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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단편소설] 잃어버린 이야기 4회

박종규 소설가 | 기사입력 2016/01/23 [12:35]

[박종규 단편소설] 잃어버린 이야기 4회

박종규 소설가 | 입력 : 2016/01/23 [12:35]

 

 

 

 

[박종규 단편소설]  잃어버린 이야기 4회

 

3.

 

 

혼자 가서 그녀

“정선에 한 번 다녀와야겠어.”

 

“가려거든 같이 가요. 나도 관심이 많아요. 그 얼굴 가지고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안 가요.”

“그렇게 하든지…. 그런데, 이상하게 듣지 말아요. 혼자 가서 그 여자를 만나는 것과 당신과 함께 만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를 것 같단 말이야. 나 혼자가 낫지 않겠어? 같은 여자로서 함 생각해 보라고.”

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진설의 아내는 절대로 혼자는 보낼 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 나선다. 진설이 정작 궁금한 것은 그 여인의 외모가 아니었다. 예쁘고, 심성 고운 이면에 있을지도 모를 그 여자만의 감춰진 색깔, 소설은 그것을 찾아내는 작업이어야 할 것이었다. 진설은 아내와 같이 가더라도 한 번은 다녀와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진설은 이참 저 참 정선에 함께 갈 기회를 놓치고 벌써 두 해를 넘겼다. 얼마 전 그는 정선으로 안부 전화를 했다. 혹시 그곳에 사람이 바뀌지나 않았나 해서였다. 그녀는 쉬 알아듣고 반가워하면서 언제 올 생각이냐고 물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강릉에서 사업하는 친구로부터 초청을 받아 친구들이 한 차로 가게 되었다. 진설은 자기 차를 따로 가져갔다.

 

같이 갔던 일행들과 강릉에서 헤어진 진설은 그녀의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그곳에 가면 만나줄 수 있느냐고. 이 말은 묘한 뉘앙스를 포함한 말이었다. 그녀는 다섯 시 이후에 시간을 내겠다고 했다. 진설은 약속 시각에 맞추어 그곳에 갔다. 가게 문을 닫을 수 있다면 어딘가에서 식사를 같이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도록 유도할 참이었다. 묘하게도 마치 소년 같은 설렘이 일었다.

 

정선의 그 가게는 그동안 많이 변해있었다. 주변은 깨끗하게 정돈되었고, 가건물은 컨테이너로 바뀌어 있다. 안에는 사람들이 서너 팀 들어와 반쯤 차 있으며, 여인은 행주에 손을 닦으면서 진설을 알아보고는 반색하면서 한쪽으로 안내한다. 그녀의 그 소박하고 선한 눈매는 여전하다.

 

“절 알아보셨어요?”

 

“그때 그 소설가님이시죠?”

 

“그동안 가게가 많이 커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네에! 바쁘셨나 보지요? 전 기다렸는데…….”

 

“미안합니다. 그리고 전에 못 드린 책 가져왔습니다.”

 

진설은 자신의 소설에 사인해서 여인에게 건넨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작가님께 직접 받으니 영광입니다. 선생님. 잠깐만요.”

 

그녀는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의 눈짓을 받고 책은 그대로 내려놓은 채 다른 손님에게로 옮겨간다. 손님이 많이 든 가게 안은 어수선하다. 손님들 대부분이 이 지방 사람들로 사냥에 대한 대화가 꼬리를 물고 있는데 목소리들이 커서 시끄럽다. 대화로 미루어 그들은 모두 아는 사이였고, 곽진설 만 외톨이였다.

 

그는 혼자 앉아 있는 자신이 쑥스럽기도 하고, 주변의 분위기로 보아 그녀와 단둘이 대화를 가질 분위기가 아닌 것을 감지한다.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나가서 정선 시내가 혹 불편하다면 어디 다른 곳에서 저녁 식사라도 사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손님이 없다면 이 가게도 괜찮을 터다.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녀가 저렇게 궂은일을 하는 것은 이 사회의 책임이라는 엉뚱한 생각마저 할 즈음, 키가 훌쩍 큰 건장한 사내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그는 지나치는 주인 여자를 돌려세우며 말을 건넨다.

 

“여보! 박 씨 전환데, 지금 낚시가 끝나 가는가 봐, 그만 정리하고 출발하지. 더 기다리게 하지 말고…….”

 

“여섯 시까지만 있다가 출발해요.”

 

“음식은 다 챙겼어?”

 

“저 앞에 내다 놓았어요.”

 

여섯 시면 지금부터 십오 분 후다. 그렇다! 여인은 그동안 소위 팔자를 고친 것이다. 남자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광대뼈가 조금 나왔고, 어딘지 모를 매서운 눈매가 느껴지지만, 근본은 선해 보인다. 이 여인에게는 조금 모자라다 싶었으나 이런 촌에서 저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 한구석이 비워져 오고, 또다시 마음에 채워지는 느낌이다. 자신은 이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한 사람한테 시시콜콜 과거사를 캐묻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일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미안해요.”

그녀는 종이컵에 커피 한잔을 권하면서 윙크를 하며 이내 새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맞는다. 그들도 대화로 미루어 낚시터에 같이 가기로 약속된 사람들이다. 그녀는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었다. 모처럼 여기까지 별러서 왔는데 그녀의 말대로 조금 더 기다렸다가 몇 마디 좋은 말이라도 나눌까 싶어 그대로 앉아 있기로 한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곽진설은 입가에 아쉬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단숨에 들이켠다.

 

‘그래, 잘 사십시오. 행복하게, 다시는 그 예쁜 눈망울 때문에 사람들 맘 아프게 하지 말고.’

 

곽진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문을 나선 후 마당을 조금 거닌다. 안에서 사냥꾼 차림의 두 사람이 나와 트럭에 올라타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떠밀리듯 곽진설도 자기 차에 오른다. 알 수 없는 개운함이 아쉬움을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 그녀는 그가 차에 오른 것도 모르고 실내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메모라도 남기고 나올 걸 했으나 나중에 전화로 축하해 주기로 한다.

 

‘소설이 쓰인다면, 난 좋은 결말을 얻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소박하게 행복을 가꾸는 것이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이다. 얼굴이 특별하다고 특별한 행복이 따라주어야 하는 법은 없다.’

 

오십여 미터를 나아갔을 때서야 황급히 가게 문을 밀치고 나오는 여인의 모습이 룸미러로 잡힌다.

 

그녀는 앞치마를 펄럭이며 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점점 작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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