시가능한 카드이다. 헌데 조선은 이미 여러 번 핵보유국임을 자처했고 또 당장 새로운 핵시험을 한다 해서 얻을 이익이 무엇일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미국의 제재에 뒤이어 일어난 사드배치 때문에 조선이 쓸 카드는 더 늘어난 셈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사드배치후보지역들 가운데서 조선의 방사포 사거리 밖에 있다는 경상북도 칠곡군이 가장 유력하다고 인정되는데, 좀 웃기는 게 그 방사포 사거리라는 것도 조선이 금년에 진행한 시험발사결과에 근거했다는 점이다. 보도대로 배치지역이 이번 달 내에 결정되는 경우, 조선이 맞춤형 동작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거리가 더 긴 방사포를 선보이든가 군사분계선에서 칠곡까지의 거리만큼 저공으로 날아가는 단거리미사일로 사드의 무용성을 입증한다든가. 잠수함발사미사일의 과시도 물론 사용가능한 카드겠다.
한국의 카드는 뭣이 있는가?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를 잘 몰라 이해시킨다는 어정쩡한 주장을 내놓고는 지금까지 희끔한 게 보이지 않는다. 미국도 방어용설을 고집하지만, 사실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가, 군인들이 사드가 뭘 하는 건지 잘 몰라 반대한다는 주장만큼 사람을 모욕하는 카드도 없다.
사드배치와 운영에는 변수가 상당수 존재하지만, 배치결정자체만으로도 동북아의 지각이 바뀌기 시작했음은 분명하다. 일단 굉장히 중요한 건 한국의 일부 정객과 군인들의 결정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민간 호감도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응보다 더 무서운 게 민심의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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