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학의 시] 군불을 지피며
서청학 | 입력 : 2017/03/02 [12:07]
군불을 지피며
서 청 학
추운 겨울에
아궁이 속 장작을 태우면
벌겋게 달구어진
나무들의 아우성
움추린 내 육신을 태우고
헐벗은 정신을 태워
온 뜨락이
메케한 연기에
눈물이 줄줄이다
어린날
할머니가 꾸워준
꾼고구마며 감자 알밤
생각에 군침이 돌고
어머니 몰래 긁어 준
무쇠 가마솥의
꾸수한 누룽지 한 줌이
그리운 것은
오늘
이 아스라한
산 속 마을에서
소소한 꿈 하나
뭉실뭉실 크고
봄날 햇살에
우리 야생화 향기
기다림이
내 여인의 속살보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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