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물도 주름이 있냐구요 구름이 바다를 딛고 건너가는 바다에 한번 나가 보면요 햇살 쨍하고 바람 없는 날은 어머니 입가의 미소처럼 잔잔한 잔주름이 일구요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은 성난 아비 구리 빛 이마의 주름처럼 겹주름이 져요 주름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는데요 한 달에 두 번 조금 때가 되면 바닷물은 노동을 접어요 이때만큼은 당신, 바다에 배를 띄우지 마세요 우리도 때론 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바닷물도 바다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오르막길도 있었다는 걸 기억하세요 구겨진 날의 지나온 길, 자식에게 보이기 싫은 어미의 속내처럼 바닷물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지 않겠어요 이때만큼은 지친 몸 잠시 놓아두고 백중에 머슴놀이처럼 홀가분하게 쉬도록 놔두자구요 조금 때가 되면 방방한 자세로 이마의 주름을 펴고 있지만 마냥 쉬고 있는 건만은 아니예요 살아온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의 가슴 열어 한 번도 내비치지 않던 어미의 모습처럼 걸어왔던 길과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고개 묻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김명숙 시인 프로필
*시인, 아동문학가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문학의 전당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가곡 33곡/ 동요 65곡 발표 *제54회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 날" 작시 *제60회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 작시 *수상: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창세평화예술대상, 도전한국인상 외 다수 *이메일:sunha388@hanmail.net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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