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있는 삶 정은하 이리저리 불어댄다 시뻘겋다 못해 퍼렇게 얼어붙도록 칼바람까지 불어댄다. 언젠가는 땅 속 불 끌어다가 폼페이 그 곳을 묻어버렸다 검투사보단 고양이가 편안했었다 히로시마가 얼마큼 내려받았던 핵폭풍을 한꺼번에 터뜨리면 공룡이 없어졌던 그 때가 온다 해도 금강산 마을까지 경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우럭은 울타리 쳐서 키워야 하고 오징어는 물 빠지게 햇볕에 말려야 하며 미끈미끈하게 잘 달여진 뻘밭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세발 낙지 넌 내 곁으로 와야 한다 기다란 발가락은 피도 없이 뭉텅이로 끊어져도 잡혀나와야 한다 그래, 해물 샤브샤브 물텀벙이 잡탕은 화기가 애애하도록 넘쳐나야 한다. 길바닥에 수건 쓰고 평퍼짐히 앉아서 고구마 파는 할머닌 손톱 때가 까맣다 까만 비니루 봉지에 사과 파는 아저씨 손바닥 손마디가 거무틱틱 무디다 그렇게 살아왔다 용달차 위로 바람 지나간다 보이진 않는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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