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술남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 83세 시인의 티없이 맑은 시

김일미 기자 | 기사입력 2018/07/23 [16:58]

[김술남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 83세 시인의 티없이 맑은 시

김일미 기자 | 입력 : 2018/07/23 [16:58]

 

[플러스코리아타임즈=김일미 기자]올해 83세인 평범한 할머니 김술남 시인이,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를 해드림출판사를 통해 발표하였다. 시집 제목에서 풍경소리는 시인의 맑은 시를 뜻한다. 이 맑은 소리가 아름다운 노을조차 공명(共鳴)케 한다는 뜻이다.

 

 

시인은 전형적인 우리네 할머니다. 어린 손주를 품어 안고 다독이며 키웠던 조용하고 인자한 할머니, 다만 시를 쓰는 할머니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시를 배운지 몇 해 안 된 83세 시인이 당당히 시집을 낸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다.

 

이는 젊은 날부터 80 중반 가까운 지금까지, 흐트러짐 없이 삶을 꾸려가는 진지한 성찰이기도 하다. 더구나 시인은 나이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배우려는 의지와 세계 여행의 꿈, 사랑을 꿈꾸는 소녀 같은 감성,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이를 통한 사색 등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어른들이 동경할 만한 정신적 정서적 삶의 의식을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는 사랑을 소제로 한 ‘1부 그것이 사랑이었나’, 동심이 빛나는 ‘2부 예쁜 질투’, 추억을 소재로 한 ‘3부 자취소리’, 자연을 노래한 ‘4부 솔잎을 스치는 바람등 전체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가슴 미어지게 그려낸 시들도 있다.

 

 

 

80대에는 정신적 정서적 건강이 더욱 중요,

문학은 그 비결일 수도

 

대부분 우리네 부모 혹은 할머니 세대가 젊은 날을 가난하게 꾸렸듯, 시인도 마음껏 채울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지성을 학교 대신 독서로 채웠고, 지금은 시를 쓰며 감성을 풍성하고 건강하게 지켜간다.

 

시란 바람이고, 구름이고, 달이고, 별이다.

 

바람도 시를 쓰고, 구름도 시를 쓰고, 달과 별들도 시를 쓴다. 따라서 아무런 시적 장치 없이도 누구나 시를 쓸 수 있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에는 영혼을 맑히는 시들이라는 표현처럼 티 없이 그려내는 시들이, 때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소중한 추억을 불러들여 가물거리는 기억력을 회복시키고, 세파에 쓸려가 버린 동심을 되살리기도 한다.

 

요즘은 80대에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는 시인이나 수필가들이 적잖다. 해드림출판사를 통해서만 보더라도, 우선 디카시집 [쇠기러기 설악을 날다]를 펴낸 이상범 시인, 수필집 [나는 사랑나무입니다]를 펴낸 박현경 수필가 등이 김술남 시인과 비슷한 80대 연배이다. 이상범 원로 시인의 경우 거의 매년 시집을 발표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 어른들처럼 80대에도 문학을 가까이 하면 정신적, 정서적으로 얼마나 건강 찬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엿볼 수도 있다.

 

 

100세 시대, 특히 추억을 반추하는 시 쓰기의 중요성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에는 다양한 소재의 시들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 특히 3자취소리에는 지나간 삶이나 추억을 반추하는 시들로 묶여 있다. 능숙한 시적 기술이나 기교 없이, 지나온 삶의 자취소리를 자연스럽게 시로 쓴 것이다. 이들 시는 문학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엄마의 밥상에는 슬픔이 없다]라는 정제성 장편소설이 있다. 90세가 넘은 아버지가 치매를 앓는데, 역시 90세 가까운 어머니는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대신 손수 병시중을 한다. 어머니는 매일 아버지의 밥상을 차리면서, 아버지가 지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과거 즐겨먹었던 토속적인 국이며 반찬을 올리는 것이다. 추억의 밥상인 셈이다. 결국 아버지는 어머니의 밥상을 통해 상실된 기억력을 회복해 간다는 치매치유 소설이다.

 

우리 부모나 할머니가 당신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대부분 젊은이들은 진부하게 받아들이거나 그 가치를 폄훼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제성 소설에서 엿보듯, 지나간 추억을 시로 그려내는 작업은 우리 기억력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일종의 문학 치유이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소개

 

시인은 1936년 경북 군위군 부계면 신월리에서 태어나 현재 대구에서 거주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글을 깨우친 뒤, 아버지의 만류로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독서량을 쌓았다.

어르신대학에서 박상옥 시인의 지도로 시에 눈을 뜨기 시작하여, 2015년 매일신문사 시니어문학상에 까치똥이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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