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 暻井 강욱규. 뼈대만 남아 앙상하다해도 나뭇가지엔 소크라테스 마누라 죽어도 원망하지 않고 스승으로 삼았던 그것보다 높고 깊을지 모를 철학이 가득 맺혀 있다. 보이지 않아 모른다고 지나는 바람 그 열매 흔들리며 줄기줄기 소낙비처럼 덩이져서 선사(先史)철학의 원본 펼치는지 모른다. 가난해도 행복하다는 말 믿지 않았을 때 눈에 뵈는 가득함만 가득하다고 높은 것만 높다고 많은 것만 많다고 수박의 맛 겉으로 핥아보려던 그 때는 몰랐지 연못물 일렁여 흐르게 하며 남기는 그것들의 발자국 소리들을 들으며 햇살 그것들 지우려 할 때 소나무 수백년 살아도 모를 대나무 혈화(血花)피다 죽어도 모를 볼펜 글 연필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이제 없어도 있다고 빈한(貧寒)해도 행복하다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가득하다고 오늘의 길 걷는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인, 칼럼니스트,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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